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송이 장미향연에 물들다

초여름, 삼척 오십천교에서 삼척교까지는 물감을 흩뿌린 듯 온통 천연색 장미세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장미 화원이 오십천 둔치를 화려하게 채색한다. 수백만 송이 장미가 넘실대는 매머드급 꽃동산이다.

삼척에 가면 파도 소리에 취하고, 붉은 장미향에도 푹 빠질 수 있다. 오십천 장미공원의 향연은 봄부터 늦여름까지 강변따라 가시덩굴처럼 이어진다. 슈왈츠아로마, 아베마리아, 핑크퍼퓸 등 이름도 이국적이고 낯설다. 아직 봉오리를 열지 않는 수줍은 장미부터, 만개 뒤 고개를 떨군 것까지 표정도 제각각이다.

200여종 장미 피는 매머드급 화원

장미공원에는 8만여㎡에 222종 장미, 15만주를 심어놓았다. 화원은 다소 성기고 투박해 더욱 정감이 간다. 로즈가든 사이로는 산책을 위한 오솔길을 놓았으며 꽃밭 가운데로는 디딤돌을 둬 '예쁜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셔터를 눌러대는 연인들의 낯빛은 백장미보다 환하다. 오솔길에서 깡충거리는 꼬마는 자맥질 하듯 얼굴이 붉은 꽃잎 사이를 넘나든다. 모두들 예외 없이 미소가 한 가득이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면 공원 위로는 삼척의 명물인 바다열차가 지난다. 옆 둑방길에는 뙤약볕을 피할 나무 산책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분수대, 잔디공원, 포토존, 맨발공원 등도 아기자기하다. 공원 어느 벤치에서 숨을 돌리던 오십천의 산들바람이 이마를 어루만진다. 그 바람에 장미향과 꿀벌 윙윙대는 소리, 아이들 "까르르" 웃는 소리가 뒤섞인다. 정상동 장미공원은 삼척버스터미널에 오십천 방향으로 도보로 5~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공원 입장료는 무료다.

파도해변과 연결되는 걷기좋은 길

선홍빛 삼척 여행에는 푸른 감동이 더해진다. 꽃구경과 함께 삼척의 바다를 만난다. 장미공원은 삼척의 걷기 좋은 길과 연결된다. 장미공원에서 정라동 삼척항까지는 산책하며 닿는 거리다. 추억의 정라동 골목을 배회하는 것만으로는 가슴은 먹먹하다. 정라동 동사무소 앞에는 50년 전통의 삼거리식당냉면집이 아직 영업중이고, 곰칫국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횟집 간판들 너머로는 멀리 정라동 언덕이다. 항구의 배경처럼 다닥다닥 붙은 언덕위 집들은 포구가 비대해졌어도 옛 정라항 시절 모습 그대로다.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는 미로같은 골목길을 서성거리는게 삼척 여행의 묘미다. 언덕에 앉아 포구를 바라보면 장미공원의 꽃향기 대신 미역향 가득한 바다내음이 스며든다.

바다길 산책은 삼척항에서 새천년 해안도로의 비치조각공원까지 연결된다. 곳곳에 전망대를 만들었고 벼랑 아래 해안까지 쉼터를 꾸몄다. 길을 걷다 지치면 나무의자에 앉아 발을 감쌀 듯 튕겨오는 파도와 마주할 수 있다. 새천년해안도로 산책길은 소망의 탑을 지나 비치조각공원까지면 넉넉하다. 소망의 탑에는 새천년의 소망을 담은 타임캡슐이 묻혀 있고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코스 비치조각공원은 해질 무렵 풍경이 단아하다. 낮은 조명 아래 파도소리와 어우러진 야외음악회도 잔잔하게 열린다.

장미공원 인근, 관동팔경인 죽서루는 대밭을 오가는 운치가 있으며, 강릉~동해~삼척의 해안선을 운행하는 바다열차나 궁촌~용화해변을 오가는 해양레일바이크 역시 낭만적인 체험거리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동해고속도로를 경유, 7번국도로 진입한 뒤 동해시를 거쳐 삼척에 닿는다. 서울에서 4시간소요. 서울강남고속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수시로 버스가 출발한다. 청량리를 출발해 제천, 정동진을 거쳐 삼척해변(후진)역에 도착하는 해안선 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운치 있을 듯.

▲음식=회를 먹으려면 임원항 회센터 골목을 추천. 다양한 횟집뿐 아니라 회센터가 밤늦게까지 문을 연다. 삼척항에서 시내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삼거리 식당은 비빔냉면으로 유명하다.

▲숙소=삼척항 새천년도로변에 모텔 등이 들어서 있다 도계읍 신리너와마을이나 미로면 들풀학교에서도 민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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