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자연이 뒤엉킨 ‘매혹의 땅’

바다 아닌 발리...상상하기 힘든 영역이지만 발리섬 중부의 우붓은 묘한 매력이 숨쉬는 땅이다. 화려한 포장을 한 꺼풀 걷어내면 예술과 자연이 뒤엉킨 새로운 고원지대가 다가선다.

우붓은 오랜 기간 문화, 예술의 아지트였다. 자연과 예술에 감명 받은 유럽의 미술가들이 수십년 전부터 몰려들었고 골목 곳곳에 소규모의 갤러리들을 만들어냈다.

우붓이 인도네시아 예술도시로 자리 잡은 사연은 수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자바에서 번영하던 힌두왕국이 발리로 망명하면서 함께 건너온 예술가들이 우붓에 터를 잡고 전통예술을 이어왔다. 발리전통 회화인 바뚜안 외에도 은세공 작품, 석조 공예 등을 길목 곳곳에서 엿볼수 있다.

갤러리 늘어선 느린 템포의 골목길

우붓의 ‘잘란 하노만’ 길을 걷노라면 예쁜 부띠끄숍들이 골목을 단장한다. 코끼리 조각이 지켜선 대문을 열면 배낭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로 연결되고, 자전거를 타고 나선 이방인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시작한다. 골목, 사람, 가게들이 온통 우붓의 향취를 자아내는 오브제가 된다.

우붓의 랜드마크는 ‘뿌리 사렌 아궁’으로 불리는 왕궁이다. 왕궁이라고 해서 거창한 규모는 아니다. 우붓의 마지막 왕이 1900년대 초반까지 거주했던 삶터는 이방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열려 있다. 왕궁 건너편은 우붓시장이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빛이 퇴색됐지만 우붓의 심박동을 느끼기 위해 한번쯤 지나쳐야 할 공간이다.

우붓은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진면목을 선사한다. 실상 우붓으로의 여행은 문화와 함께 뒤엉킨 자연의 속살을 탐닉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우붓에서 북쪽으로 30km 산악지대인 낀따마니는 반전의 땅이다. 활화산이 열리고 산정호수가 광활한 자태를 드러낸다.

낀따마니는 바뚜르산과 바뚜르 호수 일대를 통칭한다. 해발 1717m의 바뚜르산은 20여차례나 폭발한 전력을 지닌 활화산이다. 바뚜르 호수는 화산 분화구가 침몰하며 형성된 호수로 지름이 13km에 달한다. 화산토가 어우러진 낀따마니 일대는 질 좋은 발리 커피를 잉태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낀따마니, 화산과 호수에 기댄 사람들

낀따마니 언덕에서 구름을 등지고 산과 호수를 바라보는 아득한 조망은 감동의 일부일 뿐이다. 비좁은 호숫가길을 따라 마을 깊숙히 내려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호숫가 마을의 삶터에는 아이들이 호수에 몸을 던지고, 마을 절반 크기의 사원이 들어서 있고, 골목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외딴 산정호숫가 마을에서 그들만의 의식을 지켜보는 것은 색다른 볼거리다. 종교와 축제가 결합된 다양한 행사는 발리 사람들의 일상에 가깝다. ‘오달란’ 등 마을 사원의 창립일 날 치러지는 축제때는 주민들은 전통의상으로 곱게 차려입고 잔치에 참석한다. 과일이며 갖가지 먹을거리를 머리에 이고 발길을 옮기는 아낙네들의 몸동작은 균형미가 도드라진다.

우붓에서 낀따마니를 잇는 길목인 뜨가랄랑 마을에는 계단식 논이 촘촘히 펼쳐져 있다. 우리네 남해의 계단식 논을 닮았다. 낀따마니 고원지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발리의 농촌마을로 내려서는 일, 아융 강의 급류에서 래프팅에 도전하는 일 역시 우붓 일대의 체험으로 놓칠수 없는 일과들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팁

▲가는길=인천에서 대한항공,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 등이 발리까지 운항중이다. 발리공항에서 우붓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된다.

▲음식=‘와룽’은 현지인들이 찾는 백반집 같은 곳으로 진열장에 생선튀김, 국, 밥 등을 골라먹는 빠당 푸드를 맛볼수 있다. 구운 통돼지인 ‘바비굴링’도 이 지역의 별미다.

▲기타정보=우붓 도심 인근에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해 있으며 숲속에 들어선 풀 빌라 등 고급 숙소들도 두루 갖춰 취향에 맞게 하룻밤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 주민들의 종교는 힌두교가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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