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 상류, ‘은밀한 휴식처’

남대천 상류 법수치는 양양의 호젓한 휴식처다. 계곡 소리와 쏟아지는 별빛의 향연을 즐기며 한여름밤의 추억을 남기기에 좋다. 펜션을 별장삼아 물 맑은 법수치에 몸을 담그거나, 언덕 너머 동해 바다로 나서는 일도 일상처럼 연결된다.

연어가 오른다는 남대천 상류, 법수치 계곡에 닿기 전 처음 만나는 마을이 어성전이다. 어성전은 물고기가 성과 밭을 이룰 정도로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곳은 바다에서 귀향한 황어가 잡히거나, 은어를 낚으려는 플라이 낚시꾼이 몰려드는 낚시꾼들의 아지트다.

어성전 사거리에서 415번 지방도를 따라 오대산쪽으로 향하면 부연동 마을과 만나고, 7번 군도를 따라 달리면 법수치계곡으로 이어진다. 법수치로 오르는 10㎞ 길에는 아담한 펜션들이 옹기종기 자리잡았다.

오대산 자락의 물 맑은 계곡

법수치는 호젓한 절경과 함께 휴식처로 다시 재조명 받는 곳이다. 인적 드문 냇가에서 가족들이 계곡 한 곳을 차지한 채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처럼 플라이 낚시에도 빠져 볼 수 있다.

동틀 무렵 법수치 계곡 물은 청옥빛을 낸다.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새벽에 소리와 물빛이 진면목을 뽐낸다. 법수치는 불가의 법문처럼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불가에서 예를 올릴 때 이곳 맑은 물을 떠갔다고 한다. 오대산 자락의 응복산(1,359m)에서 내려오는 법수치 계곡에는 꾹제구, 뚜거리 등 토속 어종과 꺽치 산천어 등이 서식한다. 쇠나드리, 굴아웃 등 동네 이름에도 정겨움이 묻어난다.

강원도에서 건봉사 다음으로 큰 절이었다는 명주사를 끼고 어성전 사거리에서 부연동 마을로 접어드는 415번 지방도 역시 운치 있다. 새벽녘 뿌옇게 구름이라도 끼었으면 신선마을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머구재를 지나 부연 약수 한 사발을 마시면 톡 쏘는 맛에 입안이 얼얼해진다. 부연동 마을 외딴 분교에서는 ‘잠시 꺼두셔도 좋다’는 모 휴대폰 CF가 촬영되기도 했다.

남애항, 하조대 푸른바다의 앙상블

법수치에서 산과 계곡을 감상했으면 계곡에서 가까운 양양의 바다를 둘러볼 차례다. 어성전 사거리에서 418번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7번 국도와 만나는 곳에 위치한 한적한 포구가 바로 기사문 포구다. 아침이면 경매가 열리는 정경을 볼수 있는데 중매인의 빠른 손놀림과 싱싱한 횟감들만 바라봐도 신명이 난다. 기사문 포구에서는 자연산 회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양양을 대표하는 해변인 하조대 해수욕장을 기점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남으로 달리면 잔교, 북분, 동산 해수욕장 등 간이 해수욕장들이 늘어섰다. 양양의 남쪽 끝단에 자리잡은 남애항은 양양의 포구중 미항의 반열에 오른 곳이다. 남애항 언덕에 위치한 소나무 3그루가 이곳의 상징이다. 남애항과 남애 해수욕장에서는 영화 ‘고래사냥’에서 주인공들이 모래사장을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양양에서는 정겨운 양양 5일장을 들려볼 일이다.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시골 전통장으로 인근 시골에서 생산되는 각종 특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매 끝자리 4, 9일에 남대천 하류에 장이 들어서는데 남대천 따라 조성된 나무데크길만 산책해도 시원한 여름 나들이가 완성된다.

서진(여행 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7번 국도를 타고 하조대로 향하다 418번 지방도로 빠지면 어성전 가는 길. 어성전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법수치로 이어지는 7번 군도. 좌회전하면 부연동으로 가는 415번 도로다.

▲숙소, 음식=법수치 계곡에 다수의 펜션들이 자리해있다. 펜션들 대부분 계곡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다. 양양에서 주문진 가는길의 ‘동해막국수’는 소문난 막국수집이다. 기사문 포구에서는 자연산 회와 전복죽이 먹을 만하다.

▲기타정보=56번 국도변 구룡령(1013m) 길은 백두대간 산행이 가능하다. 구룡령은 아홉 마리의 용이 갈천약수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고개를 구불구불 넘어갔다고 해 이름이 붙었는데 옛길 트레킹이 인기 높다. 인근 송천 떡마을도 함께 들리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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