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빛 동백꽃과 찰진 주꾸미의 앙상블

선홍빛 동백꽃과 함께 찰진 주꾸미를 맛보는 재미는 이채롭다. 서천 마량포구는 3월말이면 동백꽃이 꽃망울을 틔우고, 오동통한 주꾸미가 쏟아지는 시기다.

마량포구는 서해에서 일몰, 일출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포구로 유명한 곳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서면 마량리 일대는 동백꽃과 주꾸미 잔치로 분주해진다.

마량리, 홍원항 등에서는 수십척의 배들이 총동원돼 주꾸미를 낚는다. 3월 주꾸미는 ‘소라방잡이’로 건져내 제 맛을 전한다. 큰 배로 바닥을 긁어내는 그물잡이는 양은 많아도 맛이 떨어진다. 법으로도 금지돼 있다.

“가을 낙지, 봄 주꾸미”

제철 주꾸미는 알은 통통하고 다리는 쫄깃쫄깃하다. 머리를 깨물면 구수한 먹물이 입 안 가득히 배어난다. 특히, 데친 주꾸미의 머리에는 밥알처럼 빼곡하게 알이 들어 있어 미식가들이 최고로 친다. 주꾸미는 4월 말, 5월초에 알을 낳고 세상을 뜬다. 4월이 지나면 질겨서 그 맛이 떨어진다.

올해 3월18일 시작된 동백꽃 주꾸미 축제는 4월 2일까지 이어진다. 마량리 아줌마들이 내놓는 다양한 주꾸미 요리를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주꾸미를 다듬는 마을 아낙네들은 “가을 낙지, 봄 주꾸미”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전한다. 호젓한 여행을 즐기려면 축제기간의 주말은 피하는 것도 요령이다.

주꾸미 잔치가 열렸던 마량포구에서는 5월 하순이면 자연산광어도미축제도 열린다. 축제가 번성해진 뒤로 옛 포구의 모습은 많이 퇴색됐지만 그래도 서해 포구 마을의 정취를 마량의 길목에서 엿볼 수 있다.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숲

인근 마량리 동백정과 동백나무숲은 서천 8경중 1경으로 꼽히는 명소다. 붉은 동백 꽃잎과 어우러진 동백정은 서해를 배경으로 고즈넉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에는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동백정 언덕마루에 오르면 무인도 너머로 지는 서해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꽃동산에서 연인들은 몰래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이곳 동백꽃은 3월 중순 피기 시작해 4월 초 절정을 이룬다. 뿌연 황사 속에서도 붉은 자태는 도드라진다.

핸들을 돌려 서천 남쪽으로 향하면 월하성, 선도리,송석리 갯벌이 조성돼 있다. 갯벌 체험지 인근에는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섬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월하성 인근의 모래사장은 이곳 주민들이 남몰래 즐기는 해변이다. 물이 빠지면 뭍에서 인근 띠섬으로 길이 열린다. 띠섬 해변은 깊고 푸른 물이 특이하다.

매 1,6일 들어서는 한산 오일장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한때 서천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한산오일장은 새벽 일찍 문을 여는 모시 장터로도 유명하다. 장은 오전 무렵이면 대부분 마무리되지만 한산지역의 공예가가 만든 ‘한다공방’, 3대가 가업을 이어가는 ‘아성대장간’ 등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한산장터 나들이는 제법 훈훈해진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이라면 서천읍 수산물특화시장에서 시골장의 온기를 느끼며 푸짐한 해산물로 입을 즐겁게 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서천IC에 닿기 전 춘장대IC에서 미리 빠져나와야 한다. 10분 정도 달리다 서면 방향으로 우회전한 뒤 직진하면 마량포구. 서천읍에서 20분 간격으로 마량리행 버스가 운행된다.

▲음식, 숙소=봄 주꾸미는 회 찜 샤브샤브 무침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주꾸미 축제기간에 활어 장터가 들어선다. 춘장대 해수욕장 앞의 모텔들이 비교적 깨끗한 숙소다. 마량포구 초입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기타정보=서천에는 가볼만한 박물관이 두루 있다. 식물 생태의 보고인 국립생태원은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새롭게 문을 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역시 해양생물의 모든 것을 다양한 체험을 통해 엿볼수 있다. 종천면 희리산 휴양림은 산 전체가 해송천연림으로 이뤄져 있으며 등산로를 따라 서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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