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사모한 ‘아름다운 광장’

산마르코 광장.
이탈리아 베니스는 ‘세상의 다른 곳’이라는 의미인 ‘알테르 문디(Alter mundi)’라 불린다. 베니스의 이채로움을 가장 선명하게 대변하는 곳이 산마르코 광장이다. 100여개의 섬과 운하는 광장을 중심으로 미로처럼 뻗어 있다. 베니스에서의 서성거림은 기분 좋은 방황으로 연결된다. 미로의 끝자락과 마주하는 운하들은 일상과 가깝다. 수로는 삶터와 성당, 광장을 잇고 있다.
무라노 섬.
수상버스인 바포레토에 오른 여행자들은 예외 없이 산마르코 광장에 집결한다. 유럽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자, 베니스를 정복한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로 격찬했던 광장이다.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

산마르코 광장은 16세기 아랍인과 아프리카인이 혼재하고 중국 비단이 거래되던 화려한 이력을 지닌 곳이다. 광장은 건축가 티랄리의 손길이 닿으며 아름답게 변모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싼마르코 광장 풍경
광장 한편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플로리안’이 있다. 1720년 문을 열었으며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는 카사노바, 괴테, 바이런, 나폴레옹 등 예술가와 저명한 인사들이 단골로 찾았다. 벽에는 명사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으며 전쟁 때는 레지스탕스의 아지트로 활용되기도 했다. 베니스에서는 여성들의 카페출입이 금지되던 시절도 있었다.
두칼레 궁전.
두칼레 궁전과 날개 달린 사자상은 광장의 랜드마크다. 두칼레 궁전은 베니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건물로 베니스공화국의 정부청사다. 9세기에 건립돼 15세기에 완성됐으며 베네토 비잔틴, 고딕 양식이 혼재된 건물이 독특하다. 궁전의 입구인 거인의 계단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무역의 신 헤르메스가 지키고 서 있다. 바다와 무역은 공화국 베니스의 두 버팀목이었다.

카사노바와 가면축제의 무대

베니스 축제 가면.
산마르코 광장은 베니스를 대변하는 가면축제의 무대이기도 하다. 다리가 놓이기 전, 베니스를 찾던 여행자들은 물길 건너편에서 배를 타고 광장을 오갔다. 부와 사치로 베니스가 타락해가던 18세기는 이곳 출신 카사노바가 날개를 펼치던 시기다. 카사노바는 성직자, 음악가, 외교관 등의 삶을 살며 화려한 여성편력을 과시했다. 베니스의 명성 높은 가면축제 역시 가면 뒤에 신분을 감출 수 있는 ‘평등’보다는 ‘탐닉’과 맞닿아 있다. 매년 봄이면 산마르코광장에서는 ‘카르네발레’라는 가면축제가 열리는데 축제가 6개월간 흥청거리던 때도 있었다. 낭만의 곤돌라는 애정행각을 위한 은밀한 장소로 애용됐다.
운하 위의 곤돌라.

광장 두칼레궁전 건너편의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은 일몰 풍광이 아름답다. 17세기 흑사병을 퇴치한 기념으로 건축한 산타 마리아 살루테 성당은 도시의 과거를 간직한 채 대운하인 캐널 그란데의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광장과 연결되는 운하와 골목에서는 바퀴 달린 것들은 다니지 않는다. 날렵한 스커트에도 하이힐 대신 운동화가 어울리는 도시가 베니스다. 수백년 된 공터와 담장 사이로는 아이들의 뜀박질과 웃음소리가 평화롭게 흩어진다.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

여행 메모
가는 길 인천에서 베니스 공항까지 아시아나 항공과 경유 항공편 등이 운항중이다. 공항에서 베니스 입구인 로마광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럽각지에서는 베니스 산타루치아역까지 열차가 오간다.
숙소·식당 베니스 본 섬 안의 호텔들은 숙소 예약이 일찍 마감된다. 로마광장 인근 올림피아 호텔 등 별 3개짜리 호텔 등에서 아늑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산마르코 광장 앞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둘러볼 곳 니스의 부속섬들은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리도섬은 매년 여름이면 베니스 국제영화제로 들썩거리는 곳이다. 한 여름 모래해변을 즐길 수 있으며 골목에서 만나는 가옥들도 꽤 고급스럽다. 무라노 섬은 유리 공예 공방으로 명성 높은 곳이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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