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에 펼쳐지는 아라비안나이트

이집트 바하리아(Bahariya) 사막은 경이롭다. 노을이 물들고 사막에 어둠이 깃들면 숙연한 감동이 찾아든다. 빛과 사막이 만들어내는 신기루들은 아라비안나이트의 한 장면처럼 현기증을 불러 일으킨다.

카이로 남서쪽의 바하리아는 아라비아어로 ‘북쪽 오아시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300km 사막 도로를 달리면 바하리아의 주거지인 바위티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티로 오는 동안에는 온통 모래 뿐, 단 한곳의 사막 휴게소를 만난다.

바위티의 정경은 사막마을의 한적한 모습을 담고 있다. 노새를 타고 달리는 촌부들, ‘히잡’(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것)에 얼굴 가리개를 덧대 눈만 드러나는 ‘니캅’을 쓰고 다니는 아낙네들과 마주친다. 주거지역은 허물어진 담장에 지붕 없는 집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슬람교도의 예배시간이 있는 금요일 낮의 바위티 거리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는 한산한 풍경이다.

사막캠핑의 출발점인 바위티

바위티가 분주해진 것은 90년대 중반 바하리아 인근에서 ‘황금 미라의 계곡’이 발견되면서 부터다. 이 일대에는 룩소르에 버금가는 1만여구의 미이라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막으로 투어를 나서는 지프차들은 대부분 이곳 바위티에서 출발한다. 바위티에서 오아시스로 향하는 사막도로 주변에 이색 풍경인 백사막, 흑사막이 위치해 있다.

사막으로 들어서는 길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양탄자, 식탁, 음식을 지붕에 실은 4륜구동 지프차들은 검문소를 거쳐야 하고 사막의 자욱한 먼지와 모래 수렁도 헤쳐야 한다. 지프차들은 사막 위에서 그들만의 도로표시판을 따라 달린다. 흰 모래와 작은 자갈이 이정표가 되고 길이 된다.

석회암이 굳어져 만든 백사막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바하리아에서의 하룻밤을 위해 백사막을 찾는다. 석회암들이 굳어져 만든 백사막은 누런 빛깔의 모래 위에 거대하고 흰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바람에 실려 굳어진 버섯, 말 모양의 모래덩이들은 울퉁불퉁 솟아 있다.

거친 모래바람을 일으킨 4륜 구동차들은 해가 지면 바람막이용 병풍으로 용도가 바뀐다. 차와 양탄자를 엉기성기 엮으면 아늑한 보금자리가 마련된다.

노을이 찾아들면 경배와 찬미의 시간이다. 한 낮에 모스크에서 기도를 올렸던 사막의 베두인족들은 또 한번 머리를 조아린다. 캠핑용 텐트를 치고 불을 지피고 수프를 끓이면 사막에서의 조촐한 만찬이 시작된다.

어슴푸레했던 지평선마저 흔적을 감추면 완연한 사막과의 관계가 무르익는다. 눈앞을 가득 채운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진다. 사막의 싸늘한 밤은 웃옷을 겹쳐 입어도 찬 기운이 등 뒤에서부터 스며든다.

백사막과 함께 눈을 현혹시키는 것은 흑사막이다. 사막 위에 나열된 흑사막 봉우리들은 피라미드 같기도 하고, 낮은 야산들의 행렬 같기도 하다. 모래에 철분이 뒤섞여 검은 빛을 띠는 흑사막은 거칠고 투박하다. 흑사막 봉우리에 오르면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량들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아득한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

사륜구동차들은 반짝거리는 크리스탈 마운틴과 유목민들의 젖줄 역할을 했던 아인 일 이즈 오아시스도 경유한다. 세상과 사막을 연결하는 한 줄기 도로에는 신기루 같은 세상이 끝없이 이어진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수도 카이로가 사막 캠핑 여행의 관문이다. 카이로까지는 중동을 경유하는 다양한 항공편이 운항중이다. 이집트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다.

▲캠핑=바하리아 백사막에서의 캠핑은 1박2일, 2박3일 일정이 주를 이룬다. 카이로에서 바하리아 오아시스로 출발해 바위티 마을, 크리스탈 마운틴, 백사막, 흑사막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며 캠핑은 대부분 백사막 지역에서 진행된다.

▲기타정보=사막의 낮은 뜨거워도 하룻밤 묵을 때는 두꺼운 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넉넉한 연료와 물은 필수이며 밤낮의 기온차가 커 두꺼운 옷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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