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황 작약 백출 복령 택사 내복자 토사자 행인 황정 천문동 복분자 적석지 운모 송진 장미뿌리 옻 상륙뿌리 마자인 국화 질려자 저실자 측백엽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종 때 나라에서 편찬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75권 보유방(補遺方)의 신선제방(神仙諸方) 즉 신선을 만들어 주는 처방에 들어가는 주요 한약재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은 먹고 살기 바빠서 신선이 되는 꿈을 애시 당초 포기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은 이번 생애의 권력과 재력이 주는 삶의 윤택함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신선이 되려고 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진시황제다. 하지만 그는 도사(道士)가 매일 빚어서 올린 단약(丹藥)을 많이 먹어 단약의 주 재료인 금석약(金石藥) 그 중에서 특히 수은에 중독되어 사망하게 된다.

백성의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나라가 주관이 되어 편찬한 의서에 신선방(神仙方)이 있다는 것이 색다르지만 백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도 신형(身形)편에 양생법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신선방 안에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천문동(天門冬)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하면 천문동을 먹고서 신선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천문동을 분말로 만들어서 하루 세 번 12g씩 술 하고 함께 먹거나, 천문동 1.2Kg, 숙지황, 건지황 각 600g을 분말로 만들어서 한 개 4g 정도 되게 환(丸)으로 빚어서 하루에 3번 한번에 3알을 술에 풀어서 먹는다.

이 두 경우 금기해야 할 사항은 잉어를 먹으면 않된다는 것이다. 신선방 중에 오늘날에도 쓸 수 있는 처방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태을신단’이다. 너무 노쇠하고 기력이 약해서 한약 기운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노인에게 쓸 수 있는 처방이다. 꿀과 모유를 같은 양으로 해서 사기그릇에 부은 다음, 한두 번 끓여서 매일 공복에 한잔씩 복용하는 처방이다. 이 처방을 보면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는 ‘노인과 여인’이란 그림이 생각난다. 수의를 입은 야윈 노인이 젊은 여인의 커다란 젖가슴에서 젖을 빠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사연을 모르면 야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이 그림을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에게 음식이나 물 한 모금 주는 것 마져도 허용하지 않자 딸이 아버지에게 젖을 물린 것이다. 천문동의 성질은 차고 맛은 달고 쓰다.(寒甘苦) 천문동(天門冬)은 맥문동(麥門冬)보다 더 성질이 차갑다. 맥문동이 허파와 위장과 심장으로 약효가 유입되었다면 천문동은 약효가 허파와 신장으로 귀경한다. 맥문동보다 더 차고 더 끈적거려서 주로 폐장(肺臟)으로 가서 폐에 음분을 공급해서 폐의 건조한 부분을 촉촉하게 윤폐(潤肺)하고 찬 성분으로 폐에 남아 있는 불길을 잡아끈다. 대표적인 효능이 자음(滋陰), 윤조(潤燥), 청폐(淸肺), 강화(降火)다.

폐음(肺陰)이 부족해서 허파가 말라가면 우리 몸의 음분을 총 관장하는 신장(腎臟)의 음분이 이를 공급하게 되는데 이 둘 다 모두 음분(陰分)이 부족하게 되면 양(陽)만 외로이 치솟아서 열(熱)을 발생하게 된다. 이를 음허발열(陰虛發熱)이라 하는데 허파와 신장의 음분이 부족할 때 음분을 보충하면서 열을 끄는 것이 천문동이다. 기침 즉 해수(咳嗽)와 토혈(吐血), 폐위(肺痿), 변비 같은 질환은 맥문동과 같은 원리로 치료되는 것이고, 천문동은 찬 성질이 보다 더 강한지라 허파가 열로 인해서 폐옹(肺癰, 고름이 섞인 가래)이 되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소갈(消渴) 즉 당뇨(糖尿)는 상소(上消), 중소(中消) 하소(下消)로 나뉜다. 물을 먹어도 갈증이 끊이지 않는 증상을 상소라고 하고, 끊임없이 먹어도 허기가 지는 것을 중소라고 하고, 소변량이 많고 기름같이 뿌연 것이 뜨는 것을 하소라 한다.

상소는 폐열(肺熱), 중소는 위열(胃熱), 하소는 신음허발열이 주요 원인이다. 천문동은 상소(上消)를 치료하는 요약(要藥)이다. 향약집성방의 신선제방의 서문(序文)에 “인체는 큰 조화를 받고 태어났지만 추위와 더위, 과로와 나태, 수면량과 활동량에 따라 질병이 생긴다. 만약 하늘에서 받은 참됨을 따르지 않으면 지극한 본성이 저절로 손상된다.”고 했다. 새겨들어 봄직한 얘기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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