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의 순풍이 닿는 발칸반도의 땅이다. 푸른 바다와 그 보다 짙은 하늘. 세르비아계의 피가 흐르는 도드라진 외모의 미녀들이 활보하는 곳이다. 크로아티아는 2018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크로아티아는 막연히 낭만적인 단어로만 치장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유고 내전을 겪었고 그 상흔을 씻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스플리트는 관광지와 번화가가 운치 있게 어울린 곳이다. 구시가인 그라드 지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데 이 구시가는 기원전 3세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은퇴 뒤 머물던 궁전이다.

궁전 안의 200여개의 건물은 상점, 카페 등으로 활용됐고 황제의 영묘로 사용됐던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에 오르면 스플리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궁전은 동서로 215m, 남북으로 181m 달하는 아담한 규모로 황제는 이집트에서 스핑크스를 가져다가 꾸밀 정도로 궁전에 애착을 보였다.

유고 내전, 로마황제의 흔적 깃든 스플리트

푸른 바다를 드리운 발칸 반도의 땅은 긴 질곡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 대전 후에는 문화, 언어가 다른 민족과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으로 통합됐다. 90년대 5년 동안이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전쟁과 그 상흔은 도시에 자욱하게 쌓여 있다.

국민광장 거리는 궁전골목과는 달리 현대식 예술작품들과 다양한 숍들이 늘어서 있다. 치즈 빛으로 채색된 옛 길과 도시의 미녀들이 활보하는 광장은 빠르게 연결된다. 관광객들은 해변을 바라보며 늘어선 노천 바에 앉아 자정이 넘도록 이곳 청춘들과 뒤엉켜 맥주를 들이킬 수 있다.

스플리트에서 아드리아해를 따라 달리면 성곽도시 두브로브니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브로브티크는 버나드 쇼가 ‘진정한 낙원’으로 칭송한 곳이다. 도시의 고고함을 지켜내기 위해 유고 내전 당시 유럽의 지성인들은 폭격을 막으려고 성곽 앞에 배를 띄우고 인간방어벽을 만들기도 했다.

두브로브니크의 중세 성벽 길 걷기

두브로브니크에서는 다채로운 삶들이 성벽 안에 공존한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약국과 이발소, 정육점이 있으며 도시의 수호 성인 성 블라이세를 기념하는 성당과 스폰자 궁전, 렉터 궁전 등도 이방인들도 반긴다. 베네치아로부터 두브로브니크를 지켜낸 신부 블라이세를 기념하기 위해 성안에서는 매년 축제가 열리고, 스폰자 궁전에는 이곳 천년의 역사와 유고 내전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에서는 독특한 걷기 여행이 인기 높다. 13~16세기에 지어진 성벽은 보존 상태가 완벽하다. 성벽의 길이가 무려 2km에 높이가 25m, 성벽 두께가 넓은 곳은 6m에 달한다. 절벽에 세워진 성 밑으로는 바닷물이 통하는 해자가 연결돼 멀리서 보면 성은 섬처럼 떠 있는 모습이다. 중세 성곽 도시의 어디를 거닐어도 월드컵의 파란 만큼이나 들뜬 감각을 쉬게 할 수는 없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수도 자그레브까지 전세기 형태의 직항편이 뜬다.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두브로브니크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 관광지는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는 버스로 4시간 30분 소요된다.

▲음식=해안가에는 싱싱한 해산물 요리를 내놓은 레스토랑들이 다수 있다. 이탈리아 음식이 많이 들어와 있어 피자, 파스타 식당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레스토랑들은 성수기인 5~9월에 음식 가격이 꽤 비싼 편이다.

▲숙소=호텔보다는 'sobe'라는 민박집에서 묵는 게 운치 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sobe' 팻말을 든 민박집 호객꾼들을 만날 수 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안내해 주는 숙소 역시 대체로 관광지에서 가깝고 묵을 만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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