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호수 ·도자기…개성 넘치는 마을들

토카이 마을의 광장
육중한 부다페스트를 벗어나는 것은 설렘이다. 헝가리 수도와 도나우강이 뿜어내는 현란한 광경을 소도시의 골목길에서는 애써 찾아보기 힘들다. 토카이, 티허니, 등은 소담스런 개성이 묻어나는 동유럽의 도시와 마을들이다. 동유럽의 외딴 마을에서 맞이하는 정적은 여유롭고 단아하다. 부다페스트 동북쪽의 토카이는 와인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동유럽의 와인산지를 대변하는 토카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다. 수백년 세월의 와이너리와 창고들, 빛바랜 담장에서도 고풍스러운 향취가 묻어난다.

세계문화유산인

토카이 와인
토카이의 중앙광장에는 포도밭을 상징하는 동상이 서 있어 이곳이 와인지대임을 묵묵히 알려준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시끌벅적한 와이너리 투어를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돌길이 이어지는 골목에는 덩굴 장식의 소담스런 와인가게가 들어서 있고 그 앞을 백발의 노인이 오가는 나른한 풍경이 전개된다.

은 수확이 늦어 쪼그라든 포도를 곰팡이균으로 숙성시켜 당도 높은 와인을 만들어 낸다. 품종은 대부분 청포도로 한 모금 들이켜면 전율이 흐를 정도의 단맛이 입안을 감싼다. 프랑스왕 루이 14세는 을 ‘와인의 왕’으로 칭송하기도 했다. 토카이 지역에 20여개의 와이너리들이 흩어져 있는데 마을을 산책한 뒤 즐기는 화이트 와인 한잔은 향 짙은 추억으로 남는다.

발라톤 호수

에 기댄 도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 내륙으로 둘러싸인 헝가리 사람들은 를 바다로 섬기며 살아간다. 는 아득한 수평선을 뽐낼 정도로 드넓다. 호숫가 반도에 위치한 티허니는 언덕위 베네딕트 성당과 함께 호수를 조망하는 풍광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곳 언덕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와인 한잔 기울이거나,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매콤한 헝가리 파프리카를 구입하는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

티허니 베네딕트 성당

수로가 흐르는 티폴처
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면 티폴처, 등 개성 넘치는 도시들이 이어진다. 티폴처는 2000년 세월을 간직한 고도로 유럽을 오가는 상인들의 교역도시로 터를 잡았다. 19세기 건축물들이 이어진 고풍스러운 도심 사이를 흐르는 수로가 잔잔한 분위기를 더하는 곳이다. 세계 3대 도자기 산지인 역시 여심을 사로잡는 명소다. 에서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도자기 공정을 엿볼 수 있으며, 그윽한 자기에 담긴 식사와 커피로 오후 한때를 보낼 수 있다.
헤렌드
자기의 찬란한 자취는 헝가리 왕비의 흔적이 서린 에서 엿볼 수 있다. 인근, 헝가리 초대 왕비가 살았고, 왕비들의 전설과 함께 즉위식이 열렸던 고도는 언덕 위 성채에 탐스러운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성곽 돌길을 걸으면, 천년을 거스른 사연들이 ‘달그락’거리며 귓전에서 맴돈다. 주교의 궁으로 사용되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안에는 의 옛 자기들이 왕족의 삶과 함께 우아하게 전시돼 있다.

베스프렘

여행 메모
가는 길 한국에서 헝가리까지 직항편은 없다. 카타르 항공이 도하를 경유, 부다페스트까지 운항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차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토카이까지는 열차로 2시간 30분 걸린다.
먹을 거리 토카이에는 숙박과 와이너리 투어를 겸하는 숙소들이 묵을 만하다. 헝가리에서는 쇠고기, 양파, 감자를 잘게 썰어 파프리카 향신료를 넣고 끓인 ‘’가 얼큰하고 맛있다. 이곳 파프리카 가루는 매운맛을 내는데, 헝가리 음식에 흔히 애용된다.
굴라쉬
기타정보 가리의 봄 기온은 한국보다 낮다. 밤낮 기온차도 큰 편이다. 물가는 서유럽에 비해 저렴하다. 전열기구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멀티탭이 필요하다. 헝가리 입국에 비자는 필요 없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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