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건복지부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검토하면서 “2019년까지 폭식을 조장하는 미디어나 광고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겠다.”는 일명 ‘먹방 규제’ 안을 발표하자 누리꾼들이 발끈하고 일어났다. 그러자 ‘강제적인 규제가 아닌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검토한 것이라고 한발을 뺐다.

정부에서 이런 내용을 검토하는 데 일정 부분 이해가 가기도 한다. 지상파 혹은 종합편성 먹방을 보다가 좋아하는 음식을 잘 하는 맛 집을 소개하면 한번 가 보고 싶은 생각도 들거니와 배달음식의 경우 당장 시켜서 소원수리를 한다. 또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쐬주’를 멋들어지게 한 잔 걸치는 걸 보면 그 유혹에 넘어가서 자기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고 서성거린다. 방송의 힘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생활의 달인’에서 소개하는 달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밝히는 비법을 보면 조리 단계가 정말 저렇게 까지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못하도록 일부러 복잡하고 이상한 재료를 사용하나? 하는 의구심이 스멀거리며 올라오기도 한다.

요즘은 전국에 음식 달인이 너무 많아 방송에서 보여주는 대로 믿는 대신 얼리어답터들이 남긴 SNS로 후기를 본 다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혹시 아직까지 맛의 달인이 되지 못한 전국의 음식점 사장님을 위해 오늘 특이한 책을 한권 소개하려고 한다. 이미 맛 연구가들이 그 책에 대해 언급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과 현대인의 입맛이 다르니 그 점도 미리 밝혀둔다. 산림경제(山林經濟)란 책이다. 숙종 때 홍만선(洪萬選,1643~1715)이 지은 농업 책이자 가정백과 서적이다. 4권으로 되어 있고 2권에 치선(治膳), 3권에 구황(救荒), 4권에 치약(治藥)이 있다. 치선(治膳)에는 각종 음식물을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되는지에 대해서 나와 있다. 그 중에 ‘정과 만드는 법(蜜煎果子法)’은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근육이 빳빳하게 뭉쳐서 쥐가 잘 날 때 모과(木瓜)를 쓰고, 목이 아플 때 도라지 즉 길경(桔梗)을 쓰는데 여기서 말한 정과로 만들어 수시로 복용하면 좋을 듯싶다. 특히 취루면(翠縷麪), 홍사면(紅絲麪), 영롱발어(玲瓏撥魚) 같은 이상하게 부르는 국수를 스스로 만들어서 먹어보고 맛이 탁월하면 “숙종 때 음식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켰다.”고 선전하면 스토리가 탁월해서 좋을 듯하다. 떡, 엿 부분도 잘 읽고 시도해 보기 바란다.

과잉영양 때문에 문제가 되는 지금과 달리 조선시대는 항상 배가 고파서 의학 서적이나 농업관련 서적에는 의례 구황작물(救荒作物)을 등재하고 있다. 이 책에도 배고플 때 허기를 면해 준다는 구황(救荒) 편이 있다. 마, 칡, 메밀, 연근, 잣, 대추 등등이 소개되어 있지만 칡은 구황으로 먹기에는 다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오늘 소개할 한약재는 칡이다. 칡은 발산풍열약(發散風熱藥)에 속해 있어 이번 여름같이 더위 먹어서 생긴 열을 꺼 주고 진액을 보충해줘서 해갈시키는데 좋은 한약재다. 한약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채취 시기가 중요한데 서리가 내려서 잎이 시들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이나, 새싹이 돋아나서 뿌리에 있는 양분을 소모하기 전인 초봄이 좋다. 갈근(葛根)은 변변한 먹거리가 없었던 초 봄 보릿고개 시절에 우리의 뱃속을 채워주었던 몇 안 되는 구황작물이었으며 본초학이 태동된 시기부터 한약으로 많이 사용된 한약재다.

최초의 방제학인 상한론(傷寒論)에 갈근이 들어간 처방이 5개가 나올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갈근(葛根)은 콩과에 속한 다년생 덩굴식물이다. 감초(甘草), 녹두(綠豆), 담두시(淡豆豉) 같은 콩과식물의 대부분은 독성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내가 통제될 때 가슴이 답답하게 열 불나게 되는데 이것을 흉번(胸煩) 즉 가슴이 미어터지게 답답한 증상을 말한다. 이 번(煩) 또한 콩과식물들이 주로 잘 잡아준다. 갈근은 성질이 약간 서늘하고 독은 없으며 맛은 달고 맵다.(微凉無毒甘辛) 이명으로 전분이 많다고 분갈(粉葛), 말려서 쓴다고 건갈(乾葛), 달콤하다고 감갈(甘葛)등으로 불린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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