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로 대 놓고 점심을 시켜먹는 식당의 아주머니가 많이 아픈지 최근에는 여러 번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이 때는 플랜 B를 가동해서 또 다른 밥집에 시키면 된다. 두 집 모두 최저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올라서 밥값을 올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직 올리지는 않고 있다. 단골집이라 그런지 저렇게 주고도 남을까 싶을 정도로 반찬을 많이 준다. 그리고 가끔 고기를 보충하라고 수육이나 삼계탕도 하나 그득 챙겨준다. 몇 번은 되지 않지만 가끔은 너무 푸짐하면 미안해서 선물로 소소한 것들을 함께 챙겨 보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단골집에 고마운 것은 요즘의 퓨전 요리가 아닌 어릴 적 먹던 음식 그대로 제철음식을 차려낸다는 점이다.

예컨대 고기가 올 때 오이고추 같이 아삭거리면서 덜 매운 고추를 보내주면 좋을 텐데 고추는 항상 땡초로 매운 것만 온다. 절대 양보는 없다. 하지만 점심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게 해 주고 점심이 어떤 메뉴로 한상 차려질까 궁금하게 한다는 점에서 점심을 늘 기대하게 만든다. 가끔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이 오면 주부8단인 송선생에게 물어보면 된다. 최근에 방풍나물이 왔는데 낯설었다. 한약재인 방풍이 우리나라 전역에서 나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방풍의 잎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아이러니하다. 방풍이란 한약재는 한중일 공정서에 모두 진방풍을 정품으로 규정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나라들 마다 조금씩 다른 한약재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방풍은 방풍(防風), 식방풍(植防風), 해방풍(海防風)으로 크게 3종류로 나뉜다. 그 중 정품은 방풍(防風)으로 생약명은 Saposhnikoviae Radix이며 산형과 진(眞)방풍의 뿌리다. 중국방풍, 북방풍(北防風), 원방풍(原防風), 관방풍(官防風)으로도 불린다. 중국의 내몽고 지역에서 생산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시험재배가 진행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형과의 Ledebouriella divaricata (Turcz.) Hiroe와 Ledebouriella seseloides(Hoffm.) Wolf도 방풍으로 부르지만 다른 품종이다. 해방풍(海防風)은 산형과 식물인 갯방풍의 뿌리로 일본에서는 빈방풍(浜防風), 중국과 대만에서는 북사삼(北沙蔘)으로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는 정품과 이름이 같지만 한자가 다른 원방풍(元防風)으로 부르며 생약명은 Glehniae Radix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해변 모래밭에 자생한다. 식방풍은 산형과 식물인 갯기름나물의 뿌리이며 중국에서는 빈해전호(濱海前胡)라고 부른다. 생약명은 Peucedani Japonici Radix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자란다. 품종이 다르니 가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꼭 쓸 일이 있으면 ‘정품 방풍’을 달라고 하면 된다.

진방풍의 용도가 다양한지라 한약재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대체하려고 해방풍과 식방풍을 쓴 것이 오늘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진방풍은 모두 수입이고 식방풍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고 해방풍은 국내와 수입이 반반 차지한다. 하지만 생약명이 다른 기원식물의 경우 약효가 많이 차이가 날 수 있어서 이 부분도 함께 알고 넘어가야할 듯하다. 방풍은 따뜻해서 찬바람 때문에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의 효능이 있다. 반면 식방풍은 차고 매워 열을 끄고 습기를 말리는 청열조습약(淸熱燥濕藥)이 있어 전호(前胡)와 비슷한 효능이 있으며 식물학적으로도 전호(Peucedani Radix)와 가까워 빈해전호라 부른 것이다.

해방풍은 서늘하고 달아서 사삼(沙蔘)과 같은 보음약(補陰藥)의 효능이 있어 북사삼(北沙蔘)이라 한 것이다. 참고로 사삼(沙蔘)은 중국에서 남사삼(南沙蔘)이라 부른다. 상한론의 관점에서 비교하면, 진방풍은 따뜻한 성질이 찬바람이 피부 표면에 들어서 생긴 질환을 치료하므로 태양병 약물에 해당되고, 식방풍은 성질이 차서 열을 끄는 청열(淸熱)의 효능이 있어 양명병 약물에 해당된다. 태양병은 오한(惡寒)이 주증상이고 양명은 발열이 주증상이므로 이 둘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해방풍은 인체를 무너뜨리려는 사기(邪氣)에 대항해 정기가 오랫동안 싸우면 미열이 발생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서 진액을 졸이게 되면 음분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 때 사삼(沙蔘)과 같이 쓸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