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간판탈출증은 수핵을 둘러싼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시작되는 병이다. 대부분의 경우엔 주사와 약물치료 등으로 호전이 된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도 호전이 된다. 그런데 많이 호전되어 통증이 없다고 하더라도 섬유륜이 손상된 상태로 남아있는 건 마찬가지. 때문에 디스크에 압박이 심하게 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손상된 섬유륜을 통해서 수핵이 또 흘러나올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디스크가 재발되었다고 한다. 꼭 수술을 받은 사람만 재발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섬유륜의 손상이 발생한 상태라면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더라도 운동을 잘 못 하거나 무리한 동작으로 인해서 섬유륜의 손상이 다시 발생해서 디스크가 재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 흘러나온 수핵이 너무 크거나, 크지는 않더라도 척추관의 크기가 작아서 신경의 압박이 심한 경우엔 통증이 심하고 근육마비도 동반될 수 있다.

이때 ①충분한 기간 동안 주사치료를 비롯한 비수술치료를 하더라도 통증에 호전이 없고, ②일상생활에 지장이 심한 경우, 그리고 ③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근육의 마비가 동반되고 진행양상을 보일 때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다음은 디스크가 재발한 3명의 얘기다.

1. 40대 남자 환자의 경우. 1년 전에 정형외과 척추전문의인 필자에게 제5요추~제1천추 간 디스크 때문에 발생한 극심한 하지방사통으로 4-6주이상의 주사치료,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호전되지 않던 환자였다. 흘러내려온 수핵으로 인한 신경의 압박이 너무 심하고 MR을 다시 촬영했을 때 수핵이 이전보다 더 흘러내려온 양상으로 미세현미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 되었고 문제없이 퇴원하였다. 그런데 2달 정도 후에 운동하다가 허리를 삐끗하고 나서 방사통이 생겼다고 다시 내원했다. 이전보다는 통증이 심하지 않은데 불편하다고 했다. MR을 다시 촬영해 보니 손상된 섬유륜부위로 다시 수핵이 조금 흘러나왔는데 신경의 압박은 심하지 않았다. 다행히 이 환자는 신경주사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호전되었고 향후 다시 검사한 MR 소견에서도 수핵크기가 거의 줄어들어 있었다.

2. 30대 남자로 수년전에 제4-5요추 디스크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가끔 요통이 발생해서 필자의 병원에 내원해 약물, 주사치료 등으로 조절하고 문제없이 지내는 환자였다. 그런데 수개월 전부터 발생한 하지방사통으로 잘 걷기도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상태였다. MR을 촬영해 확인해보니 이전수술부위에서 디스크가 아주 작게 흘러나와 있었으나 신경의 압박은 굉장히 심한 상태였다. 2달 정도 신경주사치료,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통증이 호전이 없고 걷기도 힘든 상태여서 수술을 하기로 했었다. 다행히 남아있는 척추관절이 큰 편이라서 유합술을 하지 않고 미세현미경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을 위해 입원하는 날, 며칠 전부터 다리 통증이 많이 좋아져서 지금은 지낼만 하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런 경우는 당연히 수술을 하지 않는다. 가벼운 진통소염제만 처방받고 퇴원하였고, 한동안 허리를 아끼면서 조심히 지내기로 했다.

3. 마지막으로 수년전에 제4-5요추 디스크로 다른 병원에서 디스크 수술을 받은 40대 여자환자다. 당시 하지방사통이 너무 심해서 걷기도 어려운 상태였고 주사치료 등에도 호전이 없어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4-5개월 전부터 이전과 똑같은 부위에 하지방사통이 생겨서 통증이 심해졌고 5분 이상 걷기 어려운 상태였다. 유명한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수술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약을 3개월 정도 먹어보자고 했단다. 그런데도 호전이 없어서 교수님과 상의하니 이 상태라면 수술을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필자의 병원에 내원했다. MR을 다시 촬영해보니 재발된 디스크의 크기가 많이 크지 않았으나 신경 압박이 이전보다 더 심한 상태였다. 수술부위 관절면이 상당히 남아있어서 유합술은 필요 없고 미세현미경 감압술로 디스크를 제거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 다른 경우였다. 심사숙고해서 치료를 했고 다행히도 환자 모두 만족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지만 정형외과 척추전문의인 필자는 오늘도 ‘재발된 디스크’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짐을 느낀다. 당연한 일이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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