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병원마다 다른 치료방법을 말하는 걸까?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병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게 되었다. 불과 3-40년 전에는 환자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눌러보고 X-ray를 찍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인지 경험적으로 예상하면서 진단을 하고 치료를 하면서 다시 올바른 진단인지 최종적으로 찾는 과정들을 반복했었다. 그러던 게 요즘은 진단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이젠 진단 기계들만 이용해도 병을 쉽게 찾아내는 시절을 맞이했다. 무릎만 40년 동안 치료한 엄청난 경험을 가진 의사 선생님과 막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 선생님 사이의 큰 격차를 MRI 검사가 해소해 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형외과 무릎전문의인 필자의 진료실에 중년 여성 환자가 타병원의 MRI 검사 결과를 복사해서 가지고 왔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MRI검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고 필자의 병원을 찾아온 것 같았다. 그간의 통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릎을 만져보고 아픈 곳을 확인한 뒤 환자가 가져온 MRI를 살펴봤다. 무릎 앞쪽 슬개건 힘줄 부분에 염증이 있었다. 바깥쪽 연골판의 파열이 40% 정도 진행된 상태. 퇴행성관절염은 중간 정도로 진행돼 있었다. 그런데 아직 무릎 전체에 염증이 심한 상태도 아니었고, 주로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시큰거리고 불편할 뿐 평지를 걸을 때는 불편함을 잘 느끼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학적 검진으론 바깥쪽 관절면에 큰 압통이 없고 슬개골 앞쪽의 압통은 보통 정도 이상이었다. 그래서 MRI 결과를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앞으로 무리한 활동을 금하고 실내자전거 운동을 꾸준하게 할 것을 권했다. 당장 생긴 염증은 약과 주사로 일단 가라앉혀 보자고 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환자분은 아주 의아한 표정으로 바로 질문을 던졌다. “수술 안 해도 되나요? 앞서 진료한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해서 내시경 수술을 해야 한다던데요.”

환자의 질문에 천천히 다시 설명을 했다. “물론 연골판이 찢어지면 결국 내시경으로 찢어진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골판이 갑작스럽게 찢어진 모양이 아니라 천천히 나이가 들면서 갈라지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미 연골이 절반 정도 닳았기 때문에 관절 내시경으로 찢어진 연골판을 정리하는 수술을 해도 퇴행성 관절염은 수술을 하지 않은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바로 내시경 수술을 하기 보다는 적절한 생활 습관 교정을 먼저 해서 염증을 잘 관리하실 수 있는지 시간을 가져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 때 수술을 고민해도 늦지 않으실 겁니다.”

이 환자는 다행히도 염증 관리가 잘 되어 몇 달에 한 번 정도 대면하면서 경과를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와 다른 사례도 있다. 앞서 언급한 환자와 비슷한 정도였지만 몇 달은 증상이 호전되고 잘 지내다가 다시 아파지면서 다른 증상이 동반되어 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 분들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엔 필자도 환자에게 원망 비슷한 것을 듣기도 한다. 결국 수술할 바에야 미리 할 걸 괜히 미루고 지내다가 오히려 시기를 더 놓친 것 아니냐는 항변 말이다. 필자는 무릎 치료만 10년 이상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반드시 옳고 어떤 게 반드시 그르다는 단순한 결론은 점점 내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같은 입력값을 넣어도 산출되는 출력값은 다 같지 않다는 것을 전문의 경험이 쌓여갈 수록 실감하고 있다. 물론 그 오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경험이고 기술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의학은 수학이 아니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은 진단은 기계가 하지만, 그 진단을 환자에게 적용해서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이다. 어떤 병은 치료방법에 정답을 가진 경우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병들도 정말 많다. 같은 병이라도 진행 정도에 따라서 칼로 무 자르듯 명쾌한 해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같은 진행 정도라 하더라도 각 사람의 생활 습관이나 활동 정도에 따라서 해답이 다를 수 있다.

지금도 같은 병으로 진단을 받았음에도 치료 방법을 여러 가지로 설명 듣고, 이를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럴 때 의사된 도리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설명으로 감정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아울러 어떤 선택을 하게 되든 최선을 다해 그 선택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독자들 중에도 혹시 병으로 시달리는 분들이 있다면, 먼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의사를 주치의로 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현재의 질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난 후, 주치의가 권해주는 방법을 충실히 실행하는 게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 질환으로 인한 고통과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우뚝 선 등대처럼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한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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