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양권의 정수인 문학, 역사, 철학을 공부할 때 제일 힘든 것이 그 사람을 특정 짓는 단어에 관한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를 잃어 보면 춘추오패 전국칠웅 같이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호걸들은 적어도 대 여섯 개나 되는 언어로 그 사람을 규정한다. 진시황제를 보면 성(性)은 영(嬴), 휘(諱)는 정(政)이다. 일반 백성의 이름을 명(名)이라고 하지만 왕의 이름은 휘(諱)라 하는데 “꺼리고 기피한다.”는 뜻이다. 일반 백성이 감히 황제와 같은 이름을 쓸 수 없어 그 글자를 피해서 이름을 짓는 것을 피휘(避諱)라고 한다.

당 고조의 이름인 연(淵)이 연개소문의 연(淵)과 같아 당나라에서는 연개소문을 천개소문으로 불렀다. 씨(氏)는 진(秦), 조(趙)다. 성명(姓名)은 영정이고, 씨명(氏名)은 진정, 조정이며, 여불위의 아들이라는 설 때문에 여정(呂政)으로 불린다. 여기에 자(字), 아명(兒名), 호(號)가 4-5개 붙으면 한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너무 많아져서 역사나 소설에 여러 이름이 섞여 나오면 마치 다른 사람으로 착가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안 맞아 헷갈려서 책을 내려 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앞으로 번역할 때는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려고 여러 호칭을 쓰지 말고, 진시황제 같은 경우 진나라 영정(嬴政)이란 이름 하나로 통일해서 불렀으면 좋겠다.

한자문화권에서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인 명(名)은 고귀한 것으로 부모님이나 스승, 왕 외에는 함부로 부르지 못하고 심지어 직속상관이라도 그 사람의 이름(名)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결례로 여긴다. 그래서 관례 때 자(字)를 받아서 이걸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호(號)도 여럿 사용한다. 그래서 중국어로 “네 이름이 뭐니?(你叫什么名字?)”할 때 명(名)과 자(字)가 들어간 다. 금원사대가도 모두 본명보다는 자(字)나 호(號)로 더 많이 불려진다. 주화론(主火論)을 펼친 유완소는 유하간(劉河間), 공하론(攻下論)을 펼친 장종정은 장자화(張子和), 자음강화론(滋陰降火論)을 말한 주진형은 주단계(朱丹溪), 온보론(溫補論)을 주장한 이고는 이명지(李明之) 이동원(李東垣) 혹은 동원(東垣)노인으로 자주 불린다. 이고의 스승은 장원소(張元素)로 장결고(張潔古)혹은 결고(潔古)노인으로 불린다. 금원사대가에는 끼지 않지만 그의 학문은 깊이와 넓이 면에서 출중해서 이고, 나천익, 설기, 이중재, 조헌가 그리고 장개빈(張介賓)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12경락에 질병이 들었을 때 그쪽으로 길을 안내하는 한약재가 포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한약재라도 질병을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기능을 가진 한약을 인경약(引經藥)이라고 한다. 이고는 인경약에 대해서 스승인 장원소의 견해와 달랐다. 강활(羌活)과 그의 멋진 친구 독활(獨活)이 어느 부위로 한약재를 인경한다고 하는지 보자. 강활(羌活)에 대해 결고는 방광경, 동원은 소장경 인경약으로 꼽았고, 독활(獨活)은 결고는 신경(腎經)으로 본 반면 이고는 심경(心經) 인경약으로 꼽았다. 최근의 추세가 강활은 상부에, 독활은 하부에 작용하는 걸로 보면 결고가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경락으로 인경하는 한약 뿐 아니라 여러 통증부위에 대한 인경약은 동의보감 탕액서례(湯液序例)편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강활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맵고 쓰다.(溫無毒辛苦) 산표한(散表寒), 거풍습(祛風濕), 이관절(利關節)의 효능이 있다. 피부에 있는 찬 기운을 발산시키고, 풍습으로 온몸이 찌뿌듯한 증상을 없애서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뜻이다.

강활은 마황만큼 기운이 맹렬하지만 부작용은 적은 편이라 후대로 갈수록 마황보다 강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승하는 기운이 강해서 특히 상체 부위에 모든 통증에 응용할 수 있는 한약재다. 몸살감기에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감기약이며, 두통, 인후통, 항강근급(項强筋急), 낙침(落枕), 어깨결림 등에 쓸 수 있으며 어깨에서 팔까지에 이르는 모든 부위의 통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성질이 따뜻하지만 열을 잘 꺼트려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따뜻한 성질이 커서 음분(陰分)과 혈분(血分)을 졸일 수 있어서 잘 살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질환에는 사용할 수 없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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