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겨울 나들이는 눈이 즐겁고 따사롭다. 바다와 담장을 캔버스 삼아 푸른 통영을 그려낸 공간들이 골목마다 담겨 있다. 그 위에 예술가들의 숨결이 덧씌워진다.
통영은 300리 한려수도의 관문이다. 조금만 높은 언덕에 올라도 짙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가로등 밝히는 저녁 무렵에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거리 곳곳에 피어오른다.
통영 미륵산 자락으로 향하면 건물 자체가 작품인 독특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통영의 피카소’로 불리던 추상화가인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이다. 전혁림 화백은 통영에서 태어나 타계했으며 고향인 통영을 화려한 색으로 담아낸 작가다. 미술관에는 전화백의 작품 80여점과 관련자료 50여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은 멀리서 봐도 다른 건물들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인상으로 다가선다. 관내에는 카페가 있어 작품과 음악을 감상하며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휴식의 시간도 마련된다.
통영에 흔적을 남긴 아티스트들
남망산 조각공원과 청마 문학관은 통영 예술 나들이때 두루 둘러볼 곳들이다. 청마 문학관은 바다가 보이는 정량동 언덕에 자리 잡았다. 문학관에는 ‘그리움’, ‘행복’ 등 유치환이 남겼던 수려한 시들과 그의 시세계를 소개하는 책들이 보관돼 있다. 강구안 바다를 끼고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통영을 음미하는 호젓한 산책로로 안성맞춤이다.
통영 일대가 유명한 예술가들의 사연만 묻어나는 것은 아니다. 강구안에서 이어지는 골목 사이에 웅크린 벽화마을 동피랑은 따뜻한 그림이 있는 마을이다. 중앙시장 뒷길을 따라 동피랑 골목을 굽이굽이 오르다보면 다양한 벽화들이 길손을 반긴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항구와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기거했던 과거를 지닌 동피랑은 한 때 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미술학도들은 독특한 골목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골목마다 그림을 꽃피워냈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비탈의 사투리)이라는 뜻으로 마을 언덕 중턱까지 오르면 통영 앞바다가 드리워진다.
벽화 골목 동피랑과 강구안
동피랑에서 강구안으로 내려서면 통영의 유서 깊은 공간들과 조우한다. 강구안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전함이 정박하던 곳으로 초입에는 거북선 한척이 실제 크기로 전시돼 있다. 삼도수군의 본영이 있던 세병관은 현존하는 목조 고건축중 가장 넓은 곳으로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여객선 터미널 방향의 서호시장은 이 일대에서 나는 해산물들이 모두 모이는 곳이다. 자연산 활어부터 건어물까지 사계절 해산물이 넘쳐나며 즉석에서 막 회를 맛볼 수도 있다. 새벽 경매 시간때가 피크로 경매구경을 끝낸뒤 졸복국, 굴밥 등으로 시원한 속풀이가 가능하다. 시장 인근에는 통영의 명물인 충무깁밥집과 선술집이 몰려 있다. 충무김밥은 오징어, 매운 무, 어묵이 어우러진 옛 모습 그대로 예술가의 도시 통영을 더욱 따사롭게 추억하게 만든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예전 남해고속도로와 국도를 경유할 때 보다 가는 길이 1시간 가량 단축됐다. 사천공항에서도 통영시내까지 직행버스가 오간다.
▲숙소=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는 객실 어느 곳에서나 바다와 통영항을 감상할 수 있다. 항남동의 통영해수랜드는 해수사우나와 찜질방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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