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벽조목(霹棗木) 즉 벼락 맞은 대나무가 악귀와 나쁜 기운을 없애준다고 해서 도장이나 부적을 만들어 지니면 액을 예방한다고 해서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벽조목은 물에 가라앉아야 진짜라고도 했다. 벽조목이 이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 하는 데는 아마도 대추나무의 열매가 붉다는 것과 벼락을 맞았다는 것을 음양오행으로 해석한 것 같다. 붉은 색은 신(神)과 관계가 있고 핏빛 색은 벽사(辟邪) 즉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효능이 있는 색이다. 그래서 성서에서 에굽 땅에서 유월절에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면 하느님이 그 집의 장자는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동지 팥죽을 쑤어 먹고 문설주에 바르거나, 개업할 때 팥떡을 해서 이웃에 돌리는 것이나, 퇴마의식을 행할 때 팥을 뿌려서 육체에 깃든 나쁜 악귀를 ?아 내거나, 새빨간 색의 주사(朱砂)를 이용해서 부적을 써서 몸에 지니는 것 모두 이들이 붉은 색이기 때문이다. 또한 벼락은 양(陽)인 하늘에서 번쩍하고 빛나는 양(陽)의 기운이 뻗치는 것으로 여겨 극양(極陽)의 기운을 가진 것으로 음기(陰氣)나 음귀(陰鬼)같은 사악한 기운을 내 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둘이 만나면 벽사(辟邪)에 관한한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될 것이라 여겨 유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필자는 잘 모르겠다. 대추는 독이 없고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달다. 대추나무는 갈매나무과 대추나무속에 속한다. 대추야자는 대추와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대추와는 전혀 다른 종려과에 속한 식물이다. 대추야자는 성서에서 말하는 종려나무다. 식물학적으로 종려나무는 또 다른 나무다. 부활절 1주일 전이 성지(종려)주일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승리와 존경의 표시로 성지를 흔들며 환영한데서 기인했고 요즘도 사제가 축성한 종려나무 잎을 신도들이 집으로 가져가서 십자고상에 걸어 놓았다가 다음 해 재의 수요일에 태운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려나무가 없는 관계로 측백나무 가지를 주로 사용한다. 요즘 같은 초가을에 푸른색에 붉은 색이 곁들여 있는 햇 대추는 사각거리면서 달달해서 맛이 좋다. 특히 배고플 때 맛있다고 20 알 정도 먹다보면 속이 든든해지면서 밥 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서 대추는 비위의 기운을 보태주는 효능이 있다. 여기서 더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져서 체한 느낌을 받지만 말이다. 대추의 달달하면서 걸쭉한 과육은 혈(血)과 진액(津液)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 혈(血)이나 영(營)이 부족해지면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면서 짜증을 잘 내게 되는데 이를 장조증(臟躁症)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히스테리 성격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때 대추의 걸쭉한 육즙이 영혈(營血)을 보태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여기서 증상이 더 심해지면 조현병이 되는데 이 때 사용하는 처방이 감맥대조탕(甘麥大棗湯)이다. 밀과 감초와 대추가 주약이다. 감초와 대추의 단맛이 기운을 올려주고 긴장을 떨어뜨려줘서 팽팽한 것을 이완시켜 주고, 소맥과 대추는 영혈(營血)을 보해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황기 편에서 성(城)을 지키는 날랜 용사를 위기(衛氣)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영혈(營血)은 위기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하고 보급하는 후방부대다.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이라고 보면 쉽다. 대추는 위기(衛氣)를 보하기 보다는 과육이 걸쭉해서 영혈(營血)을 보한다. 이런 이유로 위기(衛氣)를 굳건하게 해주고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이 있는 생강과 함께 쓰여 강삼조이(薑三棗二)라는 가장 간단한 처방을 구성하게 된다. ‘강삼조이’란 생강 3쪽과 대추 2알이다. 동의보감, 청강의감, 방약합편에 보면 처방아래 조그맣게 쓰인 것을 자주 볼 것이다. 생강은 기운이 매워 발한(發汗) 즉 땀을 내서 표(表)에 있는 나쁜 기운을 밖으로 배출해서 위기를 강화시키는 반면, 대추는 땀 때문에 줄어든 영혈(營血)을 보충해서 이 둘의 조화를 이루려고 한다. 또한 대추의 과육 때문에 기(氣)가 막히는 것을 생강의 매운 맛이 발산시켜주고, 생강의 자극적인 맛을 대추가 완화해 줘서 항상 이 둘은 꼭 붙어 다닌다. 대추를 쓸 때는 대추를 쪼개서 씨를 발라내고 빻아서 쓰면 좋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