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부의 풍경은 단아하다. 튀니지의 고도 카이로우안(Kairouan)은 이슬람의 오랜 세월과 유적을 간직한 채 묵묵히 다른 색을 발한다. 프랑스 향취 가득한 지중해 연안의 튀니지의 도시들과는 사뭇 엇갈린 모습들이다.

카이로우안은 이슬람의 네 번째 성지로 13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땅이다. 진흙으로 구워낸 투박한 벽돌의 구도심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체감되는 문화적 깊이는 각별하다. 도시는 평화로운 정경이다. 수도 튀니스에서 느꼈던 번잡한 정취와는 다르다. 카이로우안에 도착하면 튀니지가 지독한 이슬람의 나라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양한 양식이 혼재된 그랑 모스크

카이로우안에 들어서면 과거로의 회귀가 느껴진다. 몸 전체를 감싼 검정색 부르카를 입은 여인들을 흔하게 만나게 된다.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수줍은 듯 얼굴을 성급하게 가린다. 카이로우안은 이슬람 교도들에게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에 이어 4번째 성지로 여겨진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로 한때 300여개의 사원이 있었으며 아직도 시내 곳곳은 100여개의 모스크로 채워져 있다.

도시의 상징은 그랑 모스크다.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건축가이자 장군인 시디 오크바에 의해 7세기말 처음 지어졌다. 모스크는 규모 뿐 아니라 다양한 조형미의 총아적 성격을 지녔다. 400여개의 기둥은 로마풍이며 샹들리에는 베네치아의 것을 닮았다. 기둥 안쪽의 말발굽 모양의 아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양식이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다.

카이로우안 주민들이 사랑방처럼 찾는 곳은 시디 사하브 모스크다. 예언자 마호메트의 이발사인 사하브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기도하면 몸도 낫고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믿어 사람들이 늘 붐빈다. 시디 사하브 모스크는 벽돌로 채워진 외관과는 달리 실내는 튀니지 스타일의 타일과 모자이크로 자태를 뽐낸다.

세계유산인 골목을 거닐다

카이로우안에서는 진흙빛 골목을 무작정 헤매는 것 자체가 신비롭다. 세계유산인 구도심의 미로같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가게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민트차를 홀짝거리는 튀니지 남성들은 한가롭기로 따지면 세계 최고일 듯 싶다. 낮이나 밤이나 수다를 떨며 차를 마신다. 붉은 색 펠트 모자를 쓰고 모스크 앞을 자전거로 지나치는 한가로운 풍경 또한 카이로우안에서는 익숙한 모습이다.

오래된 도시는 또 튀니지안 카펫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도심의 상징물들도 모스크와 함께 카펫이 내걸려 있다. 거리를 지나치며 원조 카펫가게들을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하루 일과는 흥미롭다.

카이로우안에서 지중해로 연결되는 길목에는 올리브 밭이 펼쳐져 있다. 덩치 보다 큰 간격을 유치한 채 끝없이 도열한 올리브 나무 자체가 장관이다. 튀니지는 세계 올리브 생산 2위 국가. 바게뜨 빵에 올리브 기름을 찍어먹는 것은 일상의 모습이며, 올리브 절임 역시 필수 반찬으로 을 한가로운 이슬람 도시의 식탁 위를 채운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튀니지까지 직항 노선은 없으며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대한항공이 에어프랑스와 공동운항해 연결이 수월한 편이다. 카타르나 두바이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으나 연결 시간대가 고르지 않은 편이다. 수도 튀니스를 통해 육로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음식=튀니지의 전통 음식인 쿠스쿠스가 인기 메뉴다. 쿠스쿠스는 밀가루를 누렇게 쪄낸 뒤 견과류나 채소 등을 얹어 먹는게 일반적이다. 튀니지의 마공와인은 한때 프랑스에 수출됐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기타정보=카이로우안의 호텔 '라 카스바'는 성곽을 테마로 한 호텔이다. 로비 뿐 아니라 객실과 화장실 까지도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성곽에 둘러싸인 수영장 역시 오아시스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튀니지에서는 프랑스어가 제2국어로 사용된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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