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산책로.

광주광역시 동구 동명동은 한옥을 개조한 카페, 숲길, 추억의 골목이 소담스럽게 담긴 동네다. 동명동 골목은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동명동은 옛날 광주읍성의 서동문 밖에 있는 마을로 ‘동문외리’, ‘동밖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곳이다. 무등산 자락에서 내려온 동계천을 사이에 두고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었는데 유력 인사들의 관사가 있던 윗마을이 지금의 동명동 카페거리다. 학원가로 명성 높았던 동명동 일대는 최근에는 문화공간과 이색 카페들이 덧씌워지며 젊은층이 즐겨찾는 명소로 대체되고 있다. 이곳 카페들은 대형 프렌차이즈가 아닌 제각각의 스타일을 지닌 카페들이 대부분이다. 우연히 들어선 골목 사이에서 한옥을 개조한 정겨운 찻집이나 레스토랑을 만나기도 한다.

푸른길 농장다리 폴리.

카페골목 운치 더하는 ‘푸른길’

동명동 카페거리에서 이어지는 길들은 세월의 흐름을 강변한다. 고위 공무원들의 관사가 있던 터에는 옛 금호문화회관이 웅장한 기와집의 모습으로 웅크려 있다. 액자를 만들던 표구정 거리가 나란히 연결되고 길 끝자락인 장동로터리에는 ‘소통의 오두막’ 조형물이 나무, 철, 콘크리트가 어우러진 만남의 공간으로 다가선다. 동리단길 외곽의 ‘푸른길’은 동네를 감싸듯 에워싸고 있다. 푸른길은 폐선 철로가 시민들의 주도로 공원길로 변신한 곳이다. 오붓한 오솔길은 광주역에서 광주천까지 8km 가까이 연결되는데 그 길의 중심에 동명동, 산수동 등이 자리해 있다. 푸른길 곳곳에는 광주 폴리라는 일상과 연계된 길거리 예술작품들이 작은 쉼표를 찍는다. 푸른길의 농장다리는 60년대까지 인근에 있던 광주교도소 재소자들이 농장사역을 위해 건너던 다리로 ‘푸른길 문화샘터’라는 폴리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동밖에 마실골목.

서민들의 일상 담긴 책방&벽화길

농장다리에서 산수동으로 내려서는 길목은 호젓한 분위기가 완연하다. 앙증맞은 간판에 소규모 책방들이 늘어서 있다. 분주하고 들썩이는 동명동 카페거리와는 다른 낮은 창문에 아담한 카페들이 골목 한편을 채운다. 책방들 사잇길로 접어들면 동밖에 마실골목이 어릴적 동심 속으로 발걸음을 이끈다. 윗마을의 부촌과는 다른 비좁은 골목길은 옛 이곳 서민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추억의 벽화들로 채워져 있다. 투박한 라디오 소리, 도란도란 주고받는 담소가 담장 너머로 흘러 나오는 정겨운 길이다. 푸른길 공원을 따라 광주천 쪽으로 향하면 세월의 흐름과 맞닥뜨린다. 옛 골목과 높은 아파트 단지가 변화된 일상을 반증하듯 경계를 이루며 펼쳐진다. 청과물시장인 산수시장, 동명여자중학교 옛터의 서석교회도 살갑게 다가선다. 서석교회 앞길은 오붓한 수변공원이 더해져 운치를 더한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 메모>

▲가는 길=동리단길까지 KTX 광주송정역을 경유해 지하철로 이동한다. 문화전당역에 하차해 아시아문화전당 뒤편으로 도보로 5분 가량 걸으면 동리단길이 시작된다. ▲음식^숙소=광주의 대표별미는 떡갈비다. 광주 송정 떡갈비 골목이 별도로 조성돼 있다. 스산한 가을 오후라면 대인시장의 뜨끈한 국밥집 순례도 놓칠 수 없다. 대인시장은 주말이면 먹거리 장터도 들어선다. ▲기타 정보=10월이면 무등산에 억새가 피어날 때다. 무등산은 증심사 입구에서 시작해 중머리재, 장불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옛 전남 도청 자리에 들어선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 문화예술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곳으로 별도의 독서공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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