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이란 말을 요즘 TV예능이나 스포츠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컴퓨터 게임에서 많이 썼던 용어인데, 여러 난관을 다 거치고 나면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존재이자 마지막을 책임지는 든든한 사람을 말한다.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 볼 때, 무릎 관절에도 이런 끝판왕이 있다. 바로 무릎 관절 주변을 감싸면서 움직이고 있는 네 가지 근육, 즉 대퇴사두근이다. 이 대퇴사두근은 무릎관절주변을 무릎 안쪽, 바깥쪽, 속과 겉 등등 4방향에서 덮고 있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곳은 무릎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내측 광근이라는 근육. 끝판왕 중 끝판왕이랄 수 있다.

흔히 병원에서 하는 무릎 치료를 떠올려보면 약을 준다, 물리치료를 한다, 주사를 준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수술을 한다 등등이 생각난다. 가끔 의사들이 운동하라고 하는 말은 하지만 좀 피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라는 이야기는 잘 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의사와 운동을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40대 여자 환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올해 초에 무릎 연골판이 조금 찢어져서 2달 정도 치료를 받았던 분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다. 지난 번 치료를 받고 좋아져서 잘 지내다가 최근 많이 걷는 일을 시작하면서 다시 아파졌다고 했다. 신체 진찰을 해보니 이전에 찢어졌던 안쪽 연골판이 있던 자리에 압통(누르면 통증이 있는 것)이 명확했다. 조금 부어있기도 했다. MRI 검사를 다시 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전 안쪽 연골판 파열이 조금 더 진행한 것으로 예상됐다. 안타까운 마음에 왜 지난번에 치료하면서 다시 내원해달라는 시간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원장님 주사와 약으로 통증도 가라앉고 많이 좋아졌어요. 다 나았다고 생각해서 안 왔네요.”

짧은 시간에 질환의 원인, 경과, 치료를 모두 환자에게 이해시키는데 시간과 설명이 좀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설명했다. “제가 드리는 약과 주사는 모두 진짜 치료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약과 주사로 염증이 가라앉으면, 이런 것들이 없어도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대퇴사두근 근육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진짜 치료입니다. 이것이 문제없이 일정 정도에 이르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제가 환자분에게 해드리는 진짜 치료이구요.”

그랬다. 이 환자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약이나 주사로 증세가 호전되면 병원을 잊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대부분이 그렇다. 그러다가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랄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진짜 치료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염증이 감소되면 이제 바로 꿀벅지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근육을 만드는 것과 한 번 무릎에 염증이 생겼거나 관절염 등의 불편한 핸디캡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들의 근육만들기는 방법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단 환자들은 대퇴사두근 중 가장 중요한 내측 광근이 순식간에 말라서 없어져 버린다. 나머지 대퇴사두근이 남아있기에 본인은 잘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리고 머리가 이것을 인식하고 인위적으로 내측 광근을 자극하지 않는 한 운동을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자극이 크게 되지 않아 효율적으로 이 ‘끝판왕 중의 끝판왕’을 키울 수가 없다.

일단 주사치료나 수술 후 3달 정도는 이 내측광근을 통증없는 범위 내에서 계속 자극을 늘려가는 것이 초기 재활이다. 이 때 주로 많이 쓰는 방법이 쎄라밴드라는 운동용 고무줄을 이용한 튜빙운동과 고정식 자전거(실내 자전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운동이다. 정형외과 무릎 전문의와 운동치료 물리치료사의 협업 속에 적절하게 교육받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초기 재활이 끝나면 해주는 운동이 적절하게 제한된 각도에 시행하는 스쿼트와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 사용이다. (주로 헬스장에 있는 기구를 이용하면 좋다) 이런 운동들은 각도가 병의 정도나 상태에 따라 제한되어야 문제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운동처방이 필요하다.

물론 아직 무릎을 다치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 끝판왕은 너무 필요하다. 여러 스포츠 활동이나 직업 활동 속에서 계속 안전하게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전문적인 의사의 처방은 필요치 않지만 각 운동을 관리하고 설명해주는 운동치료사 선생님들의 지도를 잘 참고해서 열심히 해주면 된다.

무릎 관절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무릎 전문의와의 상담과 여러 가지 운동 방법들을 통해 내 무릎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끝판왕-대퇴사두근 그 중에서도 내측 광근-을 조금씩 조금씩 관리하고 튼튼하게 키워주는 것, 이것만 해주면 된다. 이번 가을 우리 무릎에 잠자고 있는 끝판왕을 깨워보고 싶지 않은가.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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