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땅에서, 낭만의 거리로

화제의 드라마 ‘남자친구’에는 쿠바 아바나가 배경으로 나온다. 쿠바 아바나는 꿈을 현실로 전환시키는 낭만의 땅이다. 아바나의 구도심인 아바나 비에하에는 룸바 선율이 흐르고, 추억의 올드카가 오가며, 스페인풍의 돌길이 이어진다.

아바나의 호세 마르띠 공항에 비행기가 내린다. 긴장이 무색하게 입국심사대의 질문은 간단하다. 쿠바에 온 이유도 며칠간 있을 것이라는 질문도 없다. 짐 찾는 곳은 재래시장에 들어선 듯 어수선하다. 쿠바 여인의 가는 손가락에는 이미 담배가 들려 있다. 시가의 고장이라 흡연에 대해서 관대한 것인지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다.

쿠바 아바나 여행은 구도심 문화지구인 아바나 비에하에서 더욱 강렬하다. 쿠바의 역사와 문화, 드라마속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달그락거리는 돌길에는 온기가 느껴지고, 햇살은 선명하고, 배회하는 이방인들의 피부색깔은 다채롭다. 아바나 비에하의 대성당 광장에 서면 한때 혁명이 숨쉬던 고장의 거친 호흡은 낭만의 장면 속에 잠시 숨을 고른다.

문화적 향취 강렬한 구도심 광장

구도심 여행은 대성당에서 출발한다. 푸른 하늘을 찌를 듯 고풍스런 스페인풍의 건물은 높게 솟아 있다. 비대칭의 대성당과 광장은 아바나의 랜드마크격이다. 바로크 스타일의 대성당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곳이다. 광장에서는 알록달록한 치마에 꽃과 터번으로 치장한 여인들과 여행자들이 빠르게 뒤섞인다.

대성당 광장에서 남쪽으로 접어들면 오비스뽀 거리다. 거리에는 음식점과 바가 즐비하다. 쇠고기, 피망, 양파를 넣고 끓인 고기스튜 ‘로빠 비에하’나 옥수수 가루를 쪄낸 ‘따말’ 등 쿠바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쿠바의 음식들은 대부분 조미료를 쓰지 않아 달거나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낸다. 오비스뽀 거리의 카페에서는 밤낮으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비스뽀 거리 끝자락에서 만나는 아르마스 광장은 아바나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이다. 16세기부터 도시의 중심부 역할을 했으며 18세기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광장 주변으로는 작은 신전과 박물관이 옹기종기 들어선 아담한 모양새다. 광장에서는 중고책 시장이 들어서 도시의 온기를 더한다. 책 표지의 주요 모델은 대부분 쿠바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다

헤밍웨이와 럼칵테일, 해변의 추억

광장 남쪽으로는 한때 해적선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던 산프란시스꼬 교회, 쿠바의 술인 럼을 만날 수 있는 럼 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럼박물관에서는 사탕수수 채취에서 증류에 이르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시음용 럼도 한 잔 마실 수 있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쿠바의 럼 칵테일을 사랑했던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헤밍웨이는 오비스뽀 거리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 머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했다. 해가 저물면 대성당옆 ‘라 보데기따’에 들려 모히또를 마셨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닮은 까삐똘리오나 혁명박물관 등도 센뜨로 아바나 지역에서 만나게 된다. 구시가와 도심은 방파제 옆 도로인 말레꼰과 나란히 이어진다. 말레꼰에서 카리브해의 바람을 맞으며 쿠바의 청춘들은 럼을 마시고 데이트를 즐긴다. 드라마 ‘남자친구’에서도 말레꼰은 달콤한 배경으로 나온다. 해풍 속에 럼 한잔 걸치며 시가 한 개비 피우는 것은 쿠바 여행자들의 오랜 로망이기도 하다.

글ㆍ사진=서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미국 LA~멕시코시티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인 루트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등 중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쿠바 아바나까지 항공편이 수시로 오간다. 캐나다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음식=럼을 꼭 마셔본다. 럼은 투명한 것 보다는 짙은 색이 더 오래 숙성된 것이다. 야채와 햄이 섞인 복음밥인 ‘아로츠 프리또’도 한국인 입맛에 맞다.

▲기타정보=쿠바 내에서는 ATM출금이나 핸드폰의 자동로밍이 원활치 않으니 유념할 것. 1년중 11~4월은 건기, 5~10월은 우기다. 기온은 연중 22~28도로 온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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