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바다, 은밀한 휴식

진흙빛 리조트와 홍해.
피라미드, 파라오의 유적 등 이집트의 전유물은 홍해의 푸른 도시들에서는 오히려 낯설다. 홍해의 외딴 바다에는 깊고 푸른 휴식만이 존재한다.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를 가르는 홍해는 바다색이 아닌 해변을 감싼 적갈색의 땅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그 홍해를 물들이는 붉은 대지와 푸른 바다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후르가다 해변
홍해의 품에 안긴 후르가다는 옛 어촌도시의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아프리카의 홍해를 대표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고대 파라오 문명의 유적인 룩소르에서도 사막을 지나 5시간 가량 달리면 후르가다에 닿는다. 전통복장의 주민들이 지나고, 현지인들을 위한 퍼블릭 비치가 있으며, 저렴한 가격 덕에 배낭여행자나 러시아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 것은 색다른 단상이다.

변화의 훈풍이 부는 해변마을

어촌마을이었던 후르가다의 북쪽 다하르 지역은 현지 주민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재래시장인 수크에 들어서면 시골 5일 장터 같은 분위기다. 골목을 돌면 작은 식당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물담배인 시샤를 피며 시간을 다독이는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후르가다의 이방인들/샤름엘세이크 다이빙포인트/시샤를 피는 현지주민
쾌속 페리들이 선착장을 채운 시가라 지역은 도심과 관광지가 혼재된 풍경이다. 홍해의 다이빙포인트로 향하는 배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리조트들이 들어선 남쪽 코라는 후르가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용 해변을 지닌 고급 리조트와 전세계 내로라하는 체인 호텔들이 자리해 있다.

홍해가 간직한 푸른 도시들은 지난한 과거도 간직하고 있다. 시나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샤름엘 세이크는 중동전쟁 중 오랜 기간 이스라엘의 점령지에 속했다. 전쟁의 상흔이 지워진 뒤에야 이집트에 넘겨졌고 이방인들을 품에 안았다. 바다가 깊고, 해안절벽이 가득한 군사적 요충지는 훈풍이 불면서 휴양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시나이 반도의 상흔 위에 핀 도시

샤름엘 세이크의 이미지는 확연하게 다른 세상이다. 별 다섯 개짜리 호화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아득하게 들어섰으며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다이버들의 본격적인 천국이 펼쳐진다. 140여개의 리조트 앞 해변은 홍해의 산호초가 피어나는 화려한 놀이터다. 라스 무함마드 국립공원과 연결된 바다 밑으로는 1000여종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닌다.

나마베이 거리.
샤름엘 세이크의 중심가는 나마베이다. 한적했던 나마베이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은 밤이 이슥해지면서부터다. 수백m 늘어선 노천 바는 양탄자 위에 앉아 물담배 ‘시샤’를 피고, 이집트 맥주인 ‘스텔라’로 목을 축이는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이집트에서의 음주는 규제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카지노의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며, 유명 체인의 커피숍과 식당들도 문을 연다.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옥상 카페들은 해변을 뒤로한 채 구릿빛 근육남과 벽안의 미녀들로 들썩거린다.

홍해 도시에서의 반전은 이렇듯 유쾌하게 진행된다. 럭셔리 리조트, 짙푸른 산호바다, 수크에서 만나는 현지인의 일상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다이빙이 곁들여지는 은밀한 휴식은 홍해 나들이의 짜릿한 덤이자 축복이다.


여행 메모
가는 길 홍해 지역은 이집트 카이로를 경유하는게 일반적이다. 샤름엘 세이크와 후르가다는 카이로에서 1시간 단위로 비행기가 출발한다. 후르가다와 샤름엘 세이크 구간에는 쾌속 페리도 다닌다.
숙소 샤름엘 세이크에서는 포시즌즈 등이 최고급 숙소에 속하며 다양한 골프리조트들도 들어서 있다. 후르가다에서는 코라 지역의 힐튼 리조트 등이 바다를 낀 풍광이 아름답다. 리조트에는 초보자들도 다이빙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기타정보 도시 내에서의 이동은 리조트 셔틀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집트 입국 때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하며 30일 동안 유효한 비자를 현지 공항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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