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불청객 ‘골다공증성 골절’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다. 날씨는 벌써 초겨울 분위기. 정형외과 전문의들 역시 계절변화를 체감하는데, 계절에 따라 자주 접하는 질병이 달라지기 때문. 대표적인 게 겨울철에 대폭 늘어나는 “골다공증성 골절” 이다.

지난주 휠체어를 탄 80대 할머니가 가족들과 함께 필자의 병원을 찾아왔다. 가족들 말이 할머니는 집 안에서는 조금씩 혼자 거동은 하셨는데, 오랜만에 찾아뵈니 일어서기도 힘들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 할머니는 2주전부터 거동이 많이 힘들었고 왼쪽 사타구니가 아파서 다리를 좌우로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필자는 직감적으로 골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할머니는 최근 통증이 심해지기 전에도 집안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다고 했다.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역시 대퇴골 경부의 골절.

골다공증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갈수록 고령층이 늘어나는 즈음에 골다공증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참에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들을 자주 접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느낀 점과 생활속 예방법을 설명해볼까 한다.

골다공증은 쉽게 말해 뼈가 약해져서 부러지기 쉬워진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즉 뼈의 외부 형태는 이전과 같은데 그 내부의 뼈 밀도가 낮아져 엉성하게 변하는 것을 떠올리면 되겠다. 의사 입장에서 환자들에게는 뼈가 수박이나 스티로폼 같다고 설명할 때가 많다.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 아픈 병은 아니다. 중년 이후의 환자중엔 관절이 아프다며 골다공증을 의심하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골다공증은 가벼운 충격에도 뼈가 잘 부러질 수 있기 때문에 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병이지 관절통의 원인은 아니다.

골다공증에 대해 전문의로서 당부할 첫 번째는 골절의 “조기 진단” 이다. 대개 뼈가 부러진다고 생각하면 교통사고 같이 강한 손상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골다공증성 골절은 약해진 뼈가 부러지는 상황이다. 즉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발생하기도 하며, 걸어가거나 서 있다가 살짝 미끄러져 넘어져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보통의 젊은 사람들의 환경에서 볼 때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기에 골다공증성 골절을 진단하지 못하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에 생기면 점점 허리가 굽어질 것이고, 고관절에 발생하여 거동이 힘들어지면 욕창이나 폐렴 같은 병도 발생할 수 있다. 1년 이내 사망률도 급격히 높아진다. 부모님의 안부를 살피면서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아프다고 하면 간단한 엑스레이라도 찍어보면서 꼭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두 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골절 예방 및 환경정리. 병원의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낙상 주의” 라는 말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다른 질환으로 외래진료 중인 고령의 환자분들께는 항상 “낙상주의” 교육을 간단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골다공증성 골절이란 게 교통사고 또는 운동하다가 다치는 경우보다 집에서 일상생활 중에 다치는 경우가 더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보호자나 가족들에게 노인이 지내는 집 안에서의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줄여주라고 조언한다. 마치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콘센트를 막고, 뾰족한 모서리에 스펀지를 대는 것처럼 말이다.

화장실은 물기가 있어 미끄러지기 쉬우니 발판을 대거나 손잡이를 추가로 설치하도록 한다. 바닥을 가로지르는 전선은 바닥 가장자리로 치우도록 하고, 문지방 같이 튀어나온 부위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도록 발판을 두어 노인들이 인지하기 쉽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기저기 어질러진 바닥의 물건들이나 옷가지 같은 것들은 야간에 걸려 넘어지기 쉬우므로 바로바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야간에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러 이동하면서 실내가 어두워서 잘 넘어질 수 있기에 침소 가까이 전등스위치를 두거나 밝지 않은 미등을 항상 켜 두길 권하고 싶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필자의 세 번째 당부는 지팡이나 등산 스틱 같은 보조기의 사용이다. 안타깝게도 누구나 나이가 들면 몸의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또한 신체의 반응속도가 늦어진다는 뜻이다. 근력도 약해져서 쉽게 넘어지곤 한다. 이런 경우 지팡이나 등산 스틱을 보조로 들고 다니는 것은 보행의 안정성을 높여주고, 행여 넘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버팀목 역할을 하기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나 겨울철 빙판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진료할 때 이런 말을 하면 “늙어 보여서 싫어요.” 라는 대답을 하는 노인들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예쁘고 가벼운 보조기들도 많이 나와 있으니 추운 계절만이라도 사용해 보길 권한다.

골다공증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과 영양공급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였거나 임박한 환자분들을 주로 접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는 단기간의 변화로 골절을 예방할 만한 실용적인 대안을 설명 드려야만 한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위주로 차근차근 신경을 쓰면서 조심하길 당부 드리곤 한다.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심한 추위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나이드신 분들이나 체력이 약한 분들이 올겨울에 낙상에 주의하면서 안전한 겨울을 나기를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기원한다.

달려라병원 김동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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