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액티비티의 ‘찌릿한 메카’

스위스 휘르스트는 알프스의 체험천국이다. 융프라우 지역의 외딴 봉우리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넘쳐난다. 알프스의 창공을 가르고 트레킹에 나서는 일, 산악마을의 내리막길을 자전거로 질주하는 일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위스 알프스를 즐기는 방법은 대담해졌다. 예전처럼 호수 너머 설산의 경치만 음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록과 설경이 뒤섞인 공간에 직접 뛰어드는 박진감 넘치는 도전이 전개된다.

휘르스트는 알프스의 자연과 다양한 액티비티가 결합된 총아다. 그린델발트에서 휘르스트로 향하는 곤돌라 아래 정경은 농익은 계절의 흐름과 짙은 알프스의 향기가 담겨 있다. 세모지붕 샬레풍의 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선 가운데 산악열차들이 마을을 양곱창처럼 에워싸며 고즈넉하게 오르는 모습도 보인다.

그림같은 바흐알프 호수 트레킹

산악도시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닿는 휘르스트역(2168m)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들어서 있다. 절벽 아래 보행로를 따라 빙하 계곡을 내려다 보며 걷는 클리프 워크는 아찔한 산책이다.

휘르스트역에서는 ‘마운틴 로지’라는 산장이 이방인들을 반긴다. 하루 묵을 수도 있고, 등산화도 빌릴수 있으며 산장 앞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한다. 교회 밑은 이 일대 최고의 패러글라이딩 출발 포인트가 자리잡았다. 2000m 넘는 곳에서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하늘을 나는 것은 휘르스트 액티비티의 이색 체험의 반열에 올라 있다.

휘르스트역에서 바흐알프 호수까지 이르는 트레킹 코스는 아기자기하다. 산행길은 키 작은 풀과 야생화로 가득 채워진다. 이곳은 낮은 평균 기온 탓에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그 지리한 풀밭은 알프스의 젖소들에게는 귀한 터전이 됐다.

왕복 3시간 가량인 휘르스트 트레킹의 클라이막스는 바흐알프 호수를 만나는 것이다. 호수는 설산과 베르니즈 알프스의 봉우리가 데깔코마니로 찍어낸 듯 대칭을 이루며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갈길을 멈추고 호수의 정경에 한동안 넋을 잃어 자리를 뜨지 못한다.

창공 날고 산악마을 달리는 이색체험

휘르스트 산행의 재밋거리는 하산길 곳곳에 숨어 있다. 밋밋하게 곤돌라를 타고 내려서는 대신 다양한 액티비티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분을 촉진시킨다.

휘르스트역에서 슈렉펠트까지는 휘르스트 플라이어를 타고 케이블에 매달려 800m 거리를 시속 84km로 하강할수 있다. 굳이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설산 사이를 비행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슈렉펠트에서 보어트 역까지는 세바퀴 달린 마운틴 카트가 흥미진진하다. 내리막길을 낮게 달리며 봉우리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체험의 백미는 트로티바이크. 보어트에서 출발해 페달 없는 트로티바이크로 그린델발트까지 내리막길을 1시간가량 유유자적 달린다. 소가 풀을 뜯고, 방울 소리가 들리는 알프스의 전원마을이 바이크 옆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페달 없는 자전거를 타고 꼬불꼬불 오솔길을 따라 알프스 마을을 달리는 기분은 묘한 ‘중독의 재미’를 전해준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스위스 융프라우 지역의 관문인 인터라켄에서 열차를 타고 그린델발트로 이동한뒤 곤돌라를 타면 휘르스트에 도착한다. 휘르스트 곤돌라 편도 25분 소요, 곤돌라는 16시 45분까지 운행한다.

▲음식, 숙소=각각의 곤돌라역 옆에는 레스토랑이 있어 식사해결이 가능하다. 레스토랑들은 산장 형태의 산악숙소도 갖추고 있다.

▲기타정보=마운틴카트, 트로티바이크는 헬멧착용 필수. 융프라우 철도 열차를 무제한 탑승 가능한 VIP패스가 있으면 액티비티때 5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액티비티를 섭렵하는 데는 총 6시간 정도 필요한다. 휘르스트는 겨울이면 스키 슬로프와 눈썰매장으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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