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호

시카고의 첫 인상은 높고 단아하다. 현대건축의 메카인 도시의 뒷골목은 블루스와 재즈 선율에 젖어든다. 고층빌딩 사이, 에서 다가서는 바람은 차다. 시카고는 여행자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윈디 시티’다. 시린 이미지는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도심을 빼곡히 채운 건물군은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이미지를 덧칠한다. 잔잔한 거리에는 예술미 가득한 건축물들이 자리 잡았다. 시카고는 미국 제3의 도시의 규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현대와 과거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밀레니엄파크 클라우드게이트.

화재 딛고 일어선 건축가들의 땅

1871년 대화재 때문에 도시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현대건축 도시의 사연은 시작된다. 도심의 60% 이상이 소실되자 도시 재건에 나섰고 거대 자본이 결합되면서 시카고는 건축가들의 실험무대가 됐다. 1885년부터 다니엘 버넘, 루이스 설리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남겼다. ‘City of big shoulders (큰 어깨의 도시)’라는 닉네임은 130년 넘는 역사를 바탕으로 새겨진 셈이다. 시카고 대화재를 상징하는 건물이 바로 워터타워다. 대화재 때 유일하게 남은 건축물인데 무려 69년에 걸쳐 완성된 급수탑으로 의 물을 끌어올리는 구실을 했다. 미시간 애버뉴 확장공사 때도 시민들의 반대로 철거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탑을 보호하기 위해 도로가 우회하도록 했다. 옛 건물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시카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으로 20세기 초반의 건축물들은 시가지의 융성과는 별도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카고 튜리뷴의 사옥인 트리뷴 타워의 외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들의 파편이 박혀있다. 중국 만리장성뿐 아니라 수원성의 한 조각도 만날 수 있다. 존 핸콕 센터는 100층에 343m의 높이로 94층 전망대에서는 와 다운타운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높이는 시어스타워(윌리스타워)가 높지만 야경이 아름답기로는 존 핸콕 센터가 한수 위다. 시카고는 통유리와 회전문이 시작된 첫 번째 도시이기도 하다. 시카고 강을 거스르는 건축물 투어 크루즈에 오르면 옥수수 모양의 마리나 시티, 시계탑이 상징인 리글리 빌딩 등 건물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블루스 공연.

도시의 새 랜드마크, 밀레니엄파크

밀레니엄파크는 여러 공원을 제치고 시카고의 새로운 상징물이 된 곳이다. 도심을 굴절시켜 보여주는 은색 땅콩 모양의 클라우드게이트는 셀카족들에게 인기 ‘넘버 원’인 장소다. 거대한 비디오스크린에 다양한 얼굴이 떠오르는 크라운분수는 시카고의 물과 시민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시시각각 다양한 인종의 얼굴들이 벽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공원 중앙의 설치조각인 ‘프리츠커 파빌리온’은 무대앞 거미줄처럼 엮어진 음향 시스템이 독특하다. 도심에 흐르는 재즈, 블루스 운율은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을 감미롭게 변질시킨다. 시카고는 ‘올 댓 재즈’ 등을 히트시키며 영화로도 제작된 뮤지컬 ‘시카고’의 배경이 된 곳이다. 시카고는 재즈의 중심지였고 무디 워터스, 척 베리 같은 유명 가수가 시카고에서 활동했다. 블루스와 재즈 페스티벌 외에도 가스펠, 라틴 음악 페스티벌이 연중 이 도시에서 펼쳐진다. 시카고강에서 오크거리까지 연결되는 ‘환상의 1마일’은 연간 2000만명이 찾는 쇼핑거리다. 수백 개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밀집돼 있으며 대부분의 특급호텔도 이곳에 자리잡았다.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바들은 대부분 할스테드 거리에 위치했으며 근처에는 한때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 운영했다는 식당도 들어서 있다.

<여행 메모>

▲가는 길=한국에서 시카고까지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시카고의 오헤어공항에서는 지하철로 도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도심 교통을 이용하려면 지하철, 버스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CTA 트랜싯 카드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음식^숙소=도시의 별미인 시카고 피자를 꼭 맛볼 것. 시카고피자는 책보다 두껍기로 소문난 대형 피자다. 시카고에는 맥도널드 햄버거 1호점도 있다. ▲기타 정보=시카고 건축투어에 대한 정보는 시카고 건축재단(www.architecture.org)에서 얻을 수 있다.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 주변정취도 독특하며, 수상요새였던 시카고강 북쪽 네이비피어에서는 주말이면 각종 거리공연을 즐길 수 있다.

글·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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