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와 클레오파트라가 머물던 도시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의 훈풍과 맞닿아 있다.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 대왕이 세우고, 클레오파트라가 머물던 도시다. 단언컨대 도시의 어느 골목을 서성거려도 대왕과 여왕을 무심코 곱씹게 된다.

알렉산드리아는 나일강이 바다와 만나는 비옥한 델타 지대의 끝자락에 들어서 있다. 카이로 이전에 이미 천년동안 이집트의 찬란한 수도였고, 흥망과 성쇠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도시에서 전해지는 윤곽들은 그동안 조우했던 이집트와는 사뭇 다르다.

알렉산드리아는 알렉산더와 클레오파트라의 도시다. 기원전 4세기에 페르시아군을 무찌르고 이집트를 점령한 알렉산더는 수십개의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고 이집트의 파라오로 군림했다. 그중 가장 먼저 단초를 마련하고, 아직까지 남은 도시가 이 곳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여왕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 무대 역시 알렉산드리아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흔적이 남은 땅

고대 파라오의 유적과 카이로의 번잡함에 익숙해진 이방인에게 알렉산드리아는 이채롭게 다가선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상은 수도 카이로보다도 한결 친절하고 더디다. 옛 시가지와 시장 골목 사이를 가로지르는 트램 역시 낡고 투박하면서도 정겹다.

도심 곳곳에는 알렉산드리아만의 유적이 남아 있다. 가장 선명한 자취는 지중해 연안에 들어선 카이트베이 요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인 팔로스 등대가 서 있던 자리에 요새는 세워졌다. 15세기에 축조되고 재건된 요새 자체로도 의미가 큰데 사람들은 성곽 길을 거닐며 옛 불가사의의 온기를 더듬는다. 기원전 3세기 무렵 건설됐다가 부서진 등대의 석재들은 요새의 일부로 쓰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요새를 나서면 한적한 포구도시의 풍경이다. 알렉산드리아 만으로는 어선이 드나들고 꼬마들은 해변에서 물장난을 치며 주민들은 난간에 기대 해풍을 맞는다.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과 낚시꾼들의 뒷모습 역시 나란히 공존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면 알 무르시 아불 아바스 모스크는 돔과 첨탑을 드러내며 이곳이 변화된 이슬람의 도시임을 강변한다.

현세에 부활한 세계 최대 도서관

그레코로만 시대의 수도로 천년동안 융성했던 알렉산드리아는 이슬람세력에 의해 수도가 카이로로 옮겨진 뒤 한때 쓸쓸한 어촌마을로 전락했다. 인구 수백만명인 이집트 '제2의 도시'로 재활한 것은 서구 열강이 주도한 19세기 근대화 열풍이 불면서부터다.

도시에서 알현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유적들은 의외로 단출하다. 기둥만 하나 덩그라니 남은 폼페이의 기둥과 지하무덤인 카타콤, 원형극장 등이 아련하게 그레코로만 시대의 흔적을 대변하고 있다.

이 도시에서는 독특하게도 도서관이 도드라진다. 알렉산드리아는 정복의 위업을 담아낼 세계 최대의 도서관을 간직했었다. 옛 흔적을 되살리고자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2002년 완성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과거의 영화도 함께 되살려냈다. 이집트의 태양을 형상화한 도서관은 외관뿐 아니라 거대 기둥이 들어선 내부 열람실과 박물관 컬렉션도 수준급이다. 지중해의 훈풍이 부는 오랜 도시는 일상 속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정보

▲가는길=인천~알렉산드리아 구간을 카타르 항공이 도하를 경유해 매일 운항중이다. 알렉산드리아~도하간 항공기내에서도 한국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 인상적이다. 이집트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며 30일 동안 유효한 비자를 현지 공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먹을 것=지중해 도시라 생선 요리가 먹을 만하다. 라무르역 북쪽의 해안거리에 해산물 레스토랑이 밀집돼 있다. 생선이나 새우는 무게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사드자그루르 광장 주변에는 운치 있는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기타정보=통화는 이집트 파운드를 쓰며 달러나 유로를 가져가면 현지 호텔 등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그레코로만 박물관, 무명용사의 탑 등이 두루 둘러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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