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k johansson, 2017/Full Moon Service
지구의 자전에 따라 달이 보이는 부분은 매일 변한다고 우리는 배웠다. 이런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진작가가 있다. 달을 날마다 교체해 주는 업체가 있다면? 구름은 양털을 깎아 하늘로 올려 보낸 것이라면? 일반인이 ‘말도 안 된다고’ 할 법한 상상을 이 사진작가는 꿈꾼다.

에릭 요한슨은 상상으로는 가능한,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한 모습을 사진으로 구현해 낸다. ‘Impossible is possible(불가능한 것은 가능한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다.

에릭 요한슨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 약 50점과 사진촬영을 위한 스케치, 미디어 그리고 설치작품 등이 포함돼 있다. 하루하루 쳇바퀴 같이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에릭 요한슨의 전시를 보길 추천한다. 전시를 보다보면 굳어 있는 머리가 마치 도끼로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어린 아이만 상상의 날개를 펴라는 법은 없다. 어른도 상상하고 꿈꿀 자격이 있다. 에릭 요한슨은 어린이의 상상력에 힘을 보태주고 구태의연한 어른에겐 상상의 중요성을 설파해 주고 있다.

1985년생인 이 젊은 작가는 선배 사진작가들보다 초현실주의 화가에게서 영감을 받았노라고 고백한다. 그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초현실주의의 작품들을 접하면서 막연한 상상을 했다. 아버지가 사다 놓은 컴퓨터를 활용해 동생들의 사진을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게 그의 취미였다. 그가 공학도가 됐을 때까지만 해도 사진작가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평범한 컴퓨터 공학도는 어릴 때부터 간직해 온 비범한 상상력을 2007년부터 사진작가로서 드러내기 시작했다. 13년차인 이 작가는 사진계에 등단하자마자 벤 구센, 딘 챔벌레인, 홀거 푸텐 등과 함께 가장 촉망받는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낸다. 상상의 풍부함이나 표현의 세심함은 단순히 사진 이상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그의 영혼은 자유롭다. 일상에 지쳤을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 색다른 경험을 추구한다.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이 전시는 답답한 현대인에게 상상의 기쁨, 일상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 15일까지.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