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속, 강렬한 프랑스의 향기

캐나다 퀘벡시티는 수려한 스카이라인이 어색하다. 대신 오래된 건물 한 면을 가득채운 벽화, 골동품이 빼곡히 쌓인 골목, 프랑스풍의 낡은 성당이 어울린다. 비라도 내리면 퀘벡 시티의 오래된 번화가인 쁘띠 샹플랭 골목은 회백색으로 변색한다.

인구의 80% 이상이 프랑스인이며, 주 의회에서 퀘벡주의 독립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사실은 이미 퀘벡시티에서 익숙하다.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 아줌마는 불어를 유창하게 쏟아낸다. 지난밤 캐나다의 다른 도시에서 하룻밤을 청하고 이동했다면 눈보다 귀가 먼저 퀘벡에 들어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퀘벡시티는 북미 유일의 성곽도시다. 성벽 안 골목은 낭만이 가득하지만 도시는 1600년대 초 목조요새로 시작했고 지금도 시타델이라는 커다란 요새와 대포들이 성벽 외곽을 지키고 있다. 굳은 성벽은 고유의 문화를 지켜 내는데 일조했고 이제는 신구를 연결하는 소통의 구실을 하고 있다. 퀘벡시티의 구시가 전역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몽마르뜨를 닮은 뜨레조르 골목

구시가에서는 길을 잃더라도 당혹할 필요는 없다. 고성처럼 우뚝 솟은 페르몽 르 샤토 프롱트나크는 호텔이라기 보디 퀘벡시티의 드높은 상징이 됐다. 누벨 프랑스 총독을 역임한 백작의 이름을 땄고 1893년에 지었으니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내부를 관람하는 별도의 투어가 있을 정도로 유서가 깊고 규모는 웅장하다. 백작이 유령이 되어 구시가를 서성이고 있다는 전설은 빛바랜 퀘벡과 잘 어울린다.

그물처럼 엮인 골목들은 운치를 더한다. 화가들이 자신들의 그림을 내다 파는 뜨레조르 거리는 파리의 몽마르뜨를 닮았다. 골목 밖 발걸음이 재고 빠른 데 반해 이곳의 발자국 소리는 느린 템포다. 화가들은 에스프레소 한잔, 담배 한 모금으로 또 하나의 더딘 작품이 된다.

골목을 벗어나면 만나는 교회 이름도 노트르담이다. 페르몽 르 샤토 프롱트나크 뒤쪽으로는 테라스 뒤플랭이라는 나무로 된 산책길이 늘어서 있는데 이곳에서는 물길이 좁아지는 세인트 로렌스강이 내려다 보인다. 퀘벡은 자칫 프랑스 지명 같지만 캐나다 원주민 말로 ‘좁은 수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구시가

어퍼타운에서 ‘목 부러지는 계단’을 따라 로어타운으로 내려오면 쁘띠 상플랭 지구다. 톱니바퀴열차인 퓨니쿨러가 운행되지만 목이 부러질 만큼 가파르거나 숨이 차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번화가인 쁘띠 상플랭 지구를 만난다는 게 가슴 뛰고 설렌다.

17세기에는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들의 저택이 즐비했다는데 현재는 부띠끄 상점과 다채로운 카페들이 늘어선 골목이다. 골목 끝 루알레 광장 한 가운데에는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흉상이 버티고 있다. 이 골목의 의아한 풍경은 건물의 한 단면을 채운 벽화들이다. 옛 퀘벡 사람들의 생활상을 실제 크기로 그려낸 벽화 안에는 샹플랭 등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구시가를 벗어나면 퀘벡의 새로운 단면이 이어진다. 주의사당 옆 그랑달레 거리는 바와 클럽이 몰려있는 신시가지의 대표 거리다. 밤이 되면 퀘벡의 청춘들이 새하얗게 몰려든다. 세인트 로렌스강을 따라 나란히 늘어선 360번 도로는 ‘왕의 길’로 불리는 북미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퀘벡시티를 에워싼 로렌시앙 산맥은 서쪽 몽 트렘블랑까지 이어진다. 고원지대인 로렌시앙의 중심마을인 몽 트렘블랑에서는 세모 지붕 집들이 담긴 호수 풍경에 가슴이 잠시 내려앉는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밴쿠버나 토론토까지 에어캐나다 등 항공편을 이용한 뒤 퀘벡시티행 비힝기로 갈아탄다. 캐나다 입국 때는 별도의 전자비자가 필요하다.

숙소=퀘벡시티에서는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위치한 힐튼 호텔, 델타 호텔 등이 고급 숙소에 속한다. 각 호텔부터 구시가까지는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기타정보=캐나다의 겨울은 한국보다 추운 편이다. 밤낮의 기온차도 심해 반드시 두꺼운 옷을 준비해야 한다. 메이플 시럽이 곁들여진 비버 테일 등은 간식거리로 맛보면 좋다. 전기용품을 사용할 때는 110V용 별도의 커넥터가 필요하다. 캐나다 관광청(kr-keepexploring.canada.travel)을 통해 자세한 추가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