최대 고원 도시에 담긴 다채로운 삶

멕시코시티는 거대한 '삶의 용광로'다. 멕시코시티에 어둠이 내리면 별빛만큼 수많은 불빛들이 지평선까지 아득하게 뿌려진다. 인구 2000여만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원도시는 이채로운 단상들로 채워진다.

푸른 하늘에 거리를 단장하는 것들은 모두 색의 대비가 선명하다. 멕시코시티의 상징인 자주색 폭스바겐 택시 역시 도로 위를 바쁘게 오간다. 멕시코 사람들은 연방구인 멕시코시티를 그들만의 언어로 ‘메이꼬 데에페’라 부른다. 그 중심은 소깔로 광장이다. 소깔로는 아즈텍인이 해발 2000m에 도시를 세웠을 때부터 거대한 신전이 위치한 도시의 심장부였다.

도시의 심장부인 소깔로 광장

광장주변은 국립 궁전, 대성당 등 멕시코시티를 대표하는 건축물들로 채워진다. 독립기념일 축제가 열리고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국립 궁전은 화려한 내부 벽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 멕시코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거대한 벽화는 아즈텍의 부흥, 스페인의 침략, 멕시코의 독립 등을 대서사시처럼 담아내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벽화는 20세기초 혁명을 이끌었던 버팀목이었다. 정부에서는 이런 벽화운동을 직접적으로 후원하기도 했는데 디에고 리베라와 함께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등이 대표적인 벽화 작가들이다.

소깔로 북쪽의 대성당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아즈텍의 신들을 미신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신전을 무너뜨린 뒤 성당을 세웠다. 1524년 건축을 시작한 성당은 완공에만 240여년이 소요됐다. 때문에 성당 외관에는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의 다양한 양식이 반영돼 있다. 대성당 옆에는 '템플로 마요르'로 불리는 옛 수도 떼노치띠뜰란의 중앙신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예술가와 서민의 터전이 뒤엉키다

거리에서 맞닥뜨리는 풍경들은 깊이 들어설수록 더욱 숭고하다. 공터에서는 아즈텍 후손들의 역동적인 춤사위가 펼쳐지는가 싶더니 또 한 곳에서는 송진과 풀로 만든 향을 피우며 나쁜 영혼을 쫓는 정화의식이 치러진다.

도심 센뜨로 지역을 벗어나면 멕시코시티의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진다. 다양한 벽화들이 전시된 예술궁전, 멕시코 독립전쟁 100주년을 기념하는 황금의 천사상을 지나면 도시의 새로운 공간들이 열린다. 아티스트들이 주로 거주해 서울의 홍대앞을 연상시키는 로마 지역은 예술의 중심지이자 멕시코시티 청춘들의 사랑을 받는 거리다. 콘데로사 거리 역시 격식을 차리지 않은 비스트로와 바는 물론 트렌디한 숍들이 늘어서 있다. 소위 말하는 요즘 뜨는 골목들이다.

분주한 도시를 벗어나면 야트막한 야산을 판자촌이 가득 메운 모습이 펼쳐진다. 지난밤에 내려다 봤던 광활한 야경은 실제로는 대부분 이들 판자촌에서 뿜어져 나온 삶의 불빛들이다. 서민들은 대부분 도심 외곽에 거주하며 도심으로 매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출퇴근한다. 도시는 밤과 낮의 풍광이 다르고 도심과 외곽이 선명하게 구분된다. 수천년 유적과 신세대 아티스트들의 거리, 전설의 땅이 더불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멕시코시티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멕시코까지 직항편은 없다. 인천에서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출입국심사는 의외로 까다로운 편이지만 별도의 입국 비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국대신 캐나다 밴쿠버 등을 경유할 수도 있다.

현지교통=메트로는 총 11개의 노선이 촘촘히 도시를 가로지른다. 공용교통카드인 아보노 패스만 있으면 버스, 트램, 메트로, 트롤리 버스 등을 구분 없이 탈 수 있다. 앙증맞게 생긴 폭스바겐 택시는 저가 택시지만 외지인들은 바가지를 쓰기 쉬우며 야간 탑승은 자제해야 한다.

기타정보=도심 센뜨로의 치안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로마, 소나 로사 등 신도심 등에서 멕시코의 밤을 즐기기에 좋다. 숙소는 교통이 편리한 센뜨로 부근에 밀집돼 있다. 멕시코의 대표 음식인 타꼬를 맛볼때는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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