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뭄바이 등으로 대변되는 중북부와 달리 인도 남서부의 풍광은 요지경 속이다. 인도 케랄라주의 테카디는 차밭이 늘어선 고산지대에 호수에서 야생동물이 뛰노는 생경한 풍경의 공간이다.

남인도의 서쪽이 바다와 수로인 반면 테카디 일대는 차밭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케랄라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서고츠 산맥을 동쪽으로 넘어서면 남인도의 야생을 간직한 테카디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산지대의 산길은 구불구불 연결되는데 차량들이 끊임없이 오가지만 중앙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페리야르 야생동물 서식지

테카디의 고산차밭을 힘겹게 넘어서는 주된 이유는 페리야르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만나기 위해서다. 페리야르 구역은 남인도에 흩어진 야생동물 10여개 서식지 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페리야르 산정호수에서 배를 타고 나서면 물소, 멧돼지 등이 한가롭게 물을 마시는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산정호수에서 새를 보거나 새소리를 듣는 ‘버드 와칭’(새보기) 투어는 이곳을 찾는 유러피언들에게 인기 프로그램이다.

페리야르 강과 이어진 호수는 새벽녘이면 아득함을 더한다. 잔잔한 호수 위로 야생의 흔적만이 정적을 깨운다. 페리야르 일대는 호랑이의 서식지로도 알려져 있으나 육안으로는 마주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친환경 숙소옆 향신료 투어

페리야르 인근의 쿠밀리는 향신료로 유명한 곳이다. 야생동물 관람과 함께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한 향신료투어가 진행되기도 한다. 향신료 재배지를 들려 직접 열매를 따보고 향을 맡는 체험은 독특하다. 쿠밀리 재래시장 등 골목 곳곳에는 향료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향신료의 고장답게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향신료를 구입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의 남부 인도인들에게 '맛살라'로 통칭되는 향신료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식재료다. 어느 식당에 들어서던 노릇노릇한 향이 가득하다.

테카디 지역에서는 향신료를 테마로 한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별 5개짜리 친환경 호텔들도 자리잡았다. 약초 오일을 이용한 전통 치료인 아유로베다 역시 이곳 남인도가 근원지다.

이국적인 풍경들로 채워진 남인도는 천년 역사를 지닌 무용예술의 고장이기도 하다. 전통 마임극 까따깔리는 이야기속 희로애락을 과격한 표정과 손짓으로 표현하며 남인도만의 개성 넘치는 무대를 보여준다.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들의 분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으며 화려한 장신구에 손놀림, 눈짓 등 동작 하나하나에 해학적이고 독특한 기교가 넘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술로 알려진 '칼라리퍄야뚜'라는 무술 역시 쿵푸의 한 장면을 조우하듯 묘한 여운이 있다.

테카디 등 남부 고원지대는 선입견과 달리 인도에서 가장 진보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문맹율이나 유아사망율은 낮고, 평균수명이 높다. 주민들 역시 인도 북부처럼 희고 훤칠한 아리안계가 아닌, 남부의 전형적인 짤막하고 검은 피부의 드라비다계다. 그 낯선 모습 위에 더욱 생경한 자연풍광들이 차곡차곡 덧씌워진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케랄라주의 중심도시인 항구도시 코친이 관문이다. 인도 입국시에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다. 테카디는 코친에서 약 200km 동쪽에 위치해 있다.

▲먹을 거리=인도 북부의 주음식인 밀인데 반해 남인도는 쌀을 많이 먹는다. 쌀가루를 얇게 부친 아팜에 이곳 향신료인 맛살라 카레를 곁들여 먹는게 일반적이다. 서쪽 해안지대는 해산물 카레 등 퓨전요리도 발달돼 있다.

▲기타정보=비가 적게 내리는 10월부터 5월까지가 테카디의 방문 적기다. 현지 호텔 등에서 편리하게 환전이 가능하며 호텔에 의뢰해 야생동물, 향신료 투어 참가가 가능하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