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스키 가족.

스위스 아이거 북벽 아래 클라이네샤이텍은 산악인의 도전과 사연이 서린 곳이다. 해발고도 2061m의 간이역은 알프스 스키와 하이킹 코스를 아우르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정면으로는 아이거의 거친 절벽과 마주하고, 발 아래는 설국 세상이 펼쳐진다.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인 클라이네샤이텍에는 아이거 북벽을 등정했던 산악인들의 숨결이 담겨 있다. 알프스의 3대 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은 한때 등반금지령이 내렸을 정도로 험난한 코스였다. 70여 년 전 초등 등정을 위해 사투를 벌였던 청년 등반가들의 도전과 떠남의 이야기는 빛바랜 철로 위에 남아 있다. 125년 세월의 역 인근에는 아이거 등반가들의 도전과 역사를 기린 박물관도 들어서 있다.

알프스 설경.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

클라이네샤이텍은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과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가 알프스를 산책하며 첫 운명의 만남을 갖는 곳이 클라이네샤이텍이다. 스위스에서는 클라이네샤이텍 외에도 휘르스트, 브리엔츠 호수 등 알프스의 명소들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왔다. 클라이네샤이텍 일대는 겨울시즌과 함께 스키, 보드 세상으로 변신한다. 이 지역에만 총 110km 길이의 슬로프가 이어진다. 초급, 중급, 상급 등 코스와 무관하게 푹신한 파우더 스노 세상이다. 눈썰매 역시 스키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스키시즌의 막바지인 4월 초에는 클라이네샤이텍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스노펜 에어 콘서트’가 열린다. 설원의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한 스노펜 에어콘서트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봉우리를 배경으로 유명 록 뮤지션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가장 ‘쿨’한 콘서트로, 1만여 명의 관객들이 한데 모여 독특한 유러피언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클라이네샤이텍 플랫폼과 역사.

스키, 하이킹, 록페스티벌 포인트

클라이네샤이텍 일대는 다채로운 하이킹 코스를 간직한 곳이다. 아이거 북벽 아래를 생생하게 걷는 아이거트레일 코스, 그린델발트와 라우터브룬넨을 조망하며 멘리헨까지 걷는 파노라마 코스, 소나무숲과 설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클라이네샤이텍-알피글렌 코스 등이 하이킹 트레일로 인기 높다. 아이거워크 루트는 간이역인 아이거글레처 역에서 클라이네샤이텍까지 걷는 3km 코스로 초보자들도 도전이 가능하다. 융프라우요흐행 열차의 마지막 간이역인 아이거글레처 역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고도의 초콜릿 작업장이 있어 반전의 감동을 전한다. 현장에서 직접 수제 초콜릿을 맛볼 수 있으며, 레스토랑의 야외 테라스에서는 최고의 설경과 함께 커피 한잔의 여유가 주어진다. 역 앞 건물은 예전에는 융프라우 철도 노동자들의 숙소였던 곳으로 한때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됐다. 아이거글레처 역에는 올해 말 그린델발트 터미널까지 15분 만에 연결하는 익스프레스 곤돌라가 새롭게 개통될 예정이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