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맛 여행은 오감이 즐겁다. 깊은 전통의 맛에, 따사로운 한옥과 사연이 곁들여진다. 한정식, 콩나물국밥, 피순대, 막걸리, 백반, 비빔밥... 1박 2일 여행에 무엇을 먹을까만 손꼽아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맛의 본고장'을 꼽을 때 전주를 빼놓을 수는 없다. 전주의 맛은 먹는 재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 연기 사이로는 오래된 한옥의 사연과 세월이 묻어나는 골목, 시장이 어우러진다. 입과 코가 즐겁고 눈과 귀까지 배부른 ‘오감’ 맛 여행이다.

가족과 함께 찾는 전주라면 품격 높게 한정식집 문을 두드려 봐도 좋다. 전주의 전통 음식은 크게 두 갈래로 구분된다. 한 축은 유명한 콩나물밥과 비빔밥이고 다른 한축은 백반과 한정식이다. 콩나물밥과 비빔밥이 장터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백반과 한정식은 집안의 여인들이 만들어내는 가정식 밥상에 기초를 두고 있다. 기본적으로 30여 가지 반찬이 한 상 부러지게 나오는데, 어느 식당에서 한정식을 주문하던 '백반 큰상'에 견주는 정성과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전주 시내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한정식집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한옥마을에만 들어서도 한정식 간판을 내건 한식집들을 골목마다 만날 수 있다.

젓갈, 전주10미가 곁들여진 한정식

예전 전주 읍내장은 남원 읍내장과 더불어 전라도내 최대 규모의 시장을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각 지방의 좋은 재료들이 전주로 몰려 들었다. 한정식상에는 바다, 강, 산, 들, 하늘에서 나오는 것들이 화려하게 깔린다. 전주 한정식의 단골메뉴인 황포묵, 모래무지, 애호박, 게 등은 전주 10미에 속한다. 여기에 손맛이 깃든 명란젓, 새우젓, 오정어젓 등과 젓갈로 담근 김치가 곁들여져 매콤한 맛을 더한다.

포만감에 취해 창밖으로 눈을 돌리면 우아한 곡선미의 한옥집이 시선을 편안하게 감싼다. 굳이 전주까지 달려와 한식을 맛보는 데는 단순히 맛 뿐 아니라 이 고장에서 느껴지는 기품과 분위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한정식 대신 가정식 백반을 택하더라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제대로 들어선 백반집에는 반찬 한 가지에도 전주의 맛이 깃들어 있다.

뜨끈한 콩나물밥에 피순대국 ‘한 숟갈’

한옥마을 외곽의 동문문화 거리는 문화공간과 콩나물국밥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선 곳이다. 40년 세월을 자랑하는 홍지서림, 헌 책방 길목을 지나면 왱이집 등 콩나물 국밥집들이 24시간 손님을 반긴다. 수북한 콩나물, 담백한 육수에 곁들여지는 모주 한 사발, 수란 한 그릇은 이 지역 콩나물 국밥집의 트레이드마크다. 일부 한옥마을의 숙소들은 아침으로 콩나물국밥집 쿠폰을 끊어주기도 한다.

전주성의 유일한 성문인 풍남문 너머 남부시장 역시 서민들의 숨결이 묻어나는 맛집 골목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콩나물 국밥외에도 피순대가 유명하다. 예전 막걸리와 함께 장터 사람들이 속을 뜨끈하게 풀어준 피순대국밥은 요즘은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다. 남부시장 2층에는 다양한 테마 카페의 청년몰이 생겨나 1층의 구수한 분위기와는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다.

전주의 어느 곳을 배회하던 거점은 한옥마을에 마련하는게 좋다. 대부분의 맛집들이 한옥마을 인근에 둥지를 틀고 있다. 경기전이 내려다 보이는 찻집, 은행나무길에 위치한 팥죽집, 푸짐한 고명이 곁들여진 비빔밥집 등 전통향기 가득한 식당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부채박물관, 술박물관 등 다양한 테마 박물관과 전동성당, 교통아트센터 등도 두루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전주역까지 ktx등 열차가 오간다. 승용차의 경우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나온다. 풍남문을 경유하면 한옥마을이다

▲음식=‘한벽루’, ‘궁’ 등이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왱이집, 삼백집은 콩나물국밥이 별미다. 남부시장 피순대 ‘조점례남문피순대’가 입소문이 났다. 비빔밥은 가족회관, 풍남정 등이 명소다.

▲숙소=한옥마을 일대에 한옥 숙소가 다수 있다. 풍남헌, 삼도헌 등이 묵을만한 고택이다. 한성관광호텔도 깔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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