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 뿜어내는 와인의 숨은 보고

캐나다 서부, 'BC주의 따뜻한 심장'으로 불리는 오카나간은 와인의 숨은 보고다.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하는 와인 세상은 코끝부터 가녀리게 ‘아로마’ 향기를 전한다.

오카나간 호수를 따라 차를 타고 달리면 온통 포도밭 일색이다. 포도나무 언덕 너머에는 소담스런 와이너리들이 늘어서 있고, 포도밭 아래로는 햇살에 비낀 물결이 슬라이드 넘기듯 반복된다.

되짚어보면 스위스 레만호의 포도밭이 그랬고, 서호주의 마가렛 리버 일대 역시 비슷했다. 혀끝을 감싸는 그윽한 향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들은 풍부한 일조량의 온화한 땅에 비옥한 젖줄이 되는 호수와 강을 끼고 있었다. 오카나간 역시 그 축복받은 태생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부를 대표하는 100여개 와이너리

캐나다 와인의 절반 이상은 오카나간 라벨을 붙인채 각지로 실려 나간다. 주도인 밴쿠버의 저녁을 탐스럽게 장식한 와인들 역시 대부분 오카나간 것이다, BC주 와인은 150여년전 오카나간 호숫가에서 처음 잉태됐고, 1932년 최초의 와이너리 회사도 이곳에서 문을 열었다. 오카나간의 크고 작은 와이너리는 어느덧 100곳을 훌쩍 넘어섰다. 폭포로 유명한 온타리오주의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가 캐나다 동부 와인의 선두주자라면 서부에서는 오카나간이 대세다.

오카나간 호수의 대표 도시는 켈로나다. 밴쿠버로 대변되는 BC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지만 켈로나 여행의 대부분은 도심에 숙소를 잡고 이곳 와이너리들을 두루 둘러보는데 할애된다. '와인 트레일'. 제주의 올레길 투어처럼 와이너리를 길 따라 방문하는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빨간 구두가 라벨인 섹시 컨셉의 와이너리부터 라이브 뮤직을 즐길수 있는 와이너리까지 개성도 제각각이다.

이 가운데 몇군데를 콕 찍어 반나절 동안 테이스팅만 즐겨도 행복하다.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와인부터 언 포도송이로 만들어낸, 캐나다의 명물 아이스와인까지. 포도밭 바로 옆에서 드라마틱한 테이스팅이 이뤄지기도 한다.

호숫가 따라 독특한 ‘와인 트레일’

다채로운 와이너리 중에서도 애호가들이 손꼽는 강렬한 명소는 따로 있다. 풍광과 감동으로만 따지면 켈로나 서부의 '미션 힐 와이너리'가 단연 격조 높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은 와이너리는 연갈색 교회당과 정원이 조화를 이룬 꿈같은 곳이다. 정원 마당에는 잔디밭이 있고 교회당 뒤쪽으로는 포도밭과 호수가 늘어선 풍광이다. 교회당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 한 잔 즐기는 아늑한 시간도 마련된다.

섬머힐 와이너리는 이곳에서는 피라미드 와이너리로 통한다. 와인 저장고를 이집트 왕의 피라미드를 축소한 형상으로 지어 놓았다. 저장고 안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고,조촐한 촛불 의식도 진행된다. 피라미드식 저장고는 신기하게도 온도와 와인맛을 훌륭하게 유지해낸다. 석양이 아름다운 섬머힐 와이너리는 캐나다 최고의 와인생산지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오카나간 호수와 맞닿은 '퀘이스게이트' 와이너리는 포도밭과 벤치, 와인과 레스토랑이 앙상블을 이룬 명소다. '떼루아'(와인산지의 흙)를 마음껏 음미한뒤 포도밭 한 가운데서 식사를 즐기는 꿈같은 시간이 허용된다.

맛과 향의 천국인 오카나간 일대는 축제의 테마도 죄다 과일과 와인이다. 여름에는 복숭아 살구 축제, 가을, 겨울에는 와인을 주제로 장소를 옮겨가며 아늑한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햄메모

▲가는길=오카나간까지는 캐나다 BC주의 밴쿠버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밴쿠버 구간을 에어캐나다 직항편 등이 운항중이다. 밴쿠버에서 오카나간까지는 버스가 오가지만 와이너리를 두루 둘러볼 요량이면 렌트카로 이동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숙소=켈로나에서는 '컴포트 켈로나 스위트' 호텔이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머물기에 좋다. 호텔 로비옆에는 앙증맞은 실내 수영장도 있다.

▲기타정보=현지 와인을 맛보고 농장을 방문하는 별도의 와인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캐나다관광청(kr-keepexploring.canada.travel)이나 켈로나관광청(www.tourismkelowna.com) 등을 통해 자세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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