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대웅전.

장항선이 경유하는 예산은 소담스러운 여름 관광지와 먹을거리로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삽다리 곱창, 광시 한우, 더덕산채정식 등은 예산이 자랑하는 별미들이다. 장항선은 천안을 거쳐 예산, 홍성 등 충남의 평야지대를 가로지른다. 지금은 전 노선을 폭넓게 장항선으로 부르지만 본래 1922년 천안~온양간에 개통된 충남선이 장항선의 시작이었다. 예산에서는 삽교역과 예산역에 장항선이 정차한다. 예산읍내와 이어지는 예산역 앞이 분주하다면 삽교역 앞은 오붓하다. 어느 역에서 하차하든 예산의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진다.

수덕사 더덕산채정식.

삽다리 곱창과 수덕사 더덕산채

삽교역을 기점으로 예산여행을 즐긴다면 추사고택, 수덕사 등이 둘러보기에 좋다. 삽교역 인근은 삽다리 곱창으로 유명하며 수덕사 앞은 더덕 산채식당 수십여곳이 밀집돼 있다. 전국 곱창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삽다리 곱창은 40여년 전부터 삽교지역을 중심으로 연탄불을 이용해 구워먹는 곱창구이로 명성을 떨쳤다. 돼지곱창의 꼬들꼬들한 맛은 곱창 전골과 함께 담백한 맛을 이어오고 있다. 삽교역은 쇠잔해졌지만 역 주변으로 ‘할머니곱창’ 등 서너곳의 곱창 식당들이 영업중이다. 덕산온천 관광지를 지나 덕숭산으로 향하면 충남 북부를 대표하는 천년 사찰인 수덕사가 위치해 있다. 수덕사 앞으로는 더덕산채식당이 수십여곳 늘어서 있다. 식당마다 ‘수십년 전통’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산채비빔밥만 주문해도 예산의 특산품인 삽다리 더덕과 함께 20여가지 반찬이 식탁위에 오른다. 푸짐한 산나물은 여름 예산 나들이를 더욱 든든하게 채운다. 수덕사 일주문 옆의 수덕여관은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업을 하던 곳으로 암각화가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한다.

붕어찜

광시한우마을, 예당호

예산역에 내리면 예당호로 발길을 옮긴다. 온천놀이시설로 북적거리는 덕산 일대와 달리 예당호는 ‘고요하고 느린’ 예산을 만나는 곳이다. 예당호, 봉수산, 느린 꼬부랑길 등이 예당국민관광지구에 속해 있다. 예당호 남쪽으로는 광시한우마을이 지척이다. 광시한우마을에 들어서면 한우 정육점과 식당이 30여곳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직영 농장에서 사육돼 공급되는 이곳 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가격이 저렴하다. 1등급 암소한우가 주로 거래되는데, 정육점에서 한우를 직접 구입한 뒤 인근 식당에서 야채값 등만 지불하고 싱싱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예당호 주변을 달리다 보면 호수주변은 강태공들의 세상이다. 여기저기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좌대가 마련돼 있어 한가로움을 더한다. 예당호에서는 갓 잡은 붕어와 무청으로 요리한 자연산 과 민물어죽이 별미다. 예당호 조각공원에는 공연장과 커피 한잔 즐길수 있는 호젓한 카페가 들어서 있다, KTX 등 쾌속열차들이 등장했지만 예산을 지나는 열차들은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주를 이룬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여행 뒤 맛보는 ‘예산의 맛’에는 진한 향취가 묻어난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서울 용산역에서 예산역과 삽교역까지 열차가 오간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대전 당진간 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에서 빠져나온다. ▲숙소=예당호 인근에는 봉수산 자연휴양림이 묵을 만하다. 숲속의 집에서는 호수가 창밖으로 내려다 보인다. 덕산온천 인근에도 리솜스파캐슬 등 숙소가 다수 있다. ▲둘러볼 곳=신암면 용궁리의 추사 김정희 고택은 추사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사랑채와 안채의 기둥들에는 기둥에 글씨를 쓴 ‘주련’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다. 예당호에는 최근 호수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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