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잘못 선택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탑승수속 카운터 앞이 수속을 기다리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9월 추석 연휴 기간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해외여행객은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되며,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ㆍ예약 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은 12조 7884억 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소비자원 1372소비자상담센터는 9월 한 달간 '국외여행' 상담 건수가 1268건에 이르렀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는 이동전화 서비스(1437건), 휴대폰(1390건) 관련 상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숫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8년 8월에 비해 9월에 급증한 국외여행 관련 상담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주요 사례 중에는 여행사 폐업으로 인한 피해보상 문의가 눈에 띈다. 또 환불 규정, 여행 일정 등에 대한 상세 조건 안내 미흡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발생도 상담 사례에 많았다. 소비자 개인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지 요청 시 위약금을 과다 부과한 여행사도 있었으며, 여행상품 모집 인원 미달 시 여행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 통보를 한 경우도 있었다. 이 가운데 여행사 폐업으로 인해 접수된 소비자 피해 사례가 773건으로 지난해 1~9월 접수된 건수(96건)의 8배에 달해 심각성을 드러냈다.

여행사 갑작스런 ‘폐업’으로 소비자 피해 급증

특히 9월 3일부터 10월 1일까지 총 4개 여행사가 폐업 수순을 밟았다. 그 4개 여행사는 탑항공,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 싱글라이프투어다. 해당 4개 여행사는 올해 9개월 동안 773건의 여행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을 받아왔으며 이 가운데 684건으로 가장 많은 소비자 불만을 야기한 업체는 탑항공이다. 탑항공은 지난 1일 폐업했다. 더좋은여행이 59건, e온누리여행이 24건, 싱글라이프투어가 6건을 기록했다. 해당 상담 이유로는 환급금 미지급 관련 내용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각 여행사들의 소비자 피해 사례는 뭐가 있을까.

'저가 항공권 판매'를 전략으로 내세웠던 탑항공의 경우 예약을 취소한 항공권 구입대금 환급을 회사 사정을 이유로 60일이 경과할 동안 지연시켰다. 20대 남성 A씨는 지난 6월 20일 탑항공을 통해 인천-도쿄 왕복 항공권을 59만 8600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7월 5일 개인 사정으로 탑항공 측에 취소를 요청하며 환급 수수료 6만 6000원을 여행사에 지급했으나 환급 예정일이 60일이나 지난 뒤에도 여행사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환급이 지연됐다.

더좋은여행은 올해 8월 8일 출발 예정이던 국외여행 상품을 20대 여성 B씨에게 소셜커머스(특정 제품, 서비스에 일정 참가자 이상이 구매 신청을 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비즈니스 모델)를 통해 40만 7400원에 판매했다. B씨는 국외여행을 한창 기다리고 있었으나 출발 6일 전인 8월 2일이 돼서야 여행 취소 통보를 받고 여행사로부터 여행 대금 환급과 30%의 취소 위약금을 배상받기로 했다. 하지만 더좋은여행 측은 위약금 지급을 미뤘고 이에 B씨는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을 접수했다.

e온누리여행은 40대 여성 C씨를 상대로 9월 4일 출발 예정이던 베트남 다낭 여행 상품을 239만 6000원에 판매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출발 하루를 남겨둔 9월 3일 오후 e온누리여행으로부터 경영악화로 인해 폐업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에 불만을 전달했다.

싱글라이프투어의 경우엔 40대 남성 D씨가 8월 9일 몰디브 여행 상품을 1528만 9400원에 계약했다. 여행 출발 시점은 9월 24일이었으나 출발 4일 전인 9월 20일 싱글라이프투어 측은 부도로 인해 현지에 여행자금을 전달하지 못하여 여행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추후 보증보험을 통해 피해보상을 청구하라고 소비자에게 통보했다.

실제로 여행사 폐업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9월 10일부터 11월 9일까지 한국여행업협회를 통해 각 여행사들이 가입한 영업보증보험으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피해보상은 피해신고 접수 후 제출서류 검토 및 보험사 보상 청구가 진행되면, 보험사의 서류심사가 이어지고 최종 보상이 결정되면 보험사가 한국여행업협회에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통보한다. 이 모든 절차가 끝나야 피해 소비자는 피해 대금을 보상받을 수 있다.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 소비자와 소송 벌이기도

하나투어는 지난 9월 한국생산성본부 주관 '2018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 기업 인증식에서 5년 연속 여행사 서비스업 부문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 해당 제품과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한 고객의 직접 평가를 바탕으로 한 국가고객만족도에서 하나투어는 '고객 기대 수준', '고객 인지 가치' 부문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가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한 것과는 반대로 하나투어는 지난 8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자사의 책임으로 여행지에서 제대로 숙박하지 못한 고객에게 숙박비와 위자료를 배상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소송을 벌였다가 패소했다. 당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고객은 하나투어를 이용해 숙소를 예약했다가 여행 당일과 다음날까지 숙소를 이용하지 못해 다른 숙박업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틀 후 숙박할 수 있었지만 해당 업소 종업원들로부터 수시로 숙박비를 지불해달라는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사실 이 고객은 여행 전 하나투어에 선불로 숙박비를 지급했지만 내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확인 결과 하나투어는 이번 소송금액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재무제표를 다룬 반기보고서에서 대손 처리했다. 하나투어는 이번 소송을 포함해 진행 중인 소송 건수가 총 9건이며 총 소송금액은 2억 6000만원이 넘는다고 공개했다.

1982년 창업해 전국에 15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며 항공권을 판매했던 탑항공을 비롯해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 싱글라이프투어가 경영난 끝에 폐업했다. 더불어 '업계 1위'라고 자부하는 하나투어도 고객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소송에서 패소하는 사태를 겪었다.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여행사들의 소비자를 대하는 서비스 정신도 더욱 강조돼야 할 시점이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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