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조선은 계몽주의사상으로 중무장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각축장이었다. 계몽주의란 뜻은 선진화되어 발전한 나라가 미개하고 천박하며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다른 나라를 좋은 의도로 깨우치고 선진문물을 전수해주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항구를 여는 것을 개항(開港), 나라 문을 여는 것을 개국(開國)이라 하고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신문화를 꽃피우는 것을 개화(開花)라고 한다. 제국주의는 이런 계몽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침략 당하는 나라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너희에게 선진문물 전수라는 은혜를 베풀기 위해 개국시킨다는 믿음이 강해서 일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와중의 조선의 백성들은 살기 위해서 조선을 떠나 연해주로, 중국으로, 혹은 선교사의 도움으로 1902년 하와이를 필두로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된다. 1세대 이민자들은 주로 파인애플, 알로에, 용설란 농장에서 몇 푼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일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들은 고국이 일제에 합병되었을 때 상해 임시정부에 그 푼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독립자금을 보내기도 했다.

이승만 정부는 하와이 이민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전쟁 중인 1952년 인천에 인하대학교를 설립한다. 교포들이 이민을 위해 배에 올랐던 인천의 ‘인(仁)’, 하와이의 ‘하(荷)’라는 글자를 따 와서 교명(校名)을 만들었다. 멕시코로 이민 간 교포들은 헤네켄(Henequen, 용설란)농장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동착취를 당할 정도로 일했다. 멕시코를 점령했던 스페인인들이 ‘에네켄’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국인 노동자들은 ‘애니깽’으로 불렀다. 에네켄은 끊어지지 않는 선박의 밧줄을 만드는 원료가 된다. 멕시코 이민에 대해 자세한 것을 더 알고자 하면 김영하의 장편소설 ‘검은 꽃’과 영화 ‘애니깽’을 보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인천의 월미도에서 디스코 팡팡 같은 각종 놀이기구를 타고 육체적으로 충전되었을 때 모퉁이를 돌아가면 '이민사박물관'이 있는데 한 번 가서 보기를 권한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2년 후인 1639 승정원일기를 보면 인조는 여전히 병자호란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함을 엿볼 수 있다. 삼전도에서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의 치욕을 당해 울화(鬱火)병이 도져 간화(肝火)가 치성하는데 쓰는 청간탕(淸肝湯)과 용회환(龍薈丸) 그리고 당귀용회환(當歸龍薈丸)의 처방을 쓴 내용이 보인다. 용회환 계통은 간에 열이 있어 성질이 급하고 성을 잘 내는 사람이 때때로 옆구리가 아픈 것을 치료하는 처방인데 거기에 들어가는 노회(蘆薈)가 없어 수소문하고 있다고 내용도 쓰여 있다. 오늘 다룰 한약재는 알로에 즉 노회(蘆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로에가 노회라는 한약재로 오랫동안 써 왔던 것이다. 이 한약재는 송(宋)나라 태조 때 발간된 개보중정본초(開寶重定本草) 혹은 개보본초(開寶本草)에 처음 등장한다. 알로에 잎을 잘라서 흘러내리는 진액을 모아서 말려서 쓴다. 성질은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차다. 독은 없고 맛은 쓰다.(寒無毒苦) 간과 대장으로 약효가 흘러들어가며 변비약이지만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생한 변비를 주로 치료하는 한약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차적으로 간(肝)이 담당하고 이마저도 어려우면 대장으로 전이되어 변비가 되거나 설사를 유발시키거나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발생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야기 시킨다고 앞선 칼럼에서 밝힌 바가 있다.

노회의 중요한 효능중의 하나가 청간(淸肝)작용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간(肝)속에 가득 차 있는 울열(鬱熱)을 꺼트려 시원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간에 열이 차서 생기는 많은 질병을 치료한다. 대표적인 것이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경폐(經閉) 즉 생리가 안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 꼬맹이들이 깜짝깜짝 잘 놀래고 경기하는 것은 모두 간(肝)의 울화다. 그래서 소아경간(小兒驚癎)을 치료한다. 간에 열이 차면 가슴이 답답한 번조(煩躁), 얼굴이 달아오르고 쉽게 흥분해서 화를 잘 내는 이노(易怒)의 증상에도 사용된다. 스트레스로 간을 거쳐 대장까지 가서 발생한 열성변비(熱性便秘)는 당연히 치료의 범위 안에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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