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새끼에서 야관문(夜關門)에 대해서 언급한 이후 정력에 관심 있는 남정네들은 야관문을 술에 담가서 많이 마시고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몸이 많이 아픈 환자들은 조금이라도 그 질병을 완화할 목적으로 그 질환에 특효가 있다고 널리 알려진 한약재를 설탕을 쳐 발효해서 음식에 넣어서 먹거나, 술에 담가서 복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 같다.

필자도 발효매실을 만들거나, 이것저것 좋은 것을 술에 담가서 귀한 손님이 오면 내 놓기도 하는데 담근 약주에 대한 좋은 기억은 별로 없다. 술은 오래 묵으면 좋다고 해서 어떤 것은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무려 4-5년 정도 숙성시켜서 명품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개봉해서 첫잔을 음미하면 잠시 동안 몸이 건강해지고 정력이 강화되어서 신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좋은 것은 여기까지고 3-4잔 쯤 들이키면 개인차를 감안하더라도 금방 달아오르고 취해서 같은 양의 소주를 섭취했을 때보다 2-3배는 빨리 취하는 것 같았다. 거기다 그 다음날 숙취가 풀리지 않아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빨리 취하고 싶을 때는 마님에게 술 먹고 취한데 쓰는 ‘동의보감 주상문(酒傷門)’ 처방을 검증한다는 핑계를 대고 당당하게 과실주를 마신다.

요즘은 동의보감을 무료로 쉽게 볼 수 있으니 애주가들은 반드시 한번쯤은 동의보감 잡병편(雜病篇) 내상문(內傷門)에 주상(酒傷) 부분을 보기를 권한다. 몸이 안 상하게 술을 마시기 위해서 지켜야할 수칙을 실은 ‘음주금기’부분과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해야 할 때,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취하지 않게 하는 방법인 성주영불취(醒酒令不醉)부분이 나와 있다. 만 잔을 먹어도 끄떡없다는 만배불취단(萬盃不醉丹), 술을 아무리 먹어도 신선처럼 안취한다는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소주 위스키 같이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신 후에는 갈화해성탕(葛花解醒湯)을 막걸리 같이 도수가 낮은 술을 먹고 취할 때는 대금음자(對金飮子)를 많이 쓴다.

한의대에서 한약재에 대해 배우는 교과서가 본초학(本草學)인데 거기에는 야관문이 안 나온다. 그래서 야관문을 ?아보니 동의보감에는 없고 청(淸)나라 때 출판된 분류초약성(分類草藥性)에 처음 등장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비수리’라 불리는 풀이란다. 아마도 약효가 아주 뛰어났다면 한의학에 편입되어 한약재로 썼을 것이다. 물론 더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큰 약효가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이에 비하면 오늘 소개하는 음양곽(淫羊藿)은 자타가 인정하는 보양약이다. 음양곽은 음탕한 숫양이 이 풀을 뜯어먹고 하루에도 수십 번 교미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흔히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고도 부른다. 가지가 3개 있고 그 가지마다 잎이 3개가 달려있는 형태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천냥금(千兩金, 천냥의 금으로 살 수 있는 한약)과 선령비(仙靈脾,신선이 먹는 신령스런 약초)란 이명도 있다. 음양곽을 구별하는 간단한 방법은 잎을 만져보았을 때 잎 끝에 가시가 있어 자주 만지면 자신도 모르게 가시에 찔려 따끔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국내산이라고 하면 생김새가 비슷한 ‘노루오줌’이나 ‘꿩의 다리’가 아닌지도 한번 의심해 봐야 한다. 우리가 흔히 술에 담가서 마시는 것이 양기를 보충하는데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 경우는 감기몸살로 온 몸이 찌뿌듯한 것을 치료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며, 양기(陽氣)를 보양(補陽)할 목적으로 쓸 때는 버터를 가열하여 녹여서 거기다 가늘게 썰은 음양곽을 넣고 약한 불인 문화(文火)로 뭉근하게 볶아서 외면이 고르게 광택이 날 때 꺼내서 건조해서 쓴다.

음양곽은 거풍제습(祛風除濕)과 보신장양(補腎壯陽)의 효능이 있다. 풍습(風濕)에 의해 몸살처럼 근육이 찌뿌듯하게 안 풀어져 근육이 당겨져서 아프거나, 허리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프거나 할 때 거풍제습의 용도로 쓰인다. 양기가 떨어져서 소변줄기가 약해질 뿐 아니라 수시로 소변을 볼려고 들?電?韆漫?밤에 잠을 못잘 때, 또는 발기가 잘 안 되는 발기부전이나 성욕에 대한 욕구가 떨어질 때와 여성의 자궁발육부전에 보신장양(補腎壯陽)의 용도로 쓰인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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