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심하다고 꼭 수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척추 진료를 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진료실에서 여러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을 보게 됩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척추수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허리 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내릴 때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을 해야 되느냐고 많이 묻곤 합니다.

특히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심한 허리 통증이 처음 생겨서 걷기조차 불편한 분들. 허리를 조금만 움직이려 해도 심한 통증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 그리고 아예 거동이 잘 안 돼서 119구급차를 타고 내원하시는 분들은 수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많은 걱정과 공포를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40대 여성이었습니다. 심한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는데요. 환자는 일주일 전부터 처음 느껴보는 허리 통증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앉았다 일어날 때와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고 합니다. 의자에 조금 오래 앉아있는 것도 무척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물리치료도 해보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봤다고 합니다. 별 효과가 없어서 필자의 병원을 찾았다고 힘겹게 그 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통증과 별개로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합니다. 저 또한 이분이 왜 그런지 짐작이 되기는 합니다. 잠깐 상황 설명을 해드리고 MRI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말씀을 드리자 바로 예상했던 질문이 날아듭니다. “수술은 정말 싫은데요. 꼭 수술해야 되나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라 일단 검사 후에 자세한 것은 말씀 드리기로 하고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추간판탈출증이 한군데 있었고 당연히 수술을 할 필요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검사 결과 상태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단지 통증이 심했을 뿐 이었습니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환자분들이 많이 오해를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심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심한 통증이면 곧 수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허리 디스크는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보통 MRI 검사에서 보이는 심함의 정도와 통증의 정도는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119를 타고 오는 통증이 심한 환자분들도 검사를 해보면 꼭 심한 허리 디스크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 왜 그런 차이가 있는지는 이전에 칼럼에서 설명 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 내용이 목적이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고 그럼 어떤 때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리 디스크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보통 10% 내외라고 봅니다. 먼저 빠른 수술이 바로 필요한 경우는 마비 증상이 있는 환자로 심한 디스크로 인해서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많이 빠지는 경우입니다. 또 드물지만 마미총 증후군이라고 해서 대소변의 장애도 같이 동반되는 경우 빠른 수술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그 다음 빠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수술적 치료를 생각해야 되는 경우는 검사상 심한 디스크 상태이면서 1-2개월 정도 여러 가지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어 증상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가 수술을 고려 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수술은 환자 상태와 여러 객관적인 검사 소견을 통해서 신중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단지 통증이 심하다고 해서 막연히 미리 수술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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