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서린 추억의 골목길을 거닐다

창원 마산 원도심은 따사롭고 눈이 즐겁다. 도시의 세월과 사연을 담아낸 거리와 구성진 골목을 거니는 살가운 체험이 기다린다.

창동예술촌, 오동동 소리길 등은 마산 원도심을 채색하는 골목들이다.

1950~80년대 마산의 온기를 더듬으려면 마산 원도심인 창동으로 향한다. 마산합포구 창동은 옛 마산의 최대 번화가로 문화예술과 상업의 중심지였다. 마산은 진해, 창원을 아울러 창원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기 전, 경남 최대의 도시로 명성을 떨쳤다. 마산이라는 이름은 추억이 됐지만 옛 공간들은 도심의 낭만을 간직한 채 이방인을 반긴다. 청춘들의 소담스런 산책코스, 추억을 되새기는 옛 거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나란히 들어서 있다.

옛 도심의 낭만적인 변신, 창동예술촌

창동은 옛 시민극장 일대를 중심으로 250년 역사길과 문화예술의 향수를 간직한 곳이다. 한때 인파로 북적이던 번화가는 경기불황으로 쇠퇴했고 빈 상가들이 늘면서 슬럼화되기 시작했다. 마산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는 빈 점포를 예술 공방으로 변신시키고 창동예술촌이라는 아늑한 골목길을 만들어냈다. 골목에는 갖가지 설치 미술 외에도 공방, 소극장 등이 스며들었다. 미로같은 골목을 거닐다 길을 잃어도 우연히 맞닥뜨린 벽화 한 점에 슬며시 미소가 깃들게 된다.

창동예술촌은 마산예술흔적, 에꼴 드 창동, 문신 예술 골목으로 크게 나뉜다. 마산예술흔적골목에는 마산르네상스 시절의 예술을 더듬고 있으며 50~80년대 골목의 향수가 묻어난다. 에꼴 드 창동은 작은 옷가게와 공방 등 예술인과 예술상인이 공존하는 테마 골목이다. 문신예술골목은 마산을 대표하는 조각과 문신을 추억하는 공예 거리가 주를 이룬다.

창동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재조명 받았다. 드라마속 코아제과, 시민극장 등은 실제로 마산 주민들이 즐겨 찾던 공간이었다. 시민극장은 사라졌지만 코아제과는 추억의 빵집으로 남아 도시인의 이정표와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통술집과 미술관이 어우러지다

창동예술촌에서 내려서면 산책로는 오동동 소리길로 이어진다. 마산의 명물인 통술집을 만나는 것도 ‘오동동타령’의 본고장인 이곳 소리길에서다. 한낮에 간판만 드리운채 을씨년스러운 통술골목은 해질무렵이면 술 한잔 걸치려는 애주가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최근에는 신도심 쪽으로 통술집이 여럿 이전했지만 그래도 추억의 맛과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는 소리길의 원조 통술집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마산 원도심을 단장하는 공간들은 시장, 미술관들을 다채롭게 끌어안고 있다. 의류도매시장과 떡볶이 골목으로 유명했던 부림시장에는 한지, 도자기 등 다양한 테마 공방들이 들어선 문화예술시장으로 변신했다.

부림시장을 지나 언덕을 올라서면 건물 자체가 작품인 독특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인 문신의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야외조각전시장 등을 갖추고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마산시내의 전망이 탁월하다. 마산을 병풍처럼 에워싼 무학산, 해양레포츠와 산책길이 어우러진 돝섬 등도 옛 마산에서 두루 둘러볼 명소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서울에서 마산까지 KTX가 다닌다. 약 3시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20~25분 간격으로 버스가 오간다. 4시간 30분 소요, 역과 터미널에서 창동까지 시내버스 이동이 가능하다.

▲음식=마산은 아귀찜이 대표 별미다. 아귀찜은 꾸득하게 말린 아귀를 물에 불린 후 된장을 넣어 끓인다. 여기에 고추장 양념과 콩나물. 미나리 등을 수북하게 더해 매콤한 찜으로 먹는다. 매콤하고 담백하게 씹히는 아귀의 식감은 안주로도 제격이다.

▲기타정보=저도연륙도는 마산의 푸른 바다를 감상하기에 좋다. 다양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맛보려면 마산어시장을 찾는다. 큰 부담 없이 활어회를 맛보는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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