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에게 1905년은 아마도 잊지 못할 한 해였을 것이다. 뉴턴으로 대변되는 근대물리학의의 지축을 뒤흔들고 현대물리학의 태동을 알리는 5편의 주옥같은 논문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 발표된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는 특수상대성의 원리를 설파했으며 ‘빛의 발생과 변화에 관련된 발견에 도움이 되는 견해에 대하여’는 기존의 과학자들이 빛의 근본성질을 이해하는데 정설로 여겼던 ‘빛의 파동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빛의 입자설’에 대한 논문 즉 ‘광전효과’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흔히 알고 있는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다.’라는 말이 여기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논란보다 먼저 빛이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어떤 방식으로 오느냐에 그 이전의 과학자들이 관심이 많았다. 빛이 파동의 성질을 띠고 태양에서부터 출발해서 지구에 도달했다면 반드시 태양과 지구 사이에 파동을 매개할 어떤 물질 즉 ‘매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물질을 ‘에테르’라고 규정했다. 매질에 대해 생소하게 느끼는 독자를 위해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빛이 파동의 형태를 띠는 것처럼 소리도 파동으로 전달되므로 소리의 전달과정을 얘기함으로서 빛의 전달방법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말을 하면 그 에너지가 주위에 있는 공기를 흔들어 잔물결처럼 연속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즉 음파가 만들어지고 음파가 전진해서 공기의 진동이 고막을 흔들면 우리는 소리를 듣게 된다. 즉 소리의 이동에는 매개체인 ‘공기’란 매질이 필요하다.

에테르가 있다는 가정하에 빛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마이켈슨’과 ‘몰리’는 실험하게 된다. 실험결과는 뜻밖에도 매질인 에테르는 없고 빛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Km로 일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우리가 밝혀낸 우주는 거의 완벽한 진공상태로 우주의 평균 입자밀도는 1㎥속에 양성자 6-7개가 들어 있는 수준으로 지구상에서는 이 상태를 구현해내기 어렵다. 우주가 이런 상태에 있는 것은 이 상태가 엔트로피가 가장 높아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지구의 생명체 특히 사람으로 돌아와 보자. 같은 공간인 1㎥안에 사람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치면 한 사람을 구성하는 세포수가 약 6조 개고 한 세포 안에 구조물인 염색체, 리보좀,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등등의 모든 분자 수를 생각하면 한 사람 안에 수백만조의 분자를 가지게 된다. 우주 공간의 밀도와는 대비되게 현저히 분자밀도가 높다. 달리 말하면 엔트로피가 엄청 낮다. 우주는 희박하면서 균일한 밀도를 유지하는 반면 지구에는 엄청난 밀도를 가진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쌓여져서 만들어진 생명체들이 넘쳐난다. 자연계에 여기저기 골고루 흩어져 있던 원자나 분자들을 일정한 규칙에 의해 차곡차곡 쌓아 우리 몸이라는 형태를 이루면서 수십 년 동안 생존하게 하는 것은 자연계는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쪽으로 변화가 진행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셈이 된다. 하지만 지구의 방어막이 제거되거나 인간이 지구 밖으로 나가서 우주복을 벗으면 순식간에 우리 몸은 엔트로피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우주 평균 입자밀도에 다다라야 해서 폭발적으로 해체된다. 어쩌면 생명은 우주의 거대한 법칙을 거스르면서 또 저항하면서 탄생되는 지구의 한 위대한 사건일 수 있다.

생명현상에서 개념이 난해하기로 수문 난 엔트로피를 꺼내 든 것이 참으로 이상하지만 엔트로피를 모르면 생명현상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무리하게나마 시도하고 있다. 이쯤에서 생물학 책에 나오는 생명체의 정의를 보자. 첫째가 생명체는 조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에서는 여러 원소나 분자들이 평면적으로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는 상태다. 너와 나의 구별이 없을 정도로 어디서의 밀도가 같다. 하지만 여러 원소나 분자들이 한 곳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직화되면 다른 쪽은 원소나 분자들이 없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 불균형이 일어나서 평등하지 않는 구조가 발생하는 것이다. 생명체의 출현은 결국 불평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생명체가 있는 곳엔 항상 큰 편차가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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