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골목 내려앉은 북아프리카의 낙원

함마메트의 지중해 해변
북아프리카 튀니지는 원색적이다. 프랑스풍 거리, 우윳빛 골목, '튀니지언 블루'의 지중해마을이 맞닿아 있다. 앙드레 지드가 사랑했던 해변에는 붉은 켈트 모자의 할아버지가 서성인다.

튀니지의 민트차처럼 이곳 지중해 마을들은 중독성이 강하다. 화가 파울 클레, 소설가 모파상, 앙드레 지드가 머물던 ‘시디 부 사이드’에는 푸르고 흰 골목이 내려 앉았다. 파란 대문, 하얀 담장으로 채색된 마을은 ‘튀니지의 산토리니’로 불릴 정도로 단아하다.

시디 부 사이드 골목

카뮈가 머물던 ‘튀니지의 산토리니’

북아프리카의 외딴 바닷가 언덕에 늘어선 카페들은 이방인들로 북적거린다. 카페 데 나트는 2층짜리 돗자리 다방으로 알베르 카뮈,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옛 문호들의 사랑방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앙드레 지드가 글을 썼다는 앙증맞은 테이블도 놓여 있다. 절벽 위 카페 시디 샤반은 지중해를 끌어안은 푸른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화가 파울 클레에게 '튀니지언 블루'의 강렬한 하늘과 바다는 작품활동의 큰 자양분이었다.

시디 부 사이드에서 벗어나 해변을 따라 달리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와 이어진다.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였던 도시에 들어서면 유럽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노천바들이 가득한 거리를 이곳 사람들은 파리처럼 ‘샹제리제’로 부르는 걸 좋아한다. 거리의 표지판은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병기돼 있다.

지중해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서면 해변도시 수스와 맞닿는다. 수스는 북부 튀니스에서 느꼈던 번잡한 정취와는 또 다르다. 한때 프랑스령이었던 수스는 지중해가 간직한 튀니지 최고의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 튀니지의 옛 도시들이 진흙으로 구워낸 투박한 벽돌로 채워져 있다면 수스의 옛 도심인 메디나는 흰색으로 치장돼 있다.

수스의 성채

세계유산인 바닷가 성채도시 ‘수스’

수스의 구도심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로 체감되는 문화적 깊이는 다르다. 튀니지는 세계 올리브 생산 2위 국가다. 수스는 한때 튀니지의 올리브가 거래되던 항구 도시였다.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리바트’로 불리는 성채를 지었고 성채 뒤로 도심인 메디나와 시장인 수크가 형성됐다.

수스 구도심

지중해를 내려다 보고 들어선 메디나는 다른 도시의 것과는 호흡이나 풍경이 다르다. 내륙도시의 메디나가 도시 속에 웅크린 채 닫혀있다면 수스의 메디나 어느 곳에 서나 바람과 바다가 울컥거린다. 수스에서는 바다향 가득한 수크를 무작정 헤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미로같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새로운 가게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민트차를 홀짝거리는 튀니지 남성들은 한가롭기로 따지면 세계 최고다. 낮이나 밤이나 수다를 떨며 차를 마신다.

수스의 리바트 성루에 오르면 메디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낮은 언덕을 빼곡하게 메운, 하얗게 채색된 삶의 단면과 감격스럽게 조우하게 된다. 수스는 인근 해변도시 함마메트와 더불어 튀니지 최고의 휴양지로 사랑받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은 지중해의 해변마을에서 더욱 더디게 흐른다.

여행메모 ▲가는길=한국에서 튀니지까지 직항 노선은 없으며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유럽 각지에서도 수스까지 비행기가 오가며 수도 튀니스를 경유해 육로로 이동할 수도 있다. 카타르나 두바이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음식=전통 음식인 쿠스쿠스가 인기 메뉴다. 쿠스쿠스는 밀가루를 누렇게 쪄낸 뒤 견과류나 채소 등을 얹어 먹는게 일반적이다. 시디 부 사이드의 식당들은 지중해에서 건져올린 해산물 요리로 명성 높다. ▲기타정보=튀니지에서는 프랑스어가 제2국어로 사용된다. 튀니지는 여성들에게 히잡의 의무 착용을 폐지했다. 도시 간 이동때는 ‘루아즈’로 불리는 8인승 합승차량이 주로 이용된다. 튀니지 입국에 별도의 비자는 필요 없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tour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