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빙하 계곡 끝 ‘외로운 도시’

멘던홀 빙하 헬기체험

주노는 알래스카 뱃길에 매달린 도시다. 미국 알래스카주의 주도지만 육지로는 연결이 힘든 외로운 땅이다. 1000여개의 섬과 피오르드 해안선이 매달린 알래스카 남서부로 향하면 비탈진 주노의 도심과 포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알래스카의 마을 주노는 옛 빙하가 녹아내린 땅에 터를 잡은 모양새다. 경사진 언덕길은 주노의 오후 산책이 안겨주는 색다른 단상들이다. 알래스카에서 처음으로 금맥이 발견된 주노는 식민지 자치령에서 1906년 미국의 주도가 됐다. 도심 골목은 외지인과 원주민들이 공존하는 이채로운 풍경이다.

원주민 흔적 남은 알래스카주의 주도

주노의 골목은 알래스카의 과거를 반추하게 만든다. 남동부에서 가장 오래된 세인트 니콜라스 러시아 정교회, 실물 독수리 둥지 등이 전시된 알래스카 주립 박물관 등은 주노에 얽힌 회상을 돕는다. 옛 알래스카 주지사 관저에는 원주민의 토템 폴이 들어서 있다. 주노 시청사 담장은 인디언을 형상화한 벽화들이 빼곡하게 채운다. 해질 무렵, 주노의 다운타운에 나서면 앙증맞은 가게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창밖으로는 계절을 배웅하는 눈이 소리 없이 내린다. 옛 알래스카 인디언들은 ‘포틀래치’라는 마을잔치를 위해 한 해 번 돈을 흔쾌히 털어 넣었다고 한다. 고요하고 나지막한 도시는 대형 크루즈가 정박하는 날이면 온종일 들썩거린다. 그 번잡한 일상이 변해버린 그들의 포틀래치 축제를 닮았다.

캐치칸 크리크거리.

주노의 북쪽 외곽은 멘던홀 빙하계곡까지 이어진다. 헬기를 타고 올라 마주하는 빙하에서는 개썰매를 탈수 있다. 멘던홀 빙하에서는 정해진 길이 아니면 함부로 빙하를 밟고 다닐 수 없다. 빙하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한 배려와 노력이다.

를 만나는 관문

주노는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을 만나는 최종 경유지의 의미가 깊다. 존스 홉킨스 빙하, 퍼시픽 빙하 등을 아우르는 글레이셔베이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주노에서는 고래탐방 등의 이색 투어도 펼쳐진다.

글레이셔베이 빙하

피요로드 해안을 탐닉한 선박은 남쪽으로 유유히 선수를 돌린다. 캐치칸은 알래스카 뱃길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다. 캐치칸은 원주민 말로 ‘천둥 치는 독수리 날개’라는 뜻을 지녔다. 어업과 목재업이 주업이던 도시는 육로로도 연결돼 제법 떠들썩한 분위기다. 캐치칸의 집들은 물 위에 나무 기둥을 세워 올린 이채로운 모양이다. 예전 흥등가였던 수상가옥이 늘어선 크리크 거리 등은 꽤 인상적이다. 미모의 마담이 운영했던 살롱 ‘둘리의 집’은 예전 모습 그대로 거리의 명물이 됐다. 마을에서는 천둥 소리 치며 사냥에 나선 독수리를 실제로 목격할 수 있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길=주노, 캐치칸 등은 알래스카 크루즈를 통해 닿을 수 있다. 크라운 프린세스 크루즈 등이 운항중이며 시애틀을 출발해 알래스카 마을을 거친뒤 글레이셔 베이 빙하지대를 탐방한다.

▲음식=알래스카 여행 때는 바다향 가득한 게 요리가 별미다. 주노 도심의 펍에서 맥주한잔 기울이는 여유로운 시간도 놓치지 말 것. 크루즈 안에서는 20여개 식당에서 세계 각지 음식들이 제공된다.

▲기타정보=주노는 알래스카의 주도이자 대형 크루즈와 페리의 기항지 도시이기도 하다. 현지에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알래스카 산림국은 야생보호지에서 숙박이 가능한 캐빈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번듯한 숙소는 아니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자연의 향기를 호흡하며 잊지 못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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