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호수에 느린 산책이 깃들다

허리띠 풀고, 장항선 타고 예산에 간다. 예산은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예당호는 '고요하고 느린'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삽다리 곱창, 광시 한우 등은 예산 여행을 더욱 넉넉하게 이끈다.

예산이 품은 예당호는 호젓한 여름 나들이를 부추긴다. 호수와 맞닿은 대흥면 일대는 느림을 섬기는 마을이다. 이곳은 슬로시티마을에 이어 '느린 꼬부랑길'이 조성된 뒤로 걷기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흥향교, 대흥동헌 등 오래된 가옥을 지나면 호수와 나란히 뻗은 시골길이 나오고 그 길은 봉수산 숲길로 연결된다. 어느 곳을 거닐어도 예당호는 좋은 길동무가 된다. 느린 꼬부랑길은 옛이야기길, 느림길, 사랑길로 구성돼 있는데 각 길들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코스로 가족들이 함께 거닐기에도 좋다.

느린 꼬부랑길이 경유하는 길목에는 ‘쉼의 공간’들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봉수산 내에 위치한 봉수산 휴양림은 예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풍광 좋은 위치에 자리했다.

느린 꼬부랑길과 예당호 산책

휴양림에서 호수쪽으로 내려서면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으로 연결된다. 대흥면에 실존했던 한 형제의 우애를 기린 공원으로 의좋은 형제의 사연은 교과서에도 수록돼 있다. 의좋은 형제 공원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예당호 생태공원이다. 생태공원에는 호숫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수변산책코스가 단장돼 있다.

예당호 조각공원 옆으로는 공연장과 커피 한잔 즐길수 잇는 호젓한 카페가 들어서 있다. 호수주변은 강태공들의 세상이다.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좌대들이 한가로움을 더한다.

예당호에서 광시한우마을이 지척거리다. 광시한우마을에 들어서면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30여곳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직영 농장에서 사육돼 공급되는 이곳 암소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가격 또한 착하다.

추사고택, 삽다리 곱창의 앙상블

삽교역을 기점으로 예산여행을 즐긴다면 추사고택, 수덕사 등이 둘러보기에 가깝다. 신암면 용궁리의 추사 김정희 고택은 '예향의 예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추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추사고택은 ‘ㄱ’자 모양의 사랑채가 위풍당당하게 손님을 맞이한다. 사랑채와 안채의 기둥들에는 기둥에 글씨를 쓴 ‘주련’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고 방에는 추사가 유배시절 그렸다는 세한도가 걸려있다. 추사고택에서 500m 떨어진 곳에는 천연기념물이자 우리나라에 7그루 밖에 없다는 200년된 백송이 세한도의 한 장면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다.

삽교역에서 추사고택을 오가며 삽다리 곱창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삽다리 곱창은 40여년전부터 삽교지역을 중심으로 연탄불을 이용해 구워먹는 곱창구이로 명성을 떨쳤다. 돼지곱창의 꼬들꼬들한 식감은 곱창 전골과 함께 담백한 맛을 이어오고 있다.

덕산온천 관광지를 지나 덕숭산으로 향하면 충남 북부를 대표하는 천년 사찰인 수덕사가 위치했다. 수덕사의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1308년에 지어진 것으로 국보 49호로 지정돼 있다. 수덕사 일주문 옆의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을 하던 곳으로 암각화가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한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 고속도로 당진JC를 경유해 대전 당진간 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에서 빠져나온다. 619번 지방도 따라 달리면 예당호에 닿는다. 용산역에서 예산역과 삽교역까지 새마을호, 무궁화호 열차가 다닌다.

▲음식=수덕사 앞으로는 더덕산채식당이 수십여곳 늘어서 있다. 식당마다 '수십년 전통'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1만원짜리 산채비빔밥만 주문해도 예산의 특산품인 삽다리 더덕과 함께 20여가지 산나물 반찬이 식탁위에 오른다.

▲숙소=예당호 인근에는 봉수산 자연휴양림이 묵을만하다. 덕산온천 인근에도 리솜스파캐슬 등 숙소가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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