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공주 나들이는 타임머신을 탄 듯 떨림이 가득하다. 백제에서 출발해 선사시대, 현대미술관을 아우르는 이채로운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계룡산 갑사, 무령왕릉, 공산성 등 노천 박물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적들은 공주로의 여정을 설렘으로 채운다.

옛것의 흔적은 공주의 길목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한적한 거리만 서성거려도 선현들의 따스한 온기가 발끝에 전해진다.

공주 여행의 필수 코스는 공산성을 오르는 것이다.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백제가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왕도를 지켜왔다. 성곽을 걷다보면 공주의 옛 도심과 금강 줄기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조선 인조의 사연이 서린 쌍수정, 임진왜란때 승병의 훈련장소로 사용된 영은사 등이 산성 길 따라 자취를 드러낸다.

백제의 혼 묻어나는 유적들

공주의 걷고 싶은 길인 고마나루 명승길은 공산성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고마나루 명승길은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공주박물관, 한옥마을 등을 아우르는 백제의 혼이 묻어나는 길이다. 명승길에서 만나는 유물들은 백제의 흔적이 가지런하게 깃들어 있다.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백제 웅진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유적이다. 송산 자락에 위치한 7기의 고분군에는 왕과 왕비의 무덤 총 7기가 들어서 있다. 그중 하나인 무령왕릉에서는 웅진시대의 융성했던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현재 무령왕릉 등 일부 고분은 문화재보호를 위해 영구 폐쇄됐지만 기존 왕릉을 동일한 크기로 재현한 모형관에서 무덤 내부와 출토 유물들을 살펴 볼 수 있다.

왕릉에서 국립공주박물관까지는 선현의 호흡을 되새기는 탐방로가 호젓하다. 공주를 상징하는 국립박물관에서는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4000여점의 출토품 외에도 마한, 백제,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공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왕과 왕비의 금제 관식 등은 빼어난 면모를 자랑한다.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만나는 석장리 박물관은 공주 유적 중 가장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공간이다. 금강변 금곡로에 들어선 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사박물관으로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을 발굴해 전시하고 있다. 강변 옆에 조성된 선사시대 인물 모형. 움막집을 배경으로 선사시대체험도 흥미진진하다.

계룡산 자락, 갑사로 가는길

계룡산 방향으로 접어들면 시간 여행은 반전으로 무르익는다. 계룡산을 등지고 자리한 임립미술관은 충청남도 사립 미술관 1호로 1997년에 문을 열었다. 임립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 조각 작품 전시 외에도 다채로운 체험과 자연속에서 산책이 곁들여진다. 조각상이 들어선 길을 따라 걸으면 작은 호수가 이어진다.

불교 유물이 낱낱이 흩어진 계룡산 갑사로의 여정은 상념을 돕는다. 통일신라 화엄종 10대 사찰중 하나인 갑사는 고구려의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삼신불괘불탱화 등 국보 외에도 철당간, 동종 등의 보물이 담겨 있다.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갑사구곡 길은 겨울 정취 속에 더욱 담백한 빛을 발한다.

공주 시간여행은 산성시장에서 마무리 짓는다. 산성시장은 1937년에 문을 연 공주 유일의 전통시장으로 서민들의 근대사와 함께 한 공간이다. 전국의 약재상이 몰려들던 공주 약령시의 전신이 산성시장으로, 매 끝자리 1,6일이면 5일장이 들어선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천안논산고속도로 공주 IC에서 빠져나온뒤 금강철교를 경유한다. 서울경부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중이다.

▲음식=산성시장 뒷문과 이어지는 맛골목에서는 칼국수가 명성 높다. 칼국수를 수육과 함께 내놓기도 하고, 뽀얀 칼국수 대신 매운양념을 듬뿍 넣어 쓱쓱 비벼먹는 비빔 칼국수로 얼을 빼놓기도 한다. 40여년 전통의 ‘초가집’ 등은 공주 칼국수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숙소=공주한옥마을은 옛 한옥의 정취를 고스란히 재현한 도심속 공간이다. 국립공주박물관 초입에 자리했으며 뜨끈한 구들에서 겨울밤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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