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고개를 넘는다. 민초들이 오가고, 선비들이 과거길에 오르던 문경새재는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최근에는 걷기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옛 길중 한 곳으로 평이한 흙길이 펼쳐져 있다.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을 넘어서면 가을볕은 흙길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길은 푹신하게 단장돼 있고 곳곳에는 성급한 단풍이 길손을 반긴다.

옛부터 신령스런 산으로 추앙받던 주흘산을 바라보며 새재를 오르는 길에는 옛길을 추억하게 만드는 유적들이 따사롭다. 새재를 넘어서던 관리들의 여관역할을 했던 조령원터가 남아 있으며 경상도 관찰사들의 발자국이 서린 교귀정도 들어서 있다. 조선후기의 한글사용 세태를 엿볼 수 있는 '산불됴심비', 3단 폭포의 풍미를 자랑하는 조곡폭포도 새재의 운치를 더한다. 조곡폭포를 지나면 1594년 조선 선조때 축성된 영남 제2관문인 조곡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곡관 너머 만나는 아리랑비

문경새재 아리랑비가 들어선 곳은 제2관문인 조곡관과 제3관문인 조령관 사이다. 조곡관을 지나 새재 계곡을 따라 500여m 오르면 작은 원두막 옆에 아리랑 시비가 들어서 있다. 평소 문경새재를 넘어설 때마다 가볍게 스쳐 지났던 돌덩이는 아리랑을 가슴에 담고 만나면 뜻깊게 다가선다. 아리랑비 옆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문경새재 아리랑 곡조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홍두깨 방망이 팔자 좋아/ 큰 아기 손질에 놀아난다/ 문경새재 넘어를 갈 제/ 굽이야 굽이야 눈물이 난다.'

아리랑 노랫가락에 나오는 물박달나무는 새재 길목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경새재 생태의 상징이다. 이 물박달나무가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수할 때 다 베어져 서울로 올라가 아리랑 노랫말에 그 상실감이 담겼다는 주장도 있다.

사연 많은 문경새재는 아리랑 외에도 시객들의 좋은 소재가 됐는데 한시만 별도로 모아 놓은 한시길이 조성돼 있을 정도다. 제3관문인 조령문을 둘러본 뒤에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도립공원 입구 방향으로 순회하는 걷기 코스가 일반적이다.

문경 찻사발에 가을을 담다

문경새재 도립공원 초입 역시 볼거리가 풍성하다. 도자기 전시관에는 문경의 찻사발 자기와 전통 망댕이 가마가 실물 그대로 재현돼 있다. 전통 도기를 빚는 실습도 가능하며 전시실 옆 공간에서는 무료로 차한잔 마실 수 있는 다도 체험장도 마련돼 있다. 문경새재 드라마 세트장이나 옛길 박물관에 들려 고갯길의 감동을 넉넉하게 정리할 수도 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문경의 자연은 풍취를 더한다. 문경 8경중 한 곳인 대야산 용추계곡에는 용이 암반을 뚫고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고모산성 역시 신라가 영토를 확장하던 시기에 축성된 석성으로 인근에 진남교반의 절경과 어우러져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대야산 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인 가은읍에는 의병대장 이강년의 기념관과 함께 석탄박물관이 자리했다. 석탄박물관에서는 폐광을 활용한 실제 갱도를 체험할 수 있으며 탄광마을과 갱도열차도 전시돼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문경전통시장과 매 끝자리 2, 7일 장이 서는 문경 5일장에 들려 이 지역 가을 특산물인 문경사과를 맛봐도 좋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서울 강남터미널, 동서울터미널에서 문경 점촌터미널까지 30분 간격 출발. 2시간 소요. 자가 운전의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와 문경읍을 경유해 이동한다.

▲음식, 숙소=문경의 별미로 손꼽히는 게 약돌 한우와 약돌 돼지고기로 읍내 식당에서 맛볼수 있다. 숙소는 용추계곡 옆에 위치한 대야산 자연휴양림이 묵을 만하다.

▲기타정보=문경온천은 중탄산과 알카리 온천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효능이 좋다. 고모산성 아래로는 카트 체험장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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