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의 전설이 서린 ‘매혹의 섬’

누구나 한번쯤 푸른 에게해의 섬에서 휴식을 꿈꾼다. 그리스 산토리니는 여행자들에게는 로망의 섬이다. 고대 키클라데스 제도의 가장 남쪽에 있는 화산섬에는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의 전설도 담겨 있다.

산토리니에 대한 열망은 또렷하다. 흰 담장으로 단장된 골목길, 동그랗고도 파란 지붕. 섬은 강렬한 에게해의 바다와도 묘한 조화와 대비를 이룬다. 400개가 넘는 에게해의 꿈같은 섬 중에서도 단연 매혹적인 곳은 산토리니다. 산토리니는 눈을 감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런 장면을 품고 있다.

석양이 내리는 에게해의 골목과 마을

어느 항구에 내리든 여행자들은 산토리니의 번화가인 피라에 집결한다. 테토코풀루 광장 주변에는 그리스 전통식당인 타베르나와 가게들이 몰려 있고, 아침 거리에 나서면 이곳 주민들이 갓 잡은 생선을 내다 판다. 피라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들지만 아직 정겨운 사람냄새가 가득한 곳이다. 섬 속 풍경과 따사로움은 그리스 본토인 아테네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추억의 당나귀가 오르내리는 구항구 쪽으로 피라의 골목들은 늘어서 있다.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그 끝없는 흰 골목들을 헤매는 게 산토리니 여행의 묘미다. 에게해를 바라보며 절벽에 늘어선 집들은 골목마다 다르고, 아담한 문과 창이 제각각이다. 파란 대문을 열면 낮은 카페와 갤러리가 숨어 있다.

해질 녘이 되면 산토리니에 흩어져 있던 여행자들은 이아로 모여든다. 화산이 터져 절벽이 된 가파른 땅에 하얗게 채색된 가옥 수백 개가 다닥다닥 붙었다. 이아에서는 아랫집 지붕은 윗집 테라스가 되고 사람들은 테라스에 누워 에게해의 바람을 맞는다. 앙증맞은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거나 노천카페에 앉아 달달하고 차가운 프라푸치노 한 잔을 마신다. 골목을 배회하며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이아의 석양이다. 마을 너머 작은 섬 위로 해가 지고 붉은빛은 바다를 검게 물들인 뒤 하얀 마을 위에 내린다. 풍차가 있고, 십자가가 있고, 어깨를 기댄 연인들의 가녀린 입맞춤만이 은은한 실루엣이 된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고대문명의 섬

매혹의 섬은 풍광만으로 치장되지 않는다. 섬에 서린 사연과 전설이 덧씌워져 감동곡선을 높인다. 에게해는 숱한 문명의 요람이었고 바다는 자양분이었다. 미노스, 이오니아, 시칠리아인들이 바닷가에 도시를 세웠고 산토리니에서는 고대 키클라데스 문명이 번영했다.

산토리니를 지금의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것은 수천 년 전의 화산폭발이었다. 섬을 가라앉게 한 화산은 전설을 만들고 신화를 끌어들였다. 그리스인들은 오랜 문명과 침몰을 이유 삼아 산토리니를 전설 속에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로 믿고 있다.

산토리니에서는 분화구를 일주하는 투어에 참가하거나 페리사, 카마리 비치 등 해변을 찾을 수도 있다. 밤이 이슥해지면 포도향 가득한 그리스 술인 ‘우조’를 마셔도 좋다. 화산지형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산토리니 와인 역시 제법 그윽한 맛을 자아낸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팁

▲가는 길=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테네에서 산토리니까지는 항공기와 고속 페리가 다닌다. 고속 페리는 4시간 소요. 신항구인 아티니오스 항구에 도착하면 버스를 이용해 피라로 이동한다.

▲현지교통=피라 터미널에서는 섬 곳곳으로 버스가 다닌다. 경차 등 현지에서 렌트카를 빌릴 수 있다. 이아, 피라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2박3일 정도가 소요된다.

▲숙소, 레스토랑=숙소는 피라에 정하는 것이 좋다. 성수기에는 일찌감치 숙소가 동나니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9,10월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편이며 11~3월에는 문을 닫는 숙소도 있다. 전망 좋은 카페는 구항구 언덕위 피라 지역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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