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입수능의 국어 31번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니 이런 문제를 수험생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풀라고 출제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물리(物理)를 조금 공부한 이과학생들은 예문을 보지 않고 문제만을 보면 금방 정답이 뭔지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단지 말을 어렵게 몇 번 꼬아서 출제된 관계로 문장 독해력이 딸리는 이과학생도 똑같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뉴시스에 영구기관을 발명한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관이 상용화 되면 “향후 20년 동안 최소 매출 1경5000조원, 순익은 50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투자금도 모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어느 과학자도 자신이 만든 영구기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 시대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이 되는 새로운 과학 이론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제기한 새로운 이론의 틈새를 확실하게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만만치 않다. 똑똑하고 명석하며 빈틈이 없고 꼬장꼬장하다. 그리고 허점이 보이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이런 과정을 겪고 탄생한 열역학법칙은 현재로서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굳건하다. 열역학법칙의 한 이론이 영구기관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이런 뉴스가 뜨면 많은 사람이 투자하려고 ‘혹’할 수 있다. 영구기관을 만든 쪽의 동향 정도를 소개해서 이걸 가짜뉴스라고 하기는 뭣하다. 혹시 수많은 과학자가 검증한 그 이론을 뒤집고 영구기관을 만들었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뉴스를 보고 투자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필자의 생각은 국어 31번 문제도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선 칼럼 ‘음양에서 오행으로’편을 보면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나온다. 엔트로피는 진짜 어려운 열역학 개념인데 생명의 탄생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이론이므로 여기서 설명하고자 한다.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나오기 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여러 문제에 부닥치며 고민하게 이른다. 산울림의 청춘(靑春)이란 노래는 명곡이다. 10대인 우리 아이들도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른다. 앞 소절을 보면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이라고 읊조린다. 또 고인을 장지로 모실 때 상두꾼이 “인제가면 언제 오나”라고 선창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는다. 시간은 현재에서 미래로 흐를 뿐 과거로 돌이킬 수 없다. 과거로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추억이라는 인간의 기억 속에 있을 뿐이다. 뜨거운 국물은 금방 식는다. 싸늘하게 식은 국물이 갑자기 아무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한 쪽은 펄펄 끓고 한 쪽은 얼음이 되지 않는다.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공을 던지면 올라갔다가 내려오듯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대부분 양쪽 방향으로 일어나는 데 반해 한쪽방향으로 일어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이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다. 여기에서 엔트로피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제일 처음 이 언어를 사용한 사람은 ‘클라우지우스’로 엔트로피는 감소할 수 없다고 하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제시했다. 그 이후 ‘볼츠만’은 통계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주창하면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열역학의 여러 법칙이 18세기 후반에 집중적으로 나오게 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실생활에서 운송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폭 개량하게 된다. 열역학의 여러 법칙은 “한번 석탄을 때면 추가공급이 없이 영구적으로 일을 하는 영구기관은 없을까?”를 찾는 과정 즉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 된다.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그 잉크는 그대로 있지 않고 사방으로 퍼져 결국 물 컵 안의 모든 물은 파랗게 변할 때까지 번진다. 같은 부피의 100도와 0도의 물을 합치면 그대로 있지 않고 50도로 똑 같아진다.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앞으로 만 앞으로 만 나아가고 되돌아올 줄 모른다. 장난감이 잘 정리된 꼬맹이 방을 하루라도 안치우면 발 디딜 틈 없이 장난감이 여기저기 널 부러져 있을 것이다. 이런 자연적인 현상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잘 설명해준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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