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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내 병명은 좌골신경통입니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오셨습니까?’ 처음 오신 환자분께 물으면 간혹 이렇게 대답하시는 분들이 있다. ‘저는 좌골신경통 입니다. 주사 한대만 놔 주세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고 환자분께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환자분의 단호한 말투로 인해 다음 말을 이어 가기가 어려워 질 때도 있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 보면 환자의 그런 단호한 진단(?)의 이유를 대략은 짐작할 수는 있다. 대략 엉덩이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통증을 다른 병원이나 또는 증상이 비슷한 환자들에게서 많이 들어봤으리라는 것. 아니면 혹은 TV 건강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말하는 증상이 자신과 똑같아서 ‘내 병명은 좌골신경통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좌골신경통이라는 말은 사실 정확한 진단명이 아니다. 머리가 아프면 두통이라고 하고 배가 아픈 것을 복통이라고 하는 것처럼, 엉덩이에서 다리 뒤로 내려가는 통증을 일컬어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의 좌골신경통이라 부른다. 참고로 좁은 의미의 좌골신경통은 좌골신경이 압박이나 손상 받을 때 나타나는 통증을 말한다. 복통이라는 증상이 있으면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좌골신경통이 있으면 그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이지 검사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좌골신경통은 종양이나 좌골신경이 지나가는 등 구조물에 의해 좌골신경이 눌리거나 좌골신경 자체의 손상이나 염증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좌골신경은 요추 4번, 5번 신경과 천추 1번, 2번, 3번 신경이 모여서 형성되는데, 이들 천추신경과 관련된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이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좌골신경’과는 관계없는 근육통이나 근근막통증 증후군에 의한 경우가 많아 진정한 ‘좌골신경통’이 아닐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 목발을 짚고서도 부인의 부축을 받아야 걸을 수 있었던 70대 남자 환자가 생각이 난다. 5년 전 엉덩이부터 허벅지와 종아리 뒤로 내려가는 극심한 통증이 발생되어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분이었다. 수술 후 잘 지내시던 분이 1주전부터 또 비슷한 증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쩌면 예전 수술을 받았던 때보다 더 고통이 심한 것 같다며 꼼짝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환자의 표정은 그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쉽게 짐작이 갈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진료실이 넓다고 착각할 정도로 부축을 받은 걸음은 느릿느릿했다. 환자는 이번에도 ‘수술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미리 각오를 하고 병원에 온 상태였다. 문진을 마치고 엑스레이 촬영을 해 보았더니, 예전의 요추 3-4-5번간 척추체 유합술을 받았을 때 삽입되었던 나사못들이 관찰되었다.

이정도의 수술을 받았고 또 당시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면, 현재 통증의 원인이 이번에도 척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우선 의심하게 된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MRI 검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에도 척추에서 문제를 찾기는 어려웠다. 수술 부위는 현재까지 잘 유지되고 있었고, 인접한 척추 마디에 약간의 척추관 협착증이 관찰되었으나 지금의 통증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이 환자는 디스크탈출증이나 신경관협착증처럼 척추에서 문제가 생겨서 통증이 생겼던 것이 아니라, 이상근이라는 엉덩이 속 근육을 지나던 좌골신경이 과도하게 긴장된 근육에 의해 눌리면서 통증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이 환자는 이상근증후군의 진단 하에 통증유발점에 주사치료를 받았고, 10분 뒤 밝아진 표정으로 귀가했다.

어쩌면 이분한테는 좌골신경통이 주사 한대로 나을 수 있는 병으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지만, 복통의 원인이 다양하듯 좌골신경통의 원인도 다양하다. 원인이 다르면 그에 맞는 치료 역시 달라야 할 것이다. 어떤 병이든 다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 주사를 찾기 보다는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함께할 의사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달려라병원 조희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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