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감기라도 걸려서 감기약을 먹으면 몽롱하면서 맥을 못 추고 해롱해롱하고 몸이 붕 떠는 것처럼 하면서도 졸려서 끊임없이 잠에 취한 경험을 누구나 다 겪어보았을 것이다. 감기약 성분 중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마약성분과 비슷한 에페드린(Ephedrine)성분이 들어서다. 실재로 에페드린의 분자식을 살짝 바꾸면 암페타민이라는 강력한 마약성 흥분물질이 된다. 이런 이유로 2014년부터 고단위 에페드린 성분이 들어 있는 감기약의 판매가 제한되고 있다. 마황의 속명이 Ephedrae Herba다. 속명에서도 나와 있듯이 마황의 주요 작용 연결고리는 에페드린(Ephedrine)이다. 감기약에 들어 있는 에페드린과 같은 성분 그대로 들어 있기도 하고 에페드린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d슈도-에페드린, L-에페드린 같은 물질이 들어 있다. 마황의 약리작용은 이들의 작용으로 봐도 무방하다.

에페드린의 약리작용은 크게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평활근에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심혈관계에 Digitalis와 동시에 복용하면 부정맥을 유발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의 마황복용은 신중해야 한다. 중추신경계 작용은 특히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미친개가 달려드는 것 같이 우리 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거나 껄끄러운 대상을 만나야 하거나, 상사에게 꾸중을 듣거나, 남들의 비방을 들을 일이 벌여서 악플로 긴장해야 될 상황이 나타나면 교감신경이 흥분된다. 그런 상황을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서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원리로 식욕을 억제해서 비만 관리를 할 목적으로 마황이 사용되는 것이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불면, 불안, 손 떨림, 심계 항진, 오심, 구토, 변비, 입 마름, 두통, 어지러움 같은 불편증상도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평활근에 작용하면 근육이 쉬 피로하지 않게 하는 항피로작용이 있다.

대한 한의학회지 2017년 9월호에 ‘비만 치료에서 마황 및 에페드린의 유효성, 안전성에 대한 고찰’이란 논문이 실렸다. 논란의 중심이 되는 마황에 대해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마황은 수 천 년 이상 사용되어온 한약재로 비만관리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은 인정되지만 안전성에 의문부호가 찍혀 사용하는 사람도 복용하는 사람도 오랫동안 혼란을 가져온 한약 중의 하나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3년 미국 FDA에서 마황이나 에페드린의 부작용에 대해 조사해 과량복용이 심근경색, 중풍, 간질, 정신질환 등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인과관계에 대한 부분이 충분하게 소명되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켰다. 위 논문은 마황과 카페인을 투여한 실험 참가자에게서 체중이나 체지방이 양호하게 감소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피험자들이 주로 교감신경 항진증상이 나타났지만 임상시험을 중단할 정도로 심한 이상반응을 보인 실험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사들은 마황의 부작용을 이미 숙지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부작용 없이 온전히 마황의 약효를 끄집어낼까를 수 천 년 동안 고민해왔다. 원광대 한의대에서 펴낸 ‘한약 이야기 모음’에 마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를 들여다보자. 약초 캐는 한 늙은이가 제자를 거두었는데 그 제자가 어떤 풀을 함부로 쓰다가 사람을 죽인 사단이 일어났다. 스승은 앞으로 그 한약을 쓸 때는 마번(麻煩) 즉 번거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마황(麻黃)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황(黃)은 마황의 색깔이 누런색이라 붙여졌다. ‘번거로운 일을 발생시키는 누런 풀’ 정도가 그 의미다. 제자에게 잘 못 쓰면 큰일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데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아무런 한의학 지식이 없이 단지 살이 빠진다고 비만 약에 엄청난 용량의 마황을 썼다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느 한의사도 멍청하게 마황만 단독으로 쓰는 경우는 없다. 그 사람의 체질과 체력, 병증의 단계에 맞게 용량을 조절하고 여러 한약을 섞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마황을 쓰니 전문가가 처방한 마황은 안심해도 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