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아케이드가 골목길을 잇다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Bologna)는 중간지대의 성격이 짙다. 도시는 베니스에서 피렌체, 밀라노에서 로마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 있다. 볼로냐는 구도심 전역이 아케이드로 연결된 진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시이기도 하다.

볼로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대학도시이며 ‘이탈리아 요리의 수도’라 불리는 미식의 고장이다. 구도심 가운데에는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기호학 교수로 재직한 볼로냐 대학이 위치해 있다. 레지스탕스 역시 이 '붉은 지붕의 도시'를 거점으로 활약했다.

53km 이어진 회랑의 릴레이

무엇보다 도시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도심 거리를 끝없이 잇는 회랑(아케이드)들이다. 길게 늘어선 기둥들이 노천 지붕을 받치고 있는 '포르티코'로 불리는 회랑은 구시가 전역을 감싸고 있다. 비오는 날 우산 없이 다녀도 크게 불편할 일이 없을 정도로 포르티코는 꼬리를 물고 연결된다. 이탈리아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이런 회랑이 거리를 뒤덮은 도시는 드물다. 구시가를 잇는 회랑의 길이는 무려 53km에 달한다.

시에서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회랑을 보존하기 위해 도로를 무분별하게 넓히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차를 타고 지나치면 오래된 궁전의 테라스 사이를 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구시가의 오래된 회랑 아래는 성긴 나무판자의 흔적도 남아 있고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볼로냐의 언덕위 산 루카 사원에서 구시가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포르티코 길이 3.8km 이어진다. 600여개의 아치로 연결된 이 산책길은 참 아름답다. 포르티코 길을 내려서다 보면 '붉은 지붕의 도시' 볼로냐의 자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선명하게 그려진다.

별미 넘쳐나는 ‘뚱보들의 도시’

볼로냐의 구도심은 붉은 지붕의 미로같은 골목들이 방사선으로 뻗어 있는 구조다. 12개의 문을 통과한 길들은 구도심의 중앙인 피아자 마조레 방향으로 집결한다. 피아자 마조레 광장은 역사적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넵튠 분수, 산 페트로니오 성당 등 광장을 단장하는 소재들은 여느 중세 이탈리아 도시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구시가 대로인 우고 바시 거리에서 마주치는 쌍둥이 탑은 볼로냐의 상징이자 단테의 '신곡'에도 등장한 명물이기도 하다.

볼로냐의 또 다른 별칭은 '뚱보들의 도시'다. 볼로냐는 미식의 고장으로 명성 높다.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불리는 미트소스 파스타는 꼭 맛봐야할 요리다. 육류나 치즈를 파는 델리카트슨 식당이나 중앙 광장 옆 골목에 들어선 노천시장 역시 미식가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방문 코스다.

시민 협의체가 활성화 된 볼로냐는 레지스탕스의 아지트로도 알려져 있다. 독재자 무솔리니에 대한 저항이 가장 강렬했던 곳 중 하나로 독재에 저항해 목숨을 던졌던 시민들의 얼굴 조형물이 시청사 벽돌에 일일이 새겨져 있을 정도다.

고색창연한 볼로냐는 명품 자동차의 메카라는 반전의 뒷모습도 지니고 있다. 볼로냐 인근 지역에서 세계적인 이탈리아의 승용차 브랜드인 페라리가 태동했으며 페라리 박물관과 함께 람보르기니 박물관도 외곽에 자리해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볼로냐까지는 유럽 경유 항공편 등이 수시로 오간다. 교통의 요지인 볼로냐는 열차로는 베니스에서 1시간이면 닿는 거리다. 피렌체와 밀라노에서의 연결편도 다수 있다.

▲음식=파스타, 라자냐, 젤라토 아이스크림 등이 볼로냐에서 놓칠수 없는 먹을 거리다. 와인바 겸 델리카트슨으로 유명한 ‘탐부리니’ 식당은 이곳 주민들에게도 인기 높은 셀프 레스토랑이다.

▲기타정보=대학의 도시인 만큼 B&B 형태로 운영되는 민박집들이 많으며 시설이 꽤 깔끔한 편이다. 대중교통 수단 외에 일반 차량들이 차량통행제한 구역인 구도심에 진입하려면 시의 허가를 사전에 받고 등록증을 지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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