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두시, 제번(除煩)의 효능이 뛰어나…만형자(蔓荊子), 풍열(風熱)을 잘 흩어줘

담두시(淡豆?)에 대해 못다 한 얘기를 더 해보자. 대부분의 콩과 식물의 열매들은 대개 성질이 약간 따뜻하다. 하지만 담두시는 상엽과 청호와 같이 버무려서 만든 관계로 성질이 차다. 독이 없으며 맛은 쓰고 맵다.(寒無毒苦辛) 약효는 폐경(肺經)과 위경(胃經)으로 들어간다. 열성 감기로 피부 표면을 열(熱)이 틀어막아 피부의 주리(?理)가 꽉 막힌 경우에 이를 식혀서 밖으로 뿜어준다. 이를 해표(解表)라고 한다. 혹은 선발울열(宣發鬱熱)이라고도 부른다. 땀을 내서 열을 꺼트리지만 다른 발산풍열약보다 약성이 평온하여 심하게 땀을 내지는 않아서 음액(陰液)을 보존할 수 있는 독특한 장점이 있다.

담두시는 실은 이런 용도 보다는 제번(除煩)의 효능이 뛰어나다. 모든 한의사들이 담두시를 쓰는 이유가 이 제번(除煩) 효능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번(除煩)이란 번조(煩躁)를 제거해서 없앤다는 뜻이다. 번(煩)이란 가슴이 번민으로 답답해서 어떻게 해도 해결할 수 없는 큰 문제 때문에 가슴에 바위덩어리 같은 것이 떡하고 놓여 있어 숨을 쉴 수조차 없어 헐떡거리고 불안하고 열이 나서 괴로운 것이고, 조(躁)는 자신도 모르게 손발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손발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어지럽게 움직이는 증상을 말한다. 조(躁)가 없는 현상을 번갈(煩渴)이라고 하는데 이는 번(煩)이 있으면서 열이 나면서 갈증이 함께 수반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실증의 번(煩)이다.

담두시가 쓰이는 곳은 이런 실증의 번(煩)보다는 허번(虛煩)에 많이 쓰인다. 오랜 스트레스나 과로로 몸의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여전히 가슴을 짓누르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 열이 가슴을 틀어 막는다. 이를 허번(虛煩)이라 한다. 허번(虛煩)이 확실하면 불면증이나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담두시에 치자(梔子), 황련(黃連)을 함께 쓰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가슴을 짓누르는 돌덩이에 미세한 구멍을 내서 숨을 쉬게 해준다. 이들을 모아놓은 처방이 치자시탕(梔子?湯)이다. 허번(虛煩)의 대표적인 처방이다.

담두시는 어떤 보료(輔料)와 함께 수치(修治)하느냐에 따라 그 성질의 스팩트럼이 넓어질 수 있다. 앞서 말한 청호와 개똥쑥과 함께하면 성질이 차고 서늘해져서 발산풍열약으로 쓰이고, 마황과 자소엽과 함께 수치하면 약성이 맵고 따뜻해져서(辛溫) 오히려 한데 있다가 추워서 걸린 감기에 쓰이는 발산풍한약으로 쓰인다. 같은 콩인 담두시와 대두황권(大豆黃卷) 의 경우도 쓰임이 다르다. 담두시는 풍열(風熱)을 없애는 한약재고, 대두황권은 습열(濕熱)을 없애는 한약이다.

만형자(蔓荊子)란 한약재가 있다. 순비기나무와 만형의 성숙한 과실을 건조해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와 황해도 이남의 바닷가에서 자생하며 중국에서는 운남성, 광서성, 산서성에서 주로 나온다.

성질은 조금 차고, 독은 없으며 맛은 맵고 쓰다.(微寒無毒辛苦) 방광경(膀胱經)과 간경(肝經)과 위경(胃經)으로 약효가 흘러 들어간다. 성질이 약간 차가운 관계로 풍열(風熱)을 잘 흩어준다. 뜨거운 열사바람 때문에 생긴 감기와 피부질환을 잘 치료하는데 이를 소산풍열(疏散風熱)이라고 한다. 또한 풍열이 인체의 상부 쪽인 머리 쪽으로 치우치면 이 부분의 진액이 말라서 졸아들어 두통(頭痛)이 생기거나 뒷목이 뻣뻣한 항강(項强)증이 생기거나 눈이 뻑뻑하고 아픈 눈병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잘 치료할 수 있다. 이를 청리두목(淸利頭目)이라고 한다. 머리와 눈의 열기를 시원하게 해서 잘 돌아가게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뜨거운 바람을 쐬고 생긴 감기, 각종 두통, 이와 잇몸이 붓고 아픈 치은종통(齒?腫痛),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물이 쉼 없이 흐르는 목적다루(目赤多淚), 눈이 컴컴해서 잘 안 보이는 목암불명(目暗不明)등을 주치(主治)로 한다.

특히 최근에 진정작용과 함께 통증을 없애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신경성두통(神經性頭痛) , 고혈압으로 인한 두통(頭痛)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체온중추를 진정시켜 열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량은 6-12g정도 사용하고 혈이 부족해서 허열이 생기는 혈허유화(血虛有火)로 인한 두통과 비위가 허한한 자는 복용을 금지한다.



김철규 하늘꽃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